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시간관리는 자녀 스스로…조금 늦더라도 기다려주세요

문화 / UPI뉴스 / 2019-04-14 08: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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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풍경과 타임 매니지먼트
▲ ‘등교 시간 지키기’는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는 좋은 규칙이다.[셔터스톡]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입시코디라는 인물이 고객인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모습이 나왔다. 입시코디는 일종의 대입 컨설팅업체에서 진화한 직업일 텐데 나 역시 아들이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 컨설팅 업체를 한 번 방문해 상담한 적이 있다.

 

사무실의 벽에 인근 지역에서 의대를 비롯한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 이름들이 죽 쓰여 있었다. 낯익은 이름들이 몇몇 보였다. 그중 오래 전 한 학교에서 근무했던 동료의 장남을 발견하고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내 아들과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자란 터라 반가웠다. 알고 보니 삼년간 그 업체에서 시간 관리를 받고 상담까지 했다고 한다. 원래 성품이 착실해서 어떤 환경에서도 공부를 잘했을 텐데 그렇게 관리를 3년이나 받았다고 해서 꽤 놀랐다. 


“아니, 학생이 관리한다고 그대로 따르나요?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요? 더구나 한창 성장하는 사춘기 학생들이 이십사 시간 관리가 되나요?”하고 당황하며 물었다. 학교와 가정에서 경험한 바로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학생들이 어른들이 관리한 대로 순순히 따른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그 직원은 당당하게 “당연하죠. 하루 일과부터 일주일 단위로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시험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리를 해 주어요. 그 학생은 잘 따라서 좋은 결과를 얻었죠.”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아, 그래요?” 하며 ‘하지만 만약 말을 잘 안 듣는 학생이라면 어떻게 지도할까. 이미 공부할 태도가 갖춰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거니까 성공했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땐 대학 입학원서를 내는데 데이터를 분석해준다고 해서 호기심 반 불안감 반으로 한번 가보았다.

 

그러나 컨설팅 내용이 내게는 특별히 유익한 정보 같지 않았고 평소 예상한 대로 이야기하는 걸 보고 그냥 돌아왔다. 컨설팅비가 살짝 아까웠다. 다만 부모가 아닌 제 삼자의 객관적인 말을 들어본 게 내 아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을 듯하다. 입시코디나 컨설팅 업체의 방식이 옳든 그르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입시경쟁에서도 성과를 내려면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기본이다’는 사실이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시간관리능력을 어떻게 길러 줄 수 있을까?’하는 게 큰 고민이다. 자녀가 유아기부터 차근차근 꾸준히 몰입하도록 허용하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 쉬는 시간 등을 자발적으로 누리도록 했던 부모라면 자녀가 십대에 이르러 잔소리할 필요가 거의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가 독립심이 커지는 십대 전후에 갑자기 ‘스스로 알아서 시간을 활용하겠다.(이제부터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간섭하지 마세요.)’고 선언하기 쉬워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의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알아서 잘 해주기만 하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자녀의 말과 행동이 다르니 부모는 자연 신경이 쓰인다. 


그런 점에서 ‘등교 시간 지키기’는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는 좋은 규칙이다.

 

‘등교하기 전날 자녀가 일찍 취침하도록 한다. 그리고 아침에 제 시간에 스스로 일어나도록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흔한 자녀양육매뉴얼은 실제 실천하기 어렵다. 가정에서 자녀의 등교시간 풍경은 그야말로 전쟁과 흡사하다.

 

자녀가 등교하고 나면 일단 안도감이 들면서도 기운이 빠진다는 학부모가 많다. 바쁜 일상에서 자녀들에게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기회를 주지 못한 채 부모가 정한 스케줄대로 자녀들에게 따르라는 식으로 양육한 가정일수록 자녀가 청소년기에 들어 방황하기 쉽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이 ‘내 아이의 타고난 생체리듬’이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에 대량 생산에 효율적인 인재를 기르는 교육시스템에서는 일사불란한 질서에 쉽게 적응하는 아침형이 바람직하다고들 이야기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은 동작이 빠르고 준비성도 좋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라야 살아남는 시대라고 한다. 자녀의 타고난 개성과 능력을 어떻게 하면 잘 발휘하도록 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자녀에게 맞는 ‘시간 관리 능력’을 키워가도록 해봐야 한다.


최근 2019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라미 말렉과 역시 몇 년 전 같은 상을 수상한 영국배우 에디 레드메인은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서로의 시간관리스타일이 다른 점을 이야기하며 웃었다.

 

에디 레드메인은 비행기를 탈 때 공항을 좋아해서 네 시간 일찍 나가곤 한다고 한다. 그런데 라미 말렉은 비행기 출발 시간 일 이분 전에 도착해 탑승한다고 한다. 출발하기 일이 분 전이면 그의 이름이 공항의 스피커에서 여러 차례 호명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 번도 비행기를 제 시간에 못 탄 적이 없다고 하니 두 사람이 함께 어디를 간다면 싸움이 날 법도 하다. 그러나 둘은 그 차이를 즐겁게 크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시간관리스타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그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등굣길은 일종의 의식이다. 매일 제 시간에 등교하는 일은 엄청난 책임감을 요구한다. 그 일을 자녀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해 가도록 시간관리의 책임을 아이에게 온전히 돌려주면 좋겠다. 자녀의 등교에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초조해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어려서 지각을 많이 해 혼이 많이 났다. 그래서 교사가 된 후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들이 늦게 와도 관대한 편이었다. 아주 늦지 않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하고 기다렸다.

 

“아침에 밥은 먹었니?” “밥 먹느라 늦으면 빵으로 먹든가 방법을 생각해 봐. 전날 준비물을 미리 챙겨 놓든가. 일찍 후다닥 올 수 있게.” 그대로 잘 안될 걸 알면서 그렇게 말했다.

 

학급의 다른 아이들이 “왜 선생님은 저 애한테 유독 너그럽지?”하고 생각할 우려가 있기에 너무 자주 늦으면 엄격하게 대해 보기도 했다.


그런 학생도 상황이 달라지면 지각을 안 하고 일찍 오기도 한다. 수학여행 가는 날 지각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담임을 맡으면 남보다 일찍 등교하기도 한다. 학교에 일찍 가서 선생님을 기다릴 충분한 동기가 있는 셈이다.

 

어떤 선생님은 반에 아예 토스터기를 갖다 놓아 아침을 못 먹고 등교한 학생들에게 자비로 빵을 사 구워주시는 분도 있다. 그 빵냄새가 복도에 향긋하게 퍼져 미소를 짓게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교장선생님과 마찰이 생겼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은 그 빵냄새가 다른 학급에까지 퍼지니 형평에 맞지 않게 여겼고, 토스터기는 전기를 사용하는데 안전하게 관리하는 일도 신경이 쓰였던 듯하다.

 

그 후 어떻게 의견 조정이 되었는지 빵 냄새는 계속 그 학급에서 풍겨 나왔다. 그 반 학생들은 표정이 밝았고 차츰 지각생이 줄었다. 참 이해심이 많은 그 선생님은 빵 내음으로 학생들의 동기를 북돋워 주었다.


누구나 타고난 생체리듬이 있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이 있고 느긋하게 시작하여 오후가 될수록 힘을 얻어 집중하는 저녁형(일명 올빼미족)이 있다. 남보다 한 시간 일찍 가서 자습하거나, 조금 늦게 가거나, 수업 시작 직전에야 세이프 하듯이 가거나 자녀가 선택하는 일이다.

 

기다려보고 지켜보는 게 좋다. 그러나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자발성과 책임감이 부족한 경우이니 부모가 시간관리 방법을 함께 모색하면 좋겠다. 경험하지 않은 일을 잘 하기는 어려우므로 등교 준비를 스스로 하고,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이마를 맞대본다.

 

특히 플래너를 사용해보도록 하면 좋다. 자녀가 두뇌뿐만 아니라 온몸과 마음을 다 사용해 스스로 시간을 활용하도록 자유를 주고 기회를 줄 일이다.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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