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특별기획⑤] "아마존 따라잡자"…4차 산업혁명에 빠진 유통 업계

산업 / 남경식 기자 / 2019-07-26 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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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대신 전화 걸던 '배달의민족', 배달 로봇 개발 '성큼'
유통 4.0시대…글로벌 유통 기업, ICT 기업 인수 릴레이

인터넷으로 책 주문이 들어오면 차를 끌고 우체국에 직접 방문해 소포를 부치던 사장이 있었다. 그는 DVD, 음반, 전자제품 등으로 사업 카테고리를 점차 넓혀갔다. 온라인 서점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고 해외로도 진출했다.


2017년에는 전 세계 29개국에서 절반이 넘는 사람이 그의 쇼핑몰을 이용했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 그는 2018년 지구 최고의 부자 자리에 올랐다. 아마존은 여전히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무인 오프라인 점포 운영, 자율주행 배송 트럭 및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접목에 앞장서고 있다.

아마존의 성장 스토리는 유통 산업이 첨단 기술을 결합해 발전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배송에 가장 용이한 형태를 갖춘 '책'에서 시작해 모든 물건을 팔게 된 온라인 쇼핑몰은 모바일 환경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빠른 배송' 경쟁의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자율주행과 드론 등 새로운 기술들로 타개책을 찾고 있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로 오프라인 매장만이 수행하던 기능도 위협하고 있다.

▲ 한국피자헛은 배달의민족과 함께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Dilly Plate'를 지난해 8월 약 2주간 시범 운영했다. [한국피자헛 제공]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아마존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2010년 론칭한 배달의민족은 사업 초창기, 앱을 통해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직원이 대신 음식점에 전화를 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이후 맛집 검색부터 주문,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했고, 현재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피자헛 매장에서 서빙 로봇 '딜리'를 시범 운영했다. '딜리'는 이제 카페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강남N타워 지하 2층에 위치한 로봇카페 '라운지엑스'는 핸드드립을 내리는 로봇(바리스)과 빵과 음료를 서빙하는 자율주행 로봇(팡셔틀)을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는 라운지엑스가 자체 개발한 로봇 핸드드립 알고리즘으로 일정하게 최상의 커피를 제공한다. 그리고 팡셔틀이 바로 '딜리'다. 라운지엑스가 위치한 공간 '레귤러식스'에는 총 6개의 음식점에 푸드테크가 접목됐다. 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 관련 산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 등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귤러식스의 고깃집 '산방돼지'에서는 인공지능(AI)이 최적의 고기 숙성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에이징룸'을 활용한다. 또 레귤러식스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한 예약 및 결제 서비스가 적용된다. 손님들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선불카드를 구매한 뒤 바로 결제할 수 있다. 레귤러식스를 운영하는 '라운지랩' 황성재 대표는 "레귤러식스는 푸드테크의 선두 주자로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외식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라운지랩 황성재 대표가 6월 13일 열린 레귤러식스 오픈 기념 간담회에서 로봇카페 '라운지엑스'에서 운영하는 서빙 로봇 '팡셔틀'을 소개하고 있다. [월향 제공]

강남N타워에는 조만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극단을 달리는 외식 업체들이 공존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건물 1층에는 올해 안으로 블루보틀 국내 3호점이 오픈할 예정이다.


블루보틀은 '커피에 대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값진 경험을 선사한다'는 이념으로 바리스타들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제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블루보틀은 국내 점포에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설치하지 않으며 오로지 커피에만 집중하라는 콘셉트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유통 산업과 첨단 기술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유통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유통 4.0시대에 대응하는 '유통산업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베이코리아, 11번가, 현대홈쇼핑, 신라면세점, CJ푸드빌, GS리테일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CEO들이 참석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 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단순한 상품 서비스의 거래 중개가 아닌 생산과 소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유통 4.0'의 시대로 진입 중"이라고 밝혔다. VR/AR 가상 스토어 구축, 드론 기반 물품 배송시스템 구축사업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도입 촉진 방침도 공언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017년 '유통 4.0 시대, 리테일 패러다임의 전환' 보고서에서 "유통 4.0으로 거래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등 효율성이 증대됐고, 제조사와 고객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크게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KPMG 인터내셔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유통산업과 ICT 산업 간 M&A 거래 건수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연평균 6.8% 증가했다. 2016년 글로벌 유통 시장 내 전체 M&A 거래 건수 중 유통 기업이 ICT 부문 기업을 인수한 비중은 16.2%에 달했다. 유통 기업의 ICT 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 경기도 안산시 양상동 SK가스 경기태평양충전소 안산지점에 들어선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내부 모습 [세븐일레븐 제공]

국내 유통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고객 행동 이력, 고객 성향 분석, 개인화 기반 추천 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TV홈쇼핑 방송 상품을 최적의 조합으로 자동 편성하는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였던 차세대 POS(판매 시점 정보관리) 시스템을 올해 4월 전국 1만3000여 매장에 도입 완료했다. 또, 단말기가 고장 나거나, 정전 발생 등 POS 시스템 운영이 어려운 비상시에도 정상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모바일 POS 시스템'도 구축했다.

무인 계산대 및 점포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는 전국 60여 점포에 무인계산대 350여 대를 설치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무인 편의점 '시그니처'와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지난 5월 무인 매장 '셀프 스토어'를 열었다. 이니스프리는 디지털 자판기 '미니숍'도 운영하고 있다.

유통 업계 오너들도 4차 산업혁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단순히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일부 활용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모든 경영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사업구조에 적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아마존이 고객에게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신세계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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