[칼럼] 지소미아와 조국의 '잘못된 만남'

정치 / 온종훈 기자 / 2019-08-26 09: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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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종훈 산업에디터

일 중에는 절대 섞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금기(禁忌)는 아니더라도 그래서는 일을 성사시키기도 힘들뿐더러 오히려 망칠 뿐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랏일을 하는 데 있어서 이런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래도 불가피하면 사전에 국민 여론과 반대 정파를 충분히 설득하고 명분을 분명히 한 후에야 일을 도모해야 한다.

지소미아와 조국.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을 의미하는 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는 한일과 한미일 등 우리 안보외교의 '킹핀'(핵심 사안)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은 내년 총선을 앞둔 문재인 3기 개각의 성패를 가름하는 사안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8월 22일 오후 정부의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 배경 을 여야 지도부에 설명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그 주 내내 조국 인사청문회 사안을 두고 여당인 민주당과 수시로 접촉해왔던 그에게 기자들의 질문은 쏟아졌다. 당연히 기자들의 질문은 지소미아 종료(파기) 결정이 '조국 정국'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 까지 이어졌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와 여야 정당 등에 관련한 업무를 보좌하는 제 1 비서다. 삼권분립이지만 대통령이 수행해야 하는 국정의 방대함이나 입법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면 정무적 조정역할의 중요성은 크다. 특히 국회에서 그가 하는 '말의 무게'는 대통령의 직접 '워딩' 바로 다음이다. 강 수석은 이 질문을 받고 "언론인들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는 다시 한번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하고 '조국 정국'과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해야 했다.

 
그리고 강 수석과 만났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지소미아 파기 대책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결국 한일 간 갈등 문제를 지소미아 파기로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강 수석의 발언을 전했다.


지소미아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평가는 "결국 국익보다 정권의 이익에 따른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 후보자 정국으로 어지러운 국가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심이 든다"까지 발전한다.


'지소미아'와 '조국'.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단어가 만나면서 새로운 프레임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여야 공방은 이 프레임의 연장선상이나 이를 깨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당장 다음날부터 여야가 공방은 더욱 노골화한다. 한국당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는 "국민여론 악화를 덮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평가절하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조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꽤 무서운가 보다"라며 지소미아 결정을 '문 대통령의 꼼수'로까지 언급했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원인과 당사자는 고려치 않고 피해 보는 우리를 향해 비난하는 신(新) 친일파 같은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며 "그 당은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국당을 정면 겨냥했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야 종료 결정의 파장은 간단치 않다. 당장 일본 정부는 우리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예고됐던 '백색국가' 제외 발효도 강행할 조짐이다. 미국도 우리 결정에 대해 '우려와 실망'을 표현하며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하며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고 이유를 들었다. 여당도 국익을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며 중요 국익인 안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잘못 낀 단추처럼 이런 목소리는 계속 잦아들고 있다. 지소미아와 조국의 '잘못된 만남'처럼.


UPI뉴스 / 온종훈 기자 ojh1111@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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