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웃 나라 불행에 혐오로 대응하는 한국인

사회 / 조채원 / 2020-01-30 18:01: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발병지인 중국에 대한 혐오가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8·29일 여러 매체에서 마스크를 사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 꼬리엔 혐오에 찬 댓글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남의 나라 물건을 싹쓸이하는 민폐'의 주인공이  됐다.

중국 기업 화웨이가 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에도 '짱깨', '지구에서 사라져라', '저거 사면 우한 코로나 걸림' 등 비난의 댓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한국인의 '중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거나 명동 화장품 매장을 누비고, 동대문에서 옷을 사는 중국인들에 대한 폄훼와 혐오의 표현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미 익숙한 레토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혐오감을 분출할 또 하나의 빌미가 되었을 뿐이다.

중국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새치기를 하거나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일부 중국인들의 행동 탓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중국 정부의 늦장 대처와 일부 중국인의 행동이 화를 키웠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건 12월 31일, 기차역과 공항에 적외선 열 감지기가 설치된 건 그로부터 14일 뒤였다. 화난수산시장은 우한시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기차역인 한커우 역에서 불과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 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원지를 드나들고 중국 전국으로 퍼져 나갔을 것인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은 우한에서 온, 한 몰상식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보도했다. 그는 중국 출국 직전 기침과 고열 증상이 있었으나 해열제를 복용하고 공항 검역을 통과했다고 중국 SNS인 위챗에 당당히 게재했다. 경솔하고, 몰지각한 행동이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에 구성원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해서,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해서 생기는 부작용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일부가 옳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중국 정부의 초반 대처가 미흡했다고 해서 중국인 전체가 혐오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중혐 목소리는 그칠 줄을 모른다. 심지어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국격을 지켜야 할 정치인들이 앞장서 '중국인 입국금지'를 언급하며 혐오를 부추기고 정권 공격 수단으로 삼는다. 이웃 나라의 불행에 혐오로 대응하는 국민. 선진국 문턱을 밟았다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조채원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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