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태의 세계는 지금] 위기의 보잉, 세계 항공기 공급지형 바뀌나?

국제 / UPI뉴스 / 2019-09-10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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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737 MAX 기종 추락 사고의 후폭풍을 겪고 있다. [뉴시스]


2018년 10월 29일 새벽 6시 20분경, 인도네시아에 한 대의 비행기가 이륙 13여 분 만에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긴급 타전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고가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사에 최대의 경영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고가 있었던 없었던, 2018년은 보잉사에 더없이 좋은 한해다. 2018년 보잉의 매출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각국에 인도한 비행기만도 806대에 이르다. 향후 7년 동안 계약이 넘쳐, 항공사들은 보잉사의 비행기를 받기 위해 그 이상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3월 1일 보잉사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446.01달러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채 열흘이 지나기 전인 3월 10일, 오전 8시 40분경 에티오피아에서 또 한대의 비행기가 추락했다 소식이 들려왔다. 아마 눈치가 빠른 전문가라면 이때부터 보잉의 추락을 예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비행기 모두 보잉사의 737MAX 모델이었다.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실수가 아닌, 기체의 결함일 수 있다는 가설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두 비행기 모두 이륙 1분 만에 고도조절에 실패하고 추락하기 전까지 비슷한 패턴으로 급강하를 반복했다는 데이터가 나오면서 가설은 진실 쪽으로 한 발을 더 내디뎠다.


치열한 공방이 시작되었다. 항공재난 소송 전문 법률회사인 크라인들러 앤 크라인들러(Kreindler & Kreindler)측은 두 건의 사고 모두 737 MAX 기종의 결함이 주요인이고 이는 보잉사의 무리한 경영전략의 결과라는 입장을 보인다.


그렇게 볼 만한 정황들은 충분하다. 1967년 첫 비행 당시 보잉 737 모델은 이전 727 모델과 비교하면 기수와 동체, 날개 등 외형은 크게 달라졌으나 엔진만은 이전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시 비행기들은 모델은 달라도 엔진은 대부분 CFM56 모델을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727에 비해 737 모델은 엔진 공간이 좁아졌다는 사실이다. 737은 날개가 727보다 더 낮게 위치했고, 이것이 엔진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었다. 엔지니어들은 원형의 엔진 실린더 대신 타원 모양의 실린더로 바꿈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비행기 결함을 주장하는 측은 바로 이 엔진의 개량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것.


어쨌거나, 초기 737 모델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지만, 개량모델인 737-200과 737NG에 이르러 보잉은 각각 1,114대와 7,000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한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1970년 설립된 유럽의 에어버스가 유럽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을 받으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999년에는 수주물량이 보잉의 그것을 넘어 서게 된다. 게다가 이 회사의 신제품인 A320이 인기를 끌 기 시작하면서 보잉은 급히 새로운 모델의 개발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보잉 안에 두 흐름이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모델을 다시 디자인하자는 견해와 신속히 A320 모델을 따라잡기 위해 기존모델을 개량하자는 의견이 그것. 고민 끝에 개량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무엇보다도 이전 모델의 조종사들이 재훈련을 받지 않도록 비슷한 조종환경을 채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했다. 이는 항공사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새 모델에 맞는 엔진의 개량은 여전 히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엔진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 물론 보잉은 펄쩍 뛰고 있 다. 이미 2016년 보잉과 미연방항공국(FAA)이 필요한 조사를 벌여 제기된 문제들을 모두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유족들에게 1억 달러의 보상액을 제시하고 있다.


사고 희생자 측은 이 금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보잉에 타격을 줄 만한 징벌적 차원의 배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소송대리인인 몰러 변호사는 경진이나 엔지니어들이 묵시적으로나마 엔진의 결함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나 내부고발자를 찾아 나서고 있는데, 이미 2014년 보잉사의 독일계 엔지니어인 뷔커벨러씨가 외주 부품 및 부분품의 조립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발한 사례도 있어, 보잉 측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들어 에어버스는 주문, 인도, 이익 모두에서 보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두 번에 걸친 737 MAX의 추락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고 직후 중국은 가장 앞서 기체결함 여부가 밝혀질 때까 지 해당 기종의 이륙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또 다른 속내도 있다. 중국은 2021년 737 MAX와 중거리 운송 경합기종인 C919의 생산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곧 보잉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 이다.


유럽 국가들은 대놓고 에어버스의 편을 들고 있는데 에어버스가 유럽 3개국 업체들이 출자한 회사인 만큼 이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 대부 분 737 MAX의 이륙을 중단하고 있고, 독일의 슈피겔, 프랑스의 르몽드 등 유럽 각국의 언론들 또한 번갈아 가며 보잉의 도덕성에 공격을 가 하고 있다.


각국의 이륙중단 자체는 보잉사의 손실이 아닌 각 항공사 손실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매출타격은 당연히 피하기 어렵다. 문제 기종인 737 MAX는 물론 차세대 장거리 운송기종인 777x의 매출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고, 이로 인한 손실효과는 약 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올 2분기 26억 달러의 기록적인 손실을 보이면서 경영진을 경악시키고 있다. 차세대 보잉기종의 대체품을 속속 내어놓으면서 빠르게 약진하고 있는 에어버스와 두 강자 사이의 틈에 끼어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국, 이런저런 점을 감안해볼 때, 세계 항공기 공급시장의 지형변화는 어쩌면 이미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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