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추풍(秋風) 앞에 윤석열 '檢' 녹슨 '劍' 되나

사회 / 주영민 / 2020-01-23 14:58:27
'살아있는 권력' 조준 검사들 지방 전보 많아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린 조직 쇄신형' 평가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도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인물이 모두 전보 조치되면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청와대 등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차장급 검사들이 지방 등으로 전보조치된 것을 두고 예정된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조국 전 장관 가족 비리 수사를 이끌어온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부산동부지청장으로, 한석리 4차장은 대구서부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앞서 법무부는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에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발령냈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 자리로 이동했다.

이른바 현 정권에 칼을 겨눈 '윤석열 사단'이 해체수준으로 쪼개진 것이다.

검찰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듯 법무부는 이번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 배경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조정 등 검찰개혁 관련 법령이 제·개정되고 직제개편이 이뤄짐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필수보직기간 1년을 회피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 수사팀을 해체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며 차장 검사와 달리 현안사건 수사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등을 대부분 유임시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갓집 항명 사건' 당사자인 양석조 대검찰청 선임연구관을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시키는 등 현 정권 수사의 핵심인물이 줄줄이 좌천된 결과를 두고 검찰 반발 기류가 수면 위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중간간부의 핵심인 차장급 인사가 이렇게 나왔는데 부장급 이하 평검사를 유지했다는 게 변명의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한 것에 대해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검사도 "현 정권에 대한 수사 부서의 핵심 책임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며 "결재라인을 무시하고 수사를 할 수 있는 검사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 기류와 달리 일각에서는 몇몇 수사 책임자의 교체 사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이번 인사가 고강도 문책보다는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린 조직 쇄신형 인사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검찰청에 대한 물갈이를 제한적으로만 단행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부장검사 이하 인사에서는 수사방해 등 논란을 해소하고자 주요 사건 수사팀 실무검사를 잔류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대검 과장급 중간 간부들은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이번 인사 단행으로 공염불이 됐다는 점이다.

앞서 고위급 인사에서도 윤 총장과 마찰을 빚었던 추 장관이 이번 인사에서도 사실상 검찰 측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 장관의 두 차례에 걸친 윤 총장 패싱 여파가 향후 현 정권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현실화할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의 인사권이 살아있는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는 데 사용한 것으로 결론 날 정도로 수사의 동력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4·15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민감한 검찰 수사의 변화가 불러올 파장은 국민의 평가에 달려있고 그 문은 이제 막 열린 것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개혁이라는 화두가 검찰 인사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 정권 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인사 여파로 수사 동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보인다면 그에 대한 반발기류가 총선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 주영민 기자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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