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완전고용 상태? 실업률 통계의 허와 실

경제 / 류순열 / 2019-09-11 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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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소비자물가 등등 통계는 왜 늘 체감하기 어려울까

일자리 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인가. 8월 고용통계가 고무적이다. 취업자는 8월 기준 5년내 가장 많이 늘었다. 실업자는 근 9년내 가장 많이 줄었다. 실업률은 3.0%로 떨어졌다. 통계로만 보면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상태다. 여전히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는데 완전고용? 체감할 수 없는 통계다.

소비자물가는 어떤가.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04% 하락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첫 마이너스다. 높은 주거비에 짓눌리고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뒷걸음질친 물가를 체감할까. 흐름은 반대다. 오히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괴리는 더욱 벌어졌다. 통계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걸까.


▲  8월 고용통계가 고무적이다. 취업자는 큰폭으로 늘고 실업자는 줄었다. 실업률이 3.0%, 완전고용 상태다. 청년 취업난은 여전한데 이 무슨 괴리인가. 사진은 지난해 취업박람회장 풍경.[문재원 기자]


진짜 백수 배제하는 실업률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9년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는 2735만8000명. 1년 전보다 45만2000명 늘었다. 8월 기준으로 증가 폭이 2014년(67만 명) 이후 5년내 최대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보여주는 고용률은 61.4%. 전년대비 0.5%p 상승했다.


실업자는 전년대비 27만5000명 줄어든 85만8000명. 2013년 8월 78만3000명 이후 6년내 가장 적다. 실업률은 전년대비 1.0%p하락한 3.0%로 낮아졌다. 경제학에서 실업률(경제활동인구중 실업자 비율)이 3∼4%면 완전고용 상태로 본다. 완전고용이란 노동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된 상태를 말한다.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는데, 한 집 걸러 '백수'라는데 완전고용 상태라니, 숱한 청년들이 가슴을 칠 일이다. 이런 괴리가 왜 발생하는가. 공식 실업률 기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A 씨는 졸업 전부터 여러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낙방에 지친 나머지 올해 들어서는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속칭 ‘백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국가 공식통계에서 A는 실업자가 아니다. 구직단념자인 탓에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선 ‘백수’라도 구직활동을 해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공식 실업률 통계가 국민 체감수치보다 늘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의 고용통계는 매월 15일이 포함된 1주간(일∼토요일)을 조사기간으로 하는데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불완전취업자(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 중 새로운 취업희망자)나 구직활동 없이 학원 수강을 하는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 ‘잠재 실업자’는 정부 공식 실업률에서 빠진다.


그래서 민간연구기관에선 잠재 실업자를 포함해 별도 실업률을 산출하는데, 정부 실업률의 두 배에 육박하곤 한다.


서민 화나게 하는 소비자물가


소비자물가 역시 국민 체감도와는 거리가 멀다. 당장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서민이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괴리는 더욱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물가인식(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인식한 물가 상승률 수준)은 8월에 2.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0.0%보다 2.1%p 높았다. 최근 6년내 가장 큰 괴리다. 물가인식은 한은이 전국 도시 25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하는 수치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말해주는 지표다.


이러한 괴리 역시 불가피한 것이다. 통계라는 객관적 수치와 각자가 느끼는 주관적 판단 사이의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는 일상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460종의 가격 변화를 평균해 반영하지만 체감물가는 개인이 자주 접하는 몇몇 품목에 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정 수준 괴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일본처럼 소득분위별 물가지수 산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통계청은 이러한 괴리를 줄이기 위해 홈페이지(http://kosis.kr/myPrice)에서 나의 물가 체험하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가 소비하는 품목을 선택해 나의 물가를 산출, 공식 물가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  통계청 홈페이지(


아파트가격 상승은 통계 물가를 끌어올릴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통계청이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아파트값은 포함되지 않는다. 전·월세가 포함될 뿐이다. 아파트값은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데도 정작 물가지수를 산출하는 데는 빠진다.

이는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가 동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를 보면 8월 서울지역 아파트매매지수는 100.2(2019년1월=100기준)로 1년전 94.1에 비해 6.4%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가 된 상황과 대조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주체별로 볼 때 아파트 매매가 일상적인 것은 아닌 점 등의 이유로 물가지수 산출에서 제외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체감물가와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폭등기의 소비자물가 추이를 보면 확연해진다. 2000년대 초중반 전국 아파트가격이 2003년 14%→2004년 0.5%→2005년 12.4%→2006년 25.6%로 폭등세를 잇는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저 2.2%, 최고 3.6%에 그쳤다. 특히 아파트가격이 최고로 폭등한 2006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 불과했다.

같은 이유로 아파트값 하락 역시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리지 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전국 아파트값은 1.9%가량 하락했지만 그해 소비자물가는 4.7% 뛰었다.
 

▲ 마크 트웨인은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통계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데이터 오류로 그럴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왜곡할 수도 있다. 그래서 <벌거벗은 통계학>의 저자 찰스 윌런은 판단력이 수학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평균의 함정


통계학에 '평균의 함정'이란 게 있다. 미국 시애틀의 중산층이 주로 찾는 술집의 긴 테이블에 열 명이 앉아 있다. 그들은 각자 1년에 3만5000달러를 번다. 즉 연평균 소득이 3만5000달러다.


그 때 빌 게이츠가 들어와 열한 번째 의자에 앉는다. 그의 연소득이 10억달러라고 가정해보면 술집 손님 열한 명의 연평균 소득은 9100만달러로 치솟는다.


'벌거벗은 통계학'(Naked Statistics)의 저자 찰스 윌런의 비유다. 여기에서 평균은 술집 손님들의 보편적 재정상태를 나타내지 못한다. "통계상으로 맞지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통계 없이 경제를 분석하고 전망할 수 없다. 국가 정책을 세울 수도 없다. 그러나 통계에 숨은 함정은 마땅히 경계할 일이다. 정밀하다고 해서 정확한 것은 아니다. 통계에서 정밀함과 정확성은 별개다.


"통계학에서 중요한 것은 대량의 정밀한 수학계산이 아니라 사회 현상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찰스 윌런)이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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