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칼럼] 선진국의 민낯, 대한민국의 위엄

사회 / 이원영 / 2020-03-19 14:05:36
위기 맞아 사재기 하는 선진국
우리는 동요 없이 담담하게 대응
위기가 대한민국의 국격 올려
흔히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이 꼴이 말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선진국들이란 나라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이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는 말만 하고, 마스크는 부족하니 아픈 사람이나 쓰라 하고, 시민들은 당장 먹을 게 떨어질까 봐 마켓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마켓 진열대는 싹쓸이로 텅텅 비고, 정치인들은 먹을 게 충분하니 제발 사재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사재기 행렬에 나서면서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이런 사재기 열풍은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호주·독일·이탈리아 등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는 데서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지에 사는 한인 동포들은 텅 빈 마켓 진열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심하게 겪고 있는 한국에서, 특히 도시가 거의 봉쇄되다시피 한 대구에서조차도 사재기가 없는 한국 시민들의 절제된 대응에 경탄하고 있다.

미국 LA의 동포들은 "사재기 없는 한국 시민의식에 놀랐다. 존경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연일 올리고 있다. UCLA 연극영화과 김지나 교수는 "일주일에 마스크 2개라도 살 수 있는 한국이 정말 너무 부럽다. 미국은 방역 시스템은 붕괴했다"고 페이스북에 긴 글을 남겼다.

한 유튜브 영상은 미국 등지에서 벌어지는 마켓의 싹쓸이 현장과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자가격리자와 취약층을 위해 음식을 배달해주는 영상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며 한국의 절제된 시민의식에 세계가 감동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언론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한국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검진과 치료 능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짧은 시간 만에 만들어낸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수출 문의가 들어와 즐거운 비명을 불러야 할 판이다.

'신천지'와 같은 돌발 변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코로나19를 제압하고 있는 데는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조직력과 충성심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살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특히 미국에 살면서 행정기관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면 한국 공직 시스템이 얼마나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지 잘 안다.

20여 년 미국에 살 때 행정관청에서 볼일을 보면서 속 터지는 경험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느려터지고, 고압적이고, 서비스 정신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관청 문을 나서면서 "다시는 여기서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기도까지 할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관공서는 친절하고 신속하다. 게다가 공무원들의 지적 수준이 미국과는 천양지차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줄기와 가지를 형성해 일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가. 이번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한국의 탁월한 공무원 조직이 큰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 의료진들의 헌신에 이어 이번 위기 과정에서 빛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일부 몰지각한 행위들이 지탄을 받긴 했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일사불란했고, 선공후사(공익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움을 택함) 정신에 합일했다. 사재기는 없었고, 공공 방역 가이드라인을 완벽할 정도로 실천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이 정부의 방역 노력을 쉴 새 없이 흠집내며 공포심을 조장할 때도 시민들은 침착하게 분별하고 있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황색 저널리즘'에 '깨민'(깨어 있는 시민)들은 더 농락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방진 언론들을 꾸짖고 있다.

지금 이런 시국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은 국난 극복이 취미야"하는 말을 들었다. 웃었지만 마냥 농담도 아니다. 그만큼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도가 텄다는 말이 아닐까.

1933년 미국은 대공황의 수렁에 헤매고 있었다. 모두가 공포에 짓눌려 있을 즈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두려움으로 바이러스를 잡을 수도 없다. 두려움은 오히려 삶을 더 곤궁에 빠지게 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담대하게 대처하는 길뿐. 대한민국 시민들은 이미 그 길을 위엄 있게 걷고 있다. 이 위기가 끝나면 우리는 차원이 달라져 있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알게 될 것이다.  

▲ 이원영 사회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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