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UN 대북제재에도 북한의 사치품 수입 증가세

정치 / 김당 / 2020-01-28 15:37:41
[데이터로 김정은 읽기] 시계가 증가세 이끌어…귀금속·모피·전자기기·차량·골동품 감소
'김정은 하사품' 인기 시계 늘고 차량 수입 감소…제재 구멍 뚫은 '김정은 벤츠' 논란 탓?
국정원의 '대북 반출 승인대상 사치품 목록(13개 품목) 기준 수입액'(2018~2019년) 분석
북한 관영매체, 일본 비난하며 남한의 일제 수입반대 보도…김정은은 일제 '렉서스' 타
유엔(UN)의 대북제재와 미국, 유럽연합, 한국 등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사치품(통일부 고시 13개 품목) 수입액 총액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벤츠 마이바흐 S600 가드'를 개조한 무개차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위는 이 차량 반출이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잇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협상 분위기가 지속된 2018년의 경우, 북한의 사치품 도입액은 1억3788만 달러(환율 1150원 적용시 1586억 원)로 추산되었다. 하지만 남북한 및 북미 관계가 교착된 2019년 상반기의 경우 사치품 도입액이 8304만 달러(한화 955억 원 상당)로 추산되어 상반기에 이미 전년도 수입총액의 60.2%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2018년 사치품 수입액(1억3788만 달러)은 이전 시기의 사치품 수입액(2015~2017년간 평균 6.4억 달러)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에는 사치품 수입액이 전년 대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이는 〈UPI뉴스〉가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대북 반출 승인대상 사치품 목록(13개 품목) 기준 수입액'(2018~2019년 상반기)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이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북한의 사치품 품목별 수입액 현황'(한국 정부의 2009. 7 대북 반출통제 사치품 목록 기준)에서 "통일부가 공고한 '대북 반출 승인대상 사치품 목록'을 기준으로 볼 때 2018년 북한의 사치품 도입액은 최대 1억3788만 달러로 추산되며, 2019년 상반기의 사치품 도입액은 최대 8304만 달러로 추산된다"면서 13개 품목별 수입액을 보고했다.

북한의 사치품 수입액 현황(2018~2019년 상반기)

연도별

2018년

2019년(상반기)

HS코드

품목명

수입액

(만 달러)

점유율(%)

수입액

(만 달러)

점유율(%)

22

주류

4,211

30.5

1,951

23.5

33

화장품

1,283

9.3

552

6.6

42

가죽제품

571

4.1

275

3.3

43

모피제품

500

3.6

110

1.3

57

양탄자류

146

1.1

56

0.7

71

귀금속류

72

0.5

2

0.02

85

전기·전자기기

812

5.9

11

0.1

87

차량 및 부품

201

1.5

21

0.3

89

선박

0

0

0

0

90

광학·의료기기

1,040

7.5

650

7.8

91

시계 및 부품

4,642

33.7

4,525

54.5

92

악기

264

1.9

150

1.8

97

골동·예술품

46

0.3

1

0.01

합계

13,788

100

8,304

100

*한국 정부의 대북 반출통제 사치품 목록(HS코드 13개 품목) 기준(자료출처 : 국가정보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결의 제1718호, 2006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 조치로 대북 사치품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통일부는 유엔 안보리 권고지침에 맞춰 '반출·반입 승인대상 물품 및 승인절차에 관한 고시'(2009. 7)를 통해 사치품 목록(주류 등 13개 품목)을 공고해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포도주 등 주류 △향수 등 화장품 △핸드백 등 가죽제품 △모피제품 △양탄자류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전기∙전자기기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요트와 유람용 선박 △카메라 등 광학기기 △휴대용 시계 △피아노 등 악기 △골동∙예술품 등 13개 품목을 북한에 반출하려면 통일부장관의 개별적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대북 반출 승인대상 사치품 목록 기준 수입액'(2018~2019년 상반기)을 13개 품목별로 보면, 특히 휴대용 시계 및 관련 부품의 수입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치품 13개 품목 중 점유율 1위인 시계 및 부품은 2018년에 4642만 달러로 사치품 수입총액의 33.7%를 차지했다. 그런데 2019년에는 상반기에 이미 시계·부품 수입액이 4525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도의 97.5%에 육박했다. 2019년(상반기) 시계·부품의 점유율도 사치품 총액의 54.5%로 전년도보다 크게 늘었다.

고급시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부대 시찰이나 인민경제 현장지도, 단위 부문별 경축·기념일에 하사하는 선물, 이른바 하사품의 중요 품목이다. 남한에서는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시계를 차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고급시계가 중요한 혼수품(婚需品)이자 생활 필수품이다.

▲ 영화 '공작'의 한 장면. 흑금성 공작원(황정민 분)의 북측 파트너인 리명운(이성민 분)이 흑금성이 선물한 롤렉스 시계를 들어보이고 있다. [CJ E&M 제공]

2018년에 개봉되어 화제가 된 영화 '공작'에서도 남측 흑금성공작원이 진품과 진배없는 '짝퉁 롤렉스' 시계를 북측 인사들에게 선물하고 자녀의 혼사를 앞둔 북한 노동당 간부를 매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단일 품목의 수입액이 크게 늘어 지난해 상반기에 사치품 총액의 증가세를 이끈 시계를 제외하면, 모피제품, 귀금속류, 전기∙전자기기, 차량 및 부품, 골동∙예술품 같은 사치품은 크게 감소 추세이다.

이에 따라 수입액 기준 점유율 순위도 2018년 △시계(33.7%) △주류(30.5%) △화장품(9.3%) △광학·의료기기(7.5%) △전기·전자기기(5.9%)에서, 2019년 △시계(54.5%) △주류(23.5%) △광학·의료기기(7.8%) △화장품(6.6%) △가죽제품(3.3%) 으로 변동이 생겼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과 군부대 시찰 등에서 몇 차례 언론에 노출된 '벤츠 마이바흐' 같은 호화 승용차의 경우 대북 제재대상임에도 북한에 반입된 것으로 드러나 제재의 허점과 실효성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이번에 차량 수입액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 조치로 2006년에 '사치품'의 북한 반입을 금지했고, 2013년에는 사치품 범주에 '호화 자동차'를 명시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북러 정상회담(블라디보스토크), 6월 북미 정상회담(싱가포르), 9월 남북 정상회담(평양) 당시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와 '마이바흐 62s' 두 대의 리무진을 전용차로 사용해 불법 반출 및 제재 위반 논란이 제기되었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는 기존 '마이바흐 S600 가드'의 업그레이드 리무진 버전으로 연간 10여 대만 생산되는 특수 방탄차이다. 주문 제작이기 때문에 대당 가격은 10억 원을 호가하며 5톤이 넘는 무게에 차체와 유리는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도 뚫을 수 없는 독일 최고 수준(VR9 등급)의 방탄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엔 제재를 뚫고 어떻게 반출되었는지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2018년 9월 미국 상무부는 벤츠 리무진을 북한에 수출한 혐의로 중국과 홍콩 기업을 제재(수출입 금지) 명단에 추가했다. 또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도 지난해 3월 연례보고서에서 북러, 북미, 남북 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전용차에 대해 "명백히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7월 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보고서와 자체 취재를 통해 김정은 마이바흐 S600 2대의 이동 경로를 추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차량은 2018년 6월 컨테이너 두 대에 실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출발해 '중국 다롄→일본 오사카→한국 부산항→러시아 나홋카항'에 이르는 복잡한 '경로세탁' 과정을 거쳐 불법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 유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불법 반출된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차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북러(2018. 4 블라디보스토크), 북미(2018. 6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탄 '벤츠 마이바흐 S600'와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2019. 11 창린도), 양덕온천 준공식(2019. 12) 당시 포착된 일제 '렉서스 LX570'.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캡처]

그럼에도 이를 비웃듯, 지난해 12월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서 김정은의 전용차로 보이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 SUV'가 추가로 포착되었다. 'LX570' 모델로 추정되는 렉서스 SUV는 앞서 김정은의 11월 서부전선 창린도 방어부대 시찰에서도 포착된 바 있다.

김정은이 주로 비포장 도로나 군부대가 있는 험지에 갈 때는 이 일제 SUV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관영매체에서는 연일 일본을 비난하고 한국 시민사회의 일제 수입반대 캠페인까지 보도하는 가운데 북한의 최고 통치자는 일제 고급차를 타는 것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북 반출 승인대상 사치품 목록 기준 수입액'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차량 수입액은 2018년 201만 달러(23억1000만 원 상당)에서 2019년(상반기) 21만 달러(2억4000만 원 상당)로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수입액이 벤츠 마이바흐 2대 분에서 겨우 부품이나 수입할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부피가 작은 휴대용 시계 및 부품은 수입이 크게 늘어났지만, 부피가 큰 차량이나 모피제품은 눈에 잘 띄는 품목이라서 반출 및 수입에 제약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정원도 이와 관련 "북한의 2018년 사치품 수입액(1억3788만 달러)은 이전 시기(2015~2017년간 평균 6.4억 달러)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UN결의 2379호(2017. 12) 상 △전기·전자기기 △차량 및 부품 등의 금수 지정이 주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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