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형제자매의 갈등을 어떻게 대처할까

문화 / UPI뉴스 / 2019-12-19 16:14:44
▲ 남매가 싸운 뒤 서로 토라져 있는 모습이다. [셔터스톡]

세밑이 다가온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간 겪은 여러 변화를 가늠해보는 시기다. 외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때로는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한 해를 정리해 보고픈 때다.

이런 때 일상에서 갑자기 자녀들끼리 고성이 오가며 다툰다면 어떨까. 차분한 생각은 휘발되어 버릴 듯하다. 자녀들끼리 싸우는 이유는 대부분 큰 일 탓이 아니다.

'왜 화장실을 맨날 먼저 사용하느냐, 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느냐, 공부하는데 왜 TV는 켜냐, 내가 먹으려고 사놓은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버렸느냐, 언니만 늘 새 물건을 사주느냐, 동생 편만 드느냐. 먹는 데 누구는 더 신경써주고 누구는 주워 온 자식 취급하느냐' 등과 같이 사소한 문제다. 이런 상황은 종종 부모의 에너지를 다 앗아버린다. 때때마다 그 갈등을 해결하려 하면 부모는 자기 삶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늘 두통이 생길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자녀들이 각종 정보를 많이 접해서인지 예전 아이들보다 세태에 밝다. 물질적인 셈법에 민감하다. 언젠가 지인에게서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둘째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집값파동에 대한 뉴스의 영향을 실감했다고 한다.

"나 학교 옮기는 문제 때문에 여기로 이사를 왔잖아요? 내가 중학교 들어가고 우리 집값이 많이 뛰었잖아요? 그러니까 언니보다 저한테 유산을 많이 물려줘야 해요. 제 덕분이니까요"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더라고 했다. 부모 세대와 다른 면을 보았다고 한다.

또 형제 중 누구는 학비를 많이 대주고 자신은 거의 장학금 받고 다니고 했으니 보상을 바라는 자녀도 있다고 한다. 매사에 부모의 입장이 난감한 경우가 많아졌다. 물질적인 면뿐일까. 부모가 누구는 더 배려하고 자신은 홀대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가정에서나 있다.

'외동이'가 많은 지금은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을 겪지 않는 가정이 많아졌다. 그러나 둘 이상의 형제자매 사이에는 출생서열에 따른 갈등문제가 일상의 평화를 깨뜨리곤 한다. 이런 갈등은 자칫 자녀들의 성격에 고착되어 평생 사회활동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녀는 흔히 부모가 자기 아닌 다른 형제자매를 더 편애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녀들이 서로 싸울 때 부모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꺼번에 동시에 나무라면서 "너는 이러이러한 점이 잘 못되었어. 네가 큰애니까 좀 참아야지"라고 동생 앞에서 나무라면 안 된다. 동생에게는 "형(언니)이 너보다 더 나이가 많은데 그렇게 대하면 되니? 너 학교에서 선배한테도 그렇게 해?"하면서 심판관 역할을 하면 갈등은 증폭되고 만다. 자녀들 마음에 억울함만 남게 된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사회환경적 요인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유년기 초기의 6년이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가족 관계가 성격발달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십대 이후 성장기에도 늦지 않다. 자기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신감과 용기를 키워 줄 수 있는 기회이다.

아들러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가족패턴 가운데 출생순위에 주목하였는데, 단순한 형제자매간의 서열보다는 이에 수반되는 상황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인 지각을 중시하였다. 자녀들의 갈등 역시 같은 사건인데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른 경우가 많다. 자녀 스스로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선택하고 평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녀가 무엇보다 상황을 인정하고 바라보게 한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게끔 돕는다.

건강하게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에게 이로운 결정과 선택을 할 줄 아는 자녀로 키워야 한다. 자기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녀는 부모가 아무리 잘 해주어도 항상 불평이 많다. 자녀가 서로 갈등을 겪을 때 자녀에게 일대일로 애착과 공감을 보여야 한다. 자녀는 부모가 때로 자기만을 위해 시간을 내주기를 원하고 있다.

말은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내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아이를 낳고 길렀지?"하고 말해 본다. '나에게서 이렇게 훌륭한 자식이 나오다니!'하고 일부러 감탄도 해 본다.

칼 융이 말한 것처럼 모든 아이는 그 내면에 놀라운 아이(Wonderful Child)의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녀의 좋은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연습을 자녀가 더 나이 들기 전인 성장기부터 자주 게임처럼 스스로 해 본다. 그리고 기록해본다. 자녀가 지닌 잠재력이나 좋은 면들이 발굴될 것이다.

부모 생각보다 아이들은 대견하고 성숙하다. 오히려 부모가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은 부모 자신의 내면인지도 모른다. 부모라는 저수지에 사랑이 풍성해야 자녀의 논밭에 물을 흘려보낼 수 있다. 없는 에너지를 쥐어짜서 아이를 사랑하기는 어렵다. 부모부터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면서 자녀 사이의 갈등을 바라보자. 자녀싸움이 성장과정에 필요한 단련으로 보일 것이다. 그럴 때 아이는 가방끈을 좀 더 당기며 쌩긋 웃으면서 힘차게 집을 나설 것이다.

■ 부모 입장에서는 소리치는 아이, 폭력을 쓰는 아이를 더 신경 쓰기 마련이다. 그런 아이가 가장 내면이 약한 아이다. 뭔지 자연스럽게 안 되니까 그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요구해도 돼, 말해도 돼. 화내도 돼. 짜증나면 내도 돼."라고 다독인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단 폭력은 더 문제를 키우게 되니, 절대 안 돼. 너도 힘들어서 그런 거지만."하고 당부한다.

■ 구체적인 상황만을 가지고 설득하거나 훈육한다. 화장실 문제면 화장실 문제, 옷 입는 문제면 그 문제만 다룬다. "넌 왜 늘 참을성이 없니? 넌 왜 이기적으로 생각하니? 좀 제대로 살아라."라는 식으로 자녀의 인격 전체를 진단하고 판단하는 말은 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 성이 다른 남매의 경우는 더 각별히 조심한다. 남매가 다른 성에 대해 존중하는 인식을 가져야 후일 이성과 바람직하게 교제할 수 있다. 딸은 공감능력이 좋고 부모에게 순종적인 편이다. 그렇다고 딸들의 의견과 주장을 가볍게 여기고 무조건 참으라고 하지 않도록 한다. 딸일수록 의견을 더 묻고 존중해 주어야 건강하게 자란다.

■ 첫째와 둘째는 각기 다른 사회적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에 대해 부모는 공감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번 큰애는 영원히 큰애', '막내는 영원한 막내'라는 도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 아이의 독특한 개성을 눈여겨보자. 언제 기분이 좋아지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지 관심을 둬 보자. 특히 첫째에게는 과도한 책임감 혹은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둔다. "네가 그런 기분을 느꼈구나, 동생이 참 미워지겠다. 섭섭하지. 넌 동생보다 더 많이 아니까 도와주려고 한 건데 동생은 간섭이라고 대들었구나. 너무 첫째라고 부담 갖지 않아도 돼.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뭔데?"라고 운을 띄워 본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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