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패를 인정할 용기 없는 아베

경제 / 류순열 기자 / 2019-08-16 14: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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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가 시행된 지 만 7년이 다 됐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재정확대·금리인하·양적완화다. 한마디로 돈을 최대한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발상이다.

“잃어버린 20년을 찾겠다"던, 아베노믹스의 꿈은 실현되고 있을까. 반대다. 이상은 아름다웠겠으나 현실은 비루하다. 경제 회복은 미약하고 물가는 오르지 않는다. 돈을 풀고 풀었는데도 작년 경제성장률은 0.8%에 그쳤다.


▲ 류순열 경제에디터

일본 학계 일각의 평가는 신랄하다. 노구치 유키오 히토츠바시(一橋) 대학 명예교수는 "아베노믹스 6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지위는 오히려 저하됐고 특히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중국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동안 아베는 의미 없는 금융 완화 정책을 펼치며 4차 산업에서 이렇다 할 기업 육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과거 경제대국의 영광은 점점 아득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동력은 거의 소진됐다. 돈을 푸는 두 개의 루트, 재정과 통화 정책 여력은 바닥났다. 국가부채는 GDP(국내총생산)의 2.4배로 그 비율이 세계 최고이며,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로 더 내릴 수도 없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은행이 과연 언제까지 국채 매입과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며 "앞날에 관해 의문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터에 오는 10월 소비세 인상(8 →10%)이 대기중이다. 휘청거리는 아베노믹스에 다시 강펀치가 꽂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의 뿌리는 한일 과거사다. 하지만 이 게 전부는 아닌 듯 하다. '외부 공격'으로 '내부 모순'도 덮으려 했는지 모른다. "뭘 해도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내부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카미카제식 외부 때리기"(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라는 해석이 국내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미국 최대 정치컨설팅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맨 아시아연구실장도 "이번 사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부정적 시선을 외교적 이슈로 분산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살기를 원하느냐?", "무사를 희롱하지 말라." 김훈 장편소설 <칼의 노래>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이 스물세 살의 왜군 포로 아베 준이치를 신문하는 대목이다. 다시 묻는다. "죽기를 원하느냐?" "내 손으로 죽기를 원한다. 칼을 빌려달라." 아베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은 직접 아베를 베었다. 셋째 아들 면의 죽음에 대한 복수였다. 왜군은 명량해전 패배 후 이순신 장군의 고향 아산을 급습했다. 아베는 '아산작전'에 투입된 병사였고, 스물한 살의 면은 이들과 싸우다 죽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아베에게서 결과에 승복하는 결기가 느껴진다. 현실세계의 아베 총리도 정치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형국이다. 그도 스물세 살의 아베처럼 초연할 수 있을까.


이미 수년전 국내 저명한 경제학자 A는 아베노믹스를 두고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 틀렸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를 부정하듯 실패를 인정할 용기도 없는 듯 하다. 외부 공격으로 내부 위기를 모면하려는 지금의 작태가 증거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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