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말싸미] 패피들이여 깨어나라…'컨셔스 패션'으로 겨울나기

문화 / 김혜란 / 2019-12-07 10:00:05
비건부터 리사이클까지…친환경적인 '컨셔스 패션' 대두
인기 아이템 '뽀글이' 재킷…"플라스틱 재활용해 만들어"

최근 대두된 '컨셔스 패션'은 IMF 시절의 '아나바다'와 닮았다. '풍요의 시대에 왜?'라는 반응도 있겠지만 지구를 위해 이제라도 '패스트 패션'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미국의 파타고니아는 아나바다 운동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옷을 수선할 수 있는 '원웨어(Worn Wear·닳아빠진 옷) 트럭'을 제작해 전국을 돌며 '사지 말고, 오래 입자'라는 자사의 미션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간 우리는 '골라 입는' 즐거움에 살았다. 그러나 새로운 디자인의 홍수 속에서 눈 깜짝할 새 유행에 뒤처진 옷들은 모두 쓰레기가 됐다. 이때 컨셔스 패션은 '신중히 고른다'는 소비 태도이다. 자원을 아껴 쓰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윤리적 패션', 동물의 삶의 터전을 뺏지 않는 '비건 패션', 버려진 것들을 되돌아보는 '리사이클 패션' 등을 의식 있는 소비라고 볼 수 있다.

▲ 산 채로 목과 가슴에 난 털인 다운이 벗겨진 거위들. [베리구스 제공]

#거위의 눈물에서 #거위의 꿈으로


거위나 오리 한 마리에서 나오는 '다운'은 60g 정도로, 패딩 한 벌에 많게는 25마리가 필요하다. 생후 10주부터 6주 간격으로 털이 뽑히는데 매년 약 200만 마리가 희생된다. 특히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이라고 해서 산 채로 털과 살이 뜯긴다.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에 쇼크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또 농장주들은 생산량을 위해 동물들에게 상당한 양의 사료를 억지로 먹이는 등 '식(食) 고문'을 가하기도 한다.

패션업계는 지난 2014년 이 같은 방식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윤리적 다운 인증(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제도를 내놨다. 자연의 강탈이 아닌, 자연에게서 '얻기' 위해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RDS를 검증하는 기관은 라이브 플러킹을 금지하는데 식용으로 도축돼 죽은 동물들의 털을 세척하고 가공한다. 또 좁고 비위생적인 사육장이 아닌 스트레스 없고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정상적인 급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RDS보다 더 엄격한 기준인 'TDS(Traceable Down Standard·다운 생산과정 추적 인증)'를 내세우며 거위, 오리알을 생산하는 농장까지 검증하며 '태초'부터 깐깐하게 살펴본다.

▲ 파인애플 이파리에서 추출한 물질인 피나텍스로 만든 앵클부츠. [피나텍스 생산 업체 'Anas Anam' 웹사이트 캡처]

#주방을 #나온 #채식

비건은 단순히 먹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입고, 바르고 등 피부에 닿는 모든 것에서 동물성 제품을 거부한다. 따라서 RDS 인증 등 윤리적인 과정에서 생산된 제품일지라도 동물에게서 얻은 것은 일절 쓰지 않는다.

비건은 동물의 희생 없이도 따뜻한 겨울을 난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비건 채식을 한 후 솜 패딩만을 입고, 지갑 역시 식물성 코르크로 만든 제품을 쓴다"고 전했다. 솜 이외에도 '인공충전재'를 활용한 제품도 비건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다만 비건이나 동물권단체 등 환경보호에도 관심이 많은 이들은 "동물을 착취하는 상품을 거부하되, 하나의 상품을 오래 입는 것도 중요한데 장기적으로는 모든 소비가 자연이나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고 입을 모은다.

파인애플로 만든 가죽 신발도 있다. 독일 유명 브랜드인 휴고보스는 파인애플 이파리로 만든 소재인 '피나텍스(Pinatex)'신발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가죽 생산에서 상당한 양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데 일명 '파인애플 신발'은 그렇지 않다. 이 신발 밑창에는 독성물질이 포함된 폴리염화비닐(PVC)을 대체해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을 이용했고, 또 신발 끈은 100% 유기농 순면 재질을 사용했다.

▲ 리사이클 업체에 쌓여있는 페트병들. [셔터스톡]

#뽀글이의 #'속'사정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플리스(Fleece)'가 올겨울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민재킷'으로 불리는 이 외투는 사실 출생의 비밀(?)이 있다. 본래 플리스는 '양털'이란 뜻으로 해당 소재로 만든 외투를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이 많으며, 한 벌당 500mL 페트병 500개가 쓰인다고 한다.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플라스틱이 '착한 패션'으로 거듭난 셈이다.

다만 가격은 그리 착하지 않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의류의 원가는 일반 의류보다 평균 15% 정도 비싸다. 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낼 수 있는 업체들이 몇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LF, 삼성물산 등 국내 대기업 업체들이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2019년 주력 라인의 79%를 버려진 이불과 베개 등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충전재로 만들었다. 또 폐기품의 세척과 소독과정에서 온천수를 사용하고, 이 물은 정수 후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소재뿐만 아니라 전 공정 과정에도 '아나바다'가 실천된 것이다.

#컨셔스 패션
'Conscious(의식 있는)'와 'Fashion(패션)'을 합친 말로 소재 선정에서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에서 생산된 의류 및 그런 제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를 줄인 말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1998년 IMF 구제금융에서 조기에 벗어나고자 벌인 전국민적인 운동이다.

#패스트 패션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의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패스트푸드(Fast Food)에 빗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한다.

#다운
다운(Down)은 새의 가슴·겨드랑이 부위에 나는 솜털이다. 구스(Goose Down)이라고 하면 거위 솜털, 덕 다운(Duck Down)이라고 하면 오리 솜털을 뜻한다. 다운은 다른 합성소재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보온력이 뛰어나다.

#비건
채식은 보통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부터 '프루테리언(fruitarian)'까지 총 8단계로 구분된다. 이중 '비건(vegan)은 가장 엄격한 단계인 채식주의(자)로, 육류·해산물·유제품 등을 섭취하지 않는다. 비건은 식습관에만 국한된 개인적 선호나 기호는 아니다. 이들은 동물의 가죽과 털로 만든 의류를 피하고,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도 쓰지 않는다. 아울러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파괴하여 생산되는 팜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플라스틱 사용도 반대하며 자연과 동물 보호에 대한 각별한 신념을 가진다. 따라서 '비건 패션'이란 공정 과정에서 자연의 섭리를 따른 제품만을 선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인공충전재 종류
웰론(Wellon)은 국내 기술로 만든 신소재로서 저렴하면서도 동물성 패딩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각광 받고 있다. 신슐레이트(Thinsulate)는 물에 젖었을 때도 보온성을 유지하고 건조가 빠른 소재다. 미군 침낭 소재로 쓰인 프리마로프트(Primaloft) 소재는 습기에 강하고 보온성이 좋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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