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 없는 어쿠스틱…'일루와밴드'를 만나다

문화 / 이민재 기자 / 2019-09-11 14: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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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온기 주는 음악 하고파
음악 넘어 유튜버로, 팔방미인 꿈꾸는 일루와밴드

기술의 발전 덕분일까. 요새 음악 중엔 '기계음'을 사용하는 것들이 많다. 소위 말하는 일렉트로닉 장르부터 힙합 비트 등 트렌드에 충실한 음악은 신시사이저나 컴퓨터 가상악기의 화려한 소리를 전면에 내세워 귀를 사로잡는다.


당장 쇼미더머니나 가요프로그램에 나오는 음악들이 그렇고 빌보드 및 멜론 차트를 석권하는 노래들도 그렇다. 옛날 대학생들한테는 통기타 한 대와 꾸밈없는 목소리로 담백하게 그려낸 포크송이 인기였다던데. 요새는 소리도 맵·단·짠이 아니면 안 팔리는 모양이다.


▲ 일루와밴드 리더 박대정, 드럼 전승열, 건반 정근헌, 베이스 박하람, 보컬 김한슬(아랫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휴식처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루와밴드 제공]


그래서일까. 어쿠스틱밴드인 일루와밴드의 음악은 오랜만에 만난 휴식처 같았다. 이들의 대표곡인 '까만밤'이나 '툭' 같은 노래는 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느렸다. 자기 존재를 과시하는 자극적인 소리는 없었다. 일루와밴드의 기타와 베이스, 건반, 드럼은 '자기자랑'보다 '함께 잘 어울리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지난 8월 29일 〈UPI뉴스〉 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클래식기타와 콘트라베이스 각각 한 대씩을 들고 왔다. 다른 요란한 장비는 거의 없었다. 나무 울림통과 현에서 나오는 있는 그대로의 소리, 보컬의 맑은 목소리가 이들의 무기였다.

밴드명이 재밌다. 기타와 리더를 맡은 박대정 씨는 "2014년 즈음 나를 주축으로 학교 친구들과 함께 '버스킹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했던 게 시작이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팀을 꾸리니 사람들이 '팀 이름이 뭐냐'고 묻더라.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자작곡은 '일루와'라는 곡 하나였고 그냥 '일루와밴드'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그는 "'일루(이리로)와서 음악을 듣고 가라'는 의미도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일루와 밴드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은 '마음을 덥히는 음악'이다. 리더 박대정 씨는 "살다 보면 슬플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잖나. 그럴 때 사람들에게 온기를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통기타와 베이스, 건반, 드럼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만드는데, 악동뮤지션처럼 발랄한 음악이나 카페에서 나올 것 같은 잔잔한 노래들을 많이 만들고 연주한다"고 말했다.

요즘 밴드 내 가장 큰 화두가 뭐냐고 묻었다. 박대정 씨는 주저 없이 "유튜브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려고 꽤 많이 노력했다"라며 "꼭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예능이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닌지라 기획이나 제작 등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지금도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 일루와밴드 유튜브 페이지에 올라온 사극 콩트. 박하람, 박대정, 정근헌이 출연했다. [일루와밴드 유튜브페이지 캡처]


일루와밴드 유튜브 페이지(사진 첨부 하기)를 둘러보니 정말 다양한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주로는 개그 영상들. 멤버들이 내시, 왕, 죄인 등으로 분해 찍은 '사극 콩트'부터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복면 랩퍼 마미손의 '소년점프'를 패러디한 뮤직비디오까지 일루와밴드 특유의 발랄함이 묻어있었다.

▲ 일루와밴드 유튜브 페이지에 올라온 마미손의 '소년점프' 패러디 영상. 보컬 김한슬. [일루와밴드 유튜브페이지 캡처]


복면을 쓰고 나오거나 내시 역할을 맡는 등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베이스 연주자인 박하람 씨는 "이건 모두 리더 개인의 욕심"이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말을 그렇게 하지만,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건 멤버들 모두 한뜻"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컬 김한슬 씨 또한 "다들 재밌는 콘텐츠 보는 걸 좋아하고, 또 직접 기획해서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며 "다소 망가질 때가 있긴 해도 즐겁게 만드는 과정과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 모두 좋다"고 답했다.

인디밴드가 장수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각자의 음악적 색깔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올해로 데뷔 5년 차를 맞이했으니 일루와밴드의 역사도 그리 짧다고 할 순 없다.

이들이 팀워크를 유지하는 비결은 자기만 내세우지 않는 데 있었다. 리더 박대정 씨는 "밴드이다 보니 음악을 만들 때 리더인 나의 의견이 많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멤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끊임없이 서로 간에 교집합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스 연주자 박하람 씨는 "밴드는 각자 좋아하는 음악이 있어도 리더 주축으로 가는 게 맞다"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은 각자 솔로 앨범을 내는 등 개별 활동으로 할 수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루와밴드의 멤버들은 일루와밴드와 별개로 각자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날 인터뷰에는 나오지 못한 멤버인 정근헌(건반) 씨는 싱글앨범 '봄이 온다면' 같은 오케스트레이션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해 발매하기도 했고, 베이스 연주자 박하람 씨 역시 최근 '익숙함'이라는 발라드곡을 발매했다.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만 보여준 일루와밴드는 인터뷰 말미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사실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고 털어놨다. 경제적인 고민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웃는 표정 뒤엔 남모를 불안이 있다는 것이다. 박대정 씨는 "아무래도 인디 뮤지션이다 보니 생계유지나 비전에 대한 고민이 많다. 활동을 한다고 수익적인 게 늘 따라와 주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동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음악인의 길, 그런데도 일루와밴드가 5년이나 활동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박대정 씨는 "'내 음악 인생이 조만간 끝날 것이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오늘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산다"고 답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오늘 더 노력해야 한다'고 늘 자기암시를 한다는 것이다.

꿈이 뭐냐고 물었다. 박대정 씨는 "우리가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을 사람들이 어제보다 조금 더 많이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정 씨는 "머지않은 미래, 앨범을 또 낼 계획이다"라며 "앞으로도 일루와밴드만의 어쿠스틱한 매력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일루와밴드는 이날 〈UPI뉴스〉 와의 인터뷰에서 노래 두 곡을 들려줬다. 자신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까만밤'과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Lauv의 노래 'Paris in the rain'를 연주했다. 짙게 깔린 콘트라베이스 소리 위에 따뜻한 클래식 기타 사운드, 보컬 김한슬의 맑은 음색까지 모두 잘 어울린다. 일루와밴드의 이날 라이브 퍼포먼스는 
UPI뉴스가 운영하는 음악 전문 유튜브 채널 '민틀리'에 공개될 예정이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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