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치적' 고발에 검찰은 미적대지 말아야

사회 / 주영민 / 2020-03-04 13:48:46
시민단체, 박능후·강경화·박양우 코로나19 관련 검찰 고발
정치적·주관적 고발 내용…법조계, 혐의없음·각하 처분 예상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을 당한 장관들이다.

이들을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앞서 방송인 김제동과 유시민 전 장관 등을 '군 사기 저하' 등을 이유로 고발했던 곳이다.

물론, 해당 고발 사건은 모두 혐의없음 또는 각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서민민생대책위가 고발한 이들 3명 장관의 사건을 신속하게 형사1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형사1부는 인권·명예보호 전담 부서다.

박능후 장관은 명예훼손과 직무유기, 강 장관과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서민민생대책위는 박능후 장관의 경우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시 그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중국인 입국 금지 등 일부 국민의 대중국 비난 의견이 심화하고 있던 상황에서 국내 감염의 원천은 중국인이 아닌,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이라는 '팩트(fact)'를 공식석상에서 말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마녀사냥' 격 비난을 받은 것이다.

국민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코로나19 포비아(공포증)가 박 복지부 장관의 발언으로 격화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하지만, 박 복지부 장관의 발언의 진위는 살펴보지 않고 비난 여론만을 조성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박 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있다면 분명 비판을 받아야 하고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박 복지부 장관이 해당 발언을 한 지난달 26일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중국 국적의 코로나 환자는 7명이었고 그중 3명은 국내에서 감염된 사람이었다.

단 4명만이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인데 당시 이들로 인한 국내 감염자는 확인된 바가 없다.

강 외교부 장관과 박 문체부 장관의 고발 이유도 일반적인 시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국민이 해외 각국에서 입국을 금지당하고 있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박 장관은 문체부가 관리하는 '대한민국정책브리핑' 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이유로 각각 고발당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고발 사유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대책 등을 쏟아내야 하는 현 상황에서 핵심 수장인 장관들을 '아무나 고발한다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국민 누구나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고발할 자유'가 있고 검찰이 고소·고발건을 접수한 뒤 '익일배당'하는 게 원칙이라는 점에서 해당 고발 사건의 신속배당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무리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들 장관에 대한 고발 건 자체가 '혐의없음' 또는 '각하' 처분이 예상될 정도로 수사의 대상이 될 혐의로 보기 어렵게 때문에 검찰이 신속하게 사건의 결론을 내린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검찰이 주관적이자, 정치적 공세로 의심받는 이러한 고소·고발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우려도 제기된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검찰이 고발건에 대해 신속히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장관들에 대한 고발 혐의가 죄를 물을 수준인지 신속히 조사해 결론을 내리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고발건이 공무원 내부 징계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정치적 목적의 고발 사건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검찰이 오히려 해당 사건을 질질 끌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주영민 사회부 기자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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