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특별기획⑥] 자동차부터 집까지…3D프린터, 대중생산시대 열다

산업 / 김이현 기자 / 2019-07-26 14: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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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제품 생산 과정 간소화하고 효율성 극대화
'안전성'이 관건…"아직은 연구단계, 서두르면 선진국 따라잡을 수도"
▲ 지난 6월25일 독일 에르푸르트 박람회장에서 열린 파브콘 3.D & 래피드 테크 국제 전시회에서 3D프린터로 만든 인간의 두개골 형상물이 전시돼 있는 모습. [AP 뉴시스]


'21세기의 연금술', '제조업의 혁신'. 3D프린팅 기술을 수식하는 찬사는 다양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3D프린터를 '차세대 혁명 산업'으로 지목했다. 많은 미래학자와 기술자들도 3D프린팅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융합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 평가한다.

일반인에게 3D프린팅은 아직 낯선 기술이지만 이 기술로 미래 산업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이제 3D프린팅의 성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달 방문한 광주테크노파크의 3D프린터실에선 원전 필터와 같은 부품이나 의료용 도구들을 빠르게 생산하고 있었다.


엄지 손가락 크기의 원전 필터는 분말 상태의 티타늄을 투입하면 전자 레인지 같은 3D프린터 안에서 적층으로 쌓이며 네 시간여 만에 정밀한 부품으로 탄생했다. 이전까지는 거의 수작업에 의존했던 작업이다. 유상훈 광주테크노파크 전임연구원은 "3D프린팅은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말했다. 수작업에 의존할 때 개당 500만∼600만 원 하던 원전 필터 가격은 3D프린터로 생산하면서 50만 원가량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미래산업 핵심기술, 3D 프린팅

우리에게 흔한 프린터는 종이에 글자나 사진을 출력하는 기계다. 흔히 사용하는 2D프린터, 즉 잉크젯프린터의 경우 잉크를 종이 표면에 분사하여 활자나 그림을 인쇄한다. 프린터가 앞뒤·좌우로 운동하면서 입력한 데이터를 찍어내는 식이다. 3D프린터는 여기에 상하 운동을 더했다. 잉크 대신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다. 말 그대로 3D 공간에 재료를 입체적으로 쌓아 올려 원하는 물체를 만들어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D프린터는 생소한 분야였다. 공교롭게도 많은 업체가 3D 프린터 제작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특허 만료 덕분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대형 3D프린터 기술업체인 3D시스템스와 스트라타시스(Stratasys) 등이 보유한 3D프린터 특허 90여 건이 만료됐다. 이로 인해 다양한 3D프린터 및 3D프린터로 만든 제품들이 등장하게 됐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3D프린팅 기술을 지목하고 이를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40시간 만에 자동차 완성…"제조업 혁신"

3D프린터의 최대 장점은 '효율성'이다. 시간과 비용 절감뿐 아니라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한 없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곳은 미국의 '로컬모터스'다. 이 회사는 2007년 설립돼 전통 자동차 업체에 비하면 신생회사이지만, 슬로건부터 비범하다. '로컬모터스는 당신이 봐왔던 그 어떤 제조업체와 다르다'는 것.

로컬모터스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이 없다. 공장 크기 자체도 5000㎥ 규모로, 현대차 울산공장 규모 505만 ㎥의 0.1%에 불과하다. 그런 곳에서 3D프린터를 이용해 40시간마다 차체 하나를 만들어낸다. 자동차 생산 과정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대규모 근로자도 필요하지 않다. 도면만 있으면 탄소섬유와 플라스틱 혼합재로 만든 개인 맞춤형 디자인 차체가 나온다. 자동차 부품을 3D프린터로 생산하는 기업들은 많았지만 자동차의 거의 모든 것을 3D프린터로 생산하는 기업은 로컬모터스가 처음이다.


▲ 12인승 전기차 버스 '올리(Olli)'. [로컬모터스 제공]

 
연구개발(R&D) 과정 또한 일반 제조사들과 반대로 움직인다. 보통 차량 신기술 개발은 높은 수준의 보안등급을 유지한다. 하지만 로컬모터스는 개발 전과정을 공개하는 '오픈소스'(Opensource) 방식을 채택했다.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전기차 '스트라티'를 시작으로 고속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스윔', 12인승 전기차 버스 '올리'를 만들어냈다. 이들 모두 3D프린터로 제작한 차량이다. 올리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해 자율주행도 가능한 차다. 규모는 작지만 기존 자동차 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혁신적인 기업이라 평가받는 이유다.

진 폴 캐빈 로컬모터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머지않은 미래에는 각자 집에서 인터넷으로 클릭하면 쉽게 자동차를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가정마다 3D프린터를 구입해 자동차 부품을 쉽게 교체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집도 '출력'하다

3D프린터의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거공간까지 출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 공업원구에는 3D프린터로 만든 5층짜리 아파트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3D 프린팅 주택'이다. 건설업체 윈선은 자체 공장에서 길이 150m, 폭 10m, 높이 6m의 3D프린터로 기둥 같은 수직 부재를 만들고 현장으로 옮겼다. 이후 기존 재료들을 혼합한 조립과정을 거쳐 아파트를 완성했다. 완공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일이다.


▲ 3D프린터로 만든 단독주택. [프랑스 낭트대 제공]

프랑스 낭트에서도 3D프린터로 지은 단층주택을 볼 수 있다. 프랑스 낭트대 연구진과 지역기업 등이 지난해 9월 시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면적 95㎡로 방 4개와 욕실 1개 규모인 이 주택은 현장에서 길이 4m의 로봇팔식 3D프린터가 거푸집을 세운 뒤 구조체, 내·외장재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제작 기간은 18일, 건축 비용은 기존 방식의 80% 수준이다. 이 밖에도 건축 기간 및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한 사례가 세계 각국에서 나오고 있다.

"안전성 확보가 관건"

관건은 '효율성'만큼 '안전성'이 보장되는냐다. 3D 프린팅이 보여주는 혁신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지만, 결국 사용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3D 프린팅 기술로 완성된 건물과 자동차 대부분은 모형이다. 실제로 사람이 이용하는 건 드물 뿐더러 기존 공법을 혼합해 완성했기 때문에 온전한 3D프린팅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은 연구 단계일 뿐 3D 프린팅이 당장 실용적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주기범 건설기술연구원 건설자동화연구센터 선임위원은 "3D프린터를 이용한 출력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지진 대비라든가 단열, 방음, 방습 거주를 위한 용도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자동화가 필수불가결한 만큼 3D프린터는 핵심 기술이지만 아직은 안전성 문제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형태는 뽑아낸다고 하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내구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도 사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검증 단계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요한 건 경제성인데 아직은 굉장히 비싼 수준"이라면서 "한국은 자동차 전체는 아니더라도 단품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한 만큼 서두른다면 선진국을 앞서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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