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격전지] '패기' 고민정 vs '관록' 오세훈…광진을 혈전

정치 / 임혜련 / 2020-04-06 11:52:53
24년간 민주당 텃밭…추미애 떠나 '무주공산'
'靑대변인' 출신 신인· '서울시장' 출신 거물의 대결
중도층 표심, 광진구 개발, 지역민 스킨십이 변수
엎치락뒤치락 판세…"중도층 선택이 결과 가를 것"
"오세훈 마음은 콩밭(대선)에 가 있다. 지나가는 길에 하루 묵는 과객 정치."

"남의 힘을 빌려 일하겠다는 고민정은 가짜 일꾼. 허깨비에 투표할 거냐."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서울 광진을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며 지지세 결집에 나섰다.

전 청와대 대변인으로 '대통령의 입'으로 이미지를 굳힌 고 후보와 서울시장 출신의 '야권 잠룡' 오 후보는 현역 의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입각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광진을에서 맞붙는다.

▲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일 오전 자양사거리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왼쪽),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 [정병혁 기자]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경선 캠프를 거쳐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재선 서울시장'의 타이틀을 가진 오 전 시장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16대 국회의원으로 33·34대 서울시장을 지낸 오 후보는 정치적 경험은 풍부하지만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한 후 9년의 정치 공백기를 가졌다. 정치적 휴지기가 길었으며 지난달 3일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 등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했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구을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6번출구 앞에서 엄지를 들어 기호1번을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라떼' vs '캥거루'-'구의역 일대 재생' vs '성수사거리 복합거점'

광진을은 여권 텃밭이다. 추미애 장관은 2004년 17대 총선 한번을 제외하고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5번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유일하게 낙선한 17대 총선에서도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선됐던 만큼 보수는 지난 24년간 단 한 번도 광진을에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호남 출신이 많고 지역 주민의 연령이 어리다는 점은 '젊은 정치인' 고 후보에 유리하다. 광진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주민 평균연령이 41.8세(2019년 기준)다. 2030 세대 유권자 표심 공략이 중요하다.

고 후보는 이를 겨냥한 듯 오 후보를 '올드보이'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한 말)에 비유해왔다. 지난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 후보가) '내가 서울 시장했을 때'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면서 "자꾸 옛날얘기를 하시는 것이 올드보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해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오 후보는 이에 출정식에서 "(추 장관이) '초보운전자'에게 맡기고 무책임하게 떠났다"며 "(고 후보를 보면) 엄마 배 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는 아기 캥거루가 생각난다"고 응수했다. 오 후보 역시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30대부터 40대까지 아우르는 보육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오세훈 미래통합당 광진구을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역 4번출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광진구 개발 이슈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광진구에는 지하철 2호선 지하화와 구 동부지검 부지 일대·KT 부지 개발 문제 등 낙후 지역 개발 문제가 쌓여 있다. 25년 전 성동구로부터 분구된 후 광진구의 발전 속도도 상대적으로 뒤처졌으며, 성동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도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고 후보와 오 후보는 개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 후보는 성수사거리에 문화복합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고 후보는 구의역 일대 재생 프로젝트를 1호 공약으로 내놓으며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 장관이 의원직을 지낸 20년간 광진구 개발이 더디었던 만큼 그에 대한 피로가 고 후보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광진구 주민 상당수는 "올해는 추미애가 나왔으면 안 됐을 것", "믿고 지지해줬는데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 "몇 번 당선되니까 다른 쪽에 관심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자양동 부동산 중개업자인 송모(64·여) 씨는 지역 개발에 대해 "개발을 하려면 뉴타운을 해야 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저소득층은 갈 데가 없으면 밀려나니 그런 걸 살리면서 해야 하는데 (추미애가) 너무 일괄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송 씨는 "개발은 아무래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했던 오 후보가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쉽진 않을 거다. (개발) 잘못하면 부동산값만 오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서울 광진구 자양초등학교 앞 거리에 붙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벽보. [임혜련 기자]

지역구와의 스킨십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고 후보는 광진구 중마초등학교와 구의 중학교를 다니며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경험으로 '광진사람'이란 슬로건을 앞세웠다. 그러나 지난 2월 19일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뒤늦게 선거운동에 돌입한 만큼 지역과의 교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이와 관련해 "두세 달 전까지 본인이 정치를 할지 말지, 동작을 갈지 광진을 갈지도 몰랐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진짜 광진이라고 한다"며 "민주당의 파란 옷만 입혀서 내보내면 누구라도 당선된다는 오만한 생각"이라고 혹평했다.

오 후보는 험지에 둥지를 튼 만큼 지난해 초부터 광진을에 거주하며 일찍이 '지역구 챙기기' 나섰다. 또 '광진으로 이사 온 지 벌써 9년'이라는 홍보 문구 내걸며 지역과의 연고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오 후보 역시 지난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며 지역구를 옮긴 이력이 있다. 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왠지 제게는 (오 후보가) 곧 광진을 떠날 사람으로 보인다"며 "제가 오 후보였다면 두 번이나 선택받지 못했던 종로에서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흘리며 종로 구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정조준했다.

'엎치락뒤치락' 판세…중도 부동층 표심이 가른다 

현재까지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떠할까.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조사방법론에 따라 두 후보의 3월 한 달간의 지지율을 평균해보니 고 후보는 42.7%를, 오 후보는 39.8%를 기록했다.

▲ 그래픽=김상선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9%p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3월 한 달간 치러진 11번의 여론조사에서 고 후보는 두 번을 제외하고 모두 오 후보에 앞섰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이와 관련해 "객관적인 데이터는 광진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총선이 전국적으로 치르고 있으니 그 흐름을 봐야 한다"며 부동층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현재 오 후보가 속한 정당 지지율이 낮지만, 부동층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오면 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많다. 부동층은 야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실제 접전 지역에서는 부동층 표심이 승부에 위력을 발휘했다. 또 20대 총선에서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으로 분류됐던 이들이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으로 몰리기도 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고 후보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지지율을 넘는 게 거의 없다"면서 "오 후보 지지율은 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온다. 그만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도층 쪽에서 지지가 좀 더 높다. 결론적으로 박빙이라고 본다"며 "당일 선거에서 중도층이 얼마나 나올 거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고민정 후보가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고민정, 어리고 열심히 할 것 같아" vs "민주당 싫어 오세훈 지지"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일 고 후보는 자양전통시장 입구에서 이른 아침부터 남편 조기영 시인과 함께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기호 1번 고민정'이라고 적힌 띠를 어깨에 두른 고 후보는 사진을 찍어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에 반갑게 응대했다. 출근길 인사 이후 고 후보는 자양사거리에 주차된 유세차량 위에 올라 출정식 연설을 했다.

고 후보는 "광진 골목을 다닐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왜 정치를 하는지였다"며 "내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고,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었고, 함께 촛불을 들었던 촛불 시민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진 사람들과 손에 손을 잡고 촛불의 힘을 지킬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의 완성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함께 유세차량에 오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곳에 한번 발 디디면 이곳을 떠나지 않고 아이들 거기서 교육하고, 결혼시키고, 광진구민들과 함께 뼈를 묻을, '광진댁 고민정'"이라며 "지나가는 정치, 떠나는 사람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고 후보의 손을 붙들고 이곳 광진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작은 희망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그런 선택을 해줄 것을 믿는다"고 호소했다.

정치 신예인 고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 중에는 '세대교체'가 눈에 띄었다. 광진구에서 태어나 50년 넘게 거주했다는 정모(50대·남) 씨는 "오 후보는 지역사회보다 대권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고 후보는 지역을 위해 열심히 할 것 같다"고 두 후보를 비교했다.

정 씨는 "(오 후보는) 사람 자체는 괜찮은 것 같은데 광진구를 위해 일할 사람 같지 않다. 이걸 발판으로 딛고 올라서려고 하는 느낌이 강하다"며 "나이 먹은 사람들은 추미애처럼 지역사회보다 더 높은 데로 올라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후보는 전혀 생짜도 아니고 청와대에서 어느 정도 일했다"면서 "얼마 전에도 봤지만, 나이도 어리고 지역을 위해 열심히 할 것 같아서 믿음이 간다"고 지지 의사를 보였다.

▲ 오세훈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광진을 출정식을 열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오 후보는 같은 날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출정식에 '광진 20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그는 연설에 앞서 "아이 키우기 좋은 광진, 문화가 흐르는 광진을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먹을거리와 마실 거리가 있지만, 즐길 거리인 문화와 예술이 함께 있지 못해 안타깝다"며 플루트와 바이올린 연주자가 나와 '아리랑'을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이어 "지난 20년간 한 정치인이 광진을 쥐락펴락했다. 그 결과가 어떠냐"며 "성동에서 분구되어 나올 때만 해도 성동보다 살기 좋다는 평가를 받던 광진은, 지난 20년 세월 동안 상대적으로 뒤처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은 분홍색 풍선을 흔들며 '기호 2번 오세훈'을 연호했다.

또 오 후보는 코로나19 사태의 확산과 소득주도성장 등을 언급하며 "오만방자하고 무책임한 정권, 책임지지 않는 문재인 정권을 4월 15일에 반드시 심판해달라"고 거듭 정권 심판론을 펼쳤다.

자양전통시장에서 30년째 가게를 운영한다는 신 모(61·남) 씨는 "오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통합당을 좋아해서 오 후보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이 싫어서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신 씨는 "광진에는 호남 지역 사람이 많아 추미애, 민주당이 강세"라며 "추미애는 말은 뱉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내지르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U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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