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공노할 'n번방 사건', 세상에 알린 건 두 명의 여대생

사회 / 김광호 / 2020-03-26 17:12:33
대학생 취재팀 '추적단 불꽃', 'n번방' 실체 처음으로 폭로해
n번방 공분 폭발…관련자 신상공개·엄벌 청원 560만여명 동의
n번방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 '텔레그램 탈퇴운동' 펼치고 나서

텔레그램에 'n번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조주빈(25)의 만행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n번방의 실체를, 그 끔찍한 만행을 처음 밝혀낸 것은 검찰도, 경찰도, 언론도 아니었다.

'추적단 불꽃'이라고 칭한, 두 명의 여대생이었다. 이들은 잠입 취재를 통해 n번방 실상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지난해 7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제1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기전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병혁 기자]


이들은 아동 청소년 대상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의 존재를 경찰에 미리 알리고 직접 채팅방 회원으로 가입했다.

'박사방'을 비롯해 8개의 파생방에서 5000~6000명의 이용자가 미성년자를 협박해 제작한 음란물과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돈을 주고 공유·유통하는 실태를 파악하고 증거를 모았다.

추적단 불꽃의 n번방을 고발하는 '미성년자 음란물 파나요?…텔레그램 불법 활개' 르포기사는 지난해 9월 뉴스통신진흥회를 통해 처음 보도됐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추적단 불꽃의 n번방 고발기사는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 국회 청원사이트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부터 비로소 국민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록 6일 만에 256만 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긴 이래 최다 기록이다.

특히 n번방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5건에는 560만여 명이 동의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찰에 철저한 조사와 대응을 지시했고 법무부와 대검찰청도 n번방 가담자 전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시달했다. 대법원에선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아동 성착취 영상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은 n번방의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검거하고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라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고 n번방 최초 운영자와 가담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지난 25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태운 차량이 종로경찰서를 빠져나가는 순간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병혁 기자]


n번방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도 '텔레그램 탈퇴운동'을 펼치고 나섰다.

25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n번방 텔레그램 총공(총공격)'이라는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들은 "n번방 공범을 잡기 위해선 텔레그램 본사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익명성이 철저한 게 특징이라 수사가 어렵다고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텔레그램에서 탈퇴한다면 n번방의 실체를 알리고 텔레그램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 의도를 설명했다.

탈퇴운동 참여 방법은 25일과 오는 29일 오후 9시에 텔레그램을 탈퇴하면서 탈퇴사유에 'Nth room - We need your cooperation(N번방-당신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이라고 적으면 된다. 탈퇴 후 50분 이내에 재가입이 가능해 두 차례 모두 참여 가능하다.

이처럼 국민들이 'n번방 사건'에 공분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세희 활동가는 "텔레그램 n번방 문제는 지금까지 벌어져왔던 온라인 성폭력이 집결된 형태"라며 "온라인 그루밍을 통한 성착취물 촬영, 유포 협박, 합성 편집 등 다양한 변종된 사이버 성폭력이 나타나면서 우리시대의 사이버 성폭력의 현주소를 보여준 사안이기에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자체가 익명성이 보장돼 그것에 기반하여 가해자들이 공모에 가담했다"면서 "앞으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로 이어져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U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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