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3년째 '돼지공장' 찾지 않는 까닭

정치 / 김당 / 2020-04-23 18:23:31
[데이터로 김정은 읽기] "김정은, 집권 후 폭음·폭식탓 40~50㎏ 불어"
대(代) 잇는 '현지지도'는 국가경영 작동 원리…'부작위'의 두가지 징후
'2.8기계종합공장'의 경우 김일성 41회, 김정일 24회, 김정은 5회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심혈관계 수술을 받았다는 북한 전문 매체의 보도를 계기로 그의 과중한 체중이 다시 주목을 끈다.

‹UPI뉴스›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당시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김정은 기본신상' 자료를 입수해 "김정은의 신장은 171㎝ 내외, 체중은 140㎏ 내외"라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몸무게를 130㎏으로 보고해 왔음에 비추어 10㎏이 더 늘어난 사실에 주목해 이를 보도한 것이다.

▲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를 처음 대동하고 나타난 2012년 7월(왼쪽부터)과 2014년, 2016년, 2020년의 모습에서 체중 변화가 드러난다. [노동신문 및 조선중앙통신 캡처]


국정원 "김정은, 집권 이후 폭음·폭식으로 체중 40~50㎏ 불어"

국정원은 지난 2016년 7월 당시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김정은이 2012년 처음 등극했을 때는 몸무게가 90㎏이었는데 2014년 120㎏, 최근에는 130㎏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2018년 국정감사 때까지도 그의 체중을 130㎏으로 보고했다.

국정원이 파악한 김정은의 기본신상을 토대로 그의 체중 변화를 도식화하면 △2012년 90㎏ △2014년 120㎏ △2016년 130㎏ △2019년 140㎏으로 이른바 '백두혈통'인 그가 공식 집권한 2013년부터 이미 '백두급'(씨름 체급 100.1㎏ 이상)이었던 것이다.

국정원은 당시 그의 과체중과 건강에 대해 "(김정은이) 군 등의 위협을 체크하고, 신변 위협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집권 이후) 지난 4년 사이 폭음, 폭식으로 몸무게가 40㎏ 이상 늘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대한비만학회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나이를 기준으로 한 신체질량지수(BMI) 계산에 따르면 김정은의 BMI는 47.88이다. 대한비만학회 기준에 따르면 이는 과체중(23~25)과 비만(25~30)을 넘어 고도비만(30 이상) 중에서도 '30대 남성 상위 100%'에 속하는 '초고도비만'이다. 상위 100%란, 동일 연령대 100명을 기준으로 작은 순을 1번으로 하였을 때 100번째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가정의학 전문의 강용주 원장(아나파 의원)은 당시 "비만은 특히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50% 높이고, 모든 종류의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50% 높인다"면서 "김정은처럼 초고도비만(체질량지수 35㎏/㎡ 이상)의 경우엔 심부전위험을 2배 증가시키는 등 그 위험성이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근(斤)으로 환산하면 250근 돼지…'돼지가 돼지에게' 제목 달아 조롱

문제는 경직된 북한 체제의 특성상 그에게 초고도 비만으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김정은의 상징 조작 때문인지 몰라도 북한에서는 과체중과 비만이 '후덕'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 김정은 위원장의 '4월22일 태천돼지공장' 현지지도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 2017년 4월 23일자. [노동신문 캡처]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증폭된 건강 이상설을 계기로 그의 과체중에 주목한 분석을 보면, 그의 체중이 150㎏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흔히 고기의 무게를 잴 때 사용하는 근(斤)으로 환산하면 무려 250근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 집권 초중반에 북중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중국 누리꾼들이 김정은을 '조선돼지'라고 놀리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4월 22일 '4월22일 태천돼지공장'을 현지지도한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는 위생복을 입은 그가 잘 손질된 돼지 정육 옆에 서서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주목을 끌었다. 태천돼지공장은 평안북도 태천군에 소재한 공군부대(항공군 및 반항공군)가 운영관리하는 최신 설비의 양돈장이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연건축면적 1만 690여㎡이고 관리구역, 생산구역, 사료창고구역, 유기질비료 생산구역으로 이루어진 이 돼지공장은 연간 수백여t의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축산물 생산기지이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북한군 공군부대 돼지공장을 시찰하면서 먹이와 물을 배불리 먹은 송아지만한 돼지들이 축 늘어져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돼지바다가 펼쳐졌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 '돼지가 돼지에게'라는 불경(?)스러운 제목을 달아 보도한 기사 [서울신문 캡처]


이에 당시 연합뉴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北 김정은, 돼지공장 시찰…"돼지바다 펼쳐졌다"'라는 제목으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부 신문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련 기사에 '돼지가 돼지에게'라는 불경(?)스러운 제목을 달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대(代)를 이은 돼지고기 예찬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그후 3년째 '4월22일 태천돼지공장'을 포함해 돼지공장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전까지만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후계자 때부터 대동강돼지공장, 광덕돼지공장 등 해마다 돼지공장을 찾았다.

북한 매체는 4월 22일에도 '대동강돼지공장 황철민' 명의의 기고문에서 "대동강돼지공장은 인민에게 더 많은 고기를 먹이시려고 마음 써오신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현명한 영도에 의하여 2011년에 일떠선 규모가 큰 축산물 생산기지"라며 "장군님(김정일) 유훈대로 인민에게 더 많은 고기를 먹이시려고 원수님이 2016년 8월 찌는 듯한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산기지들을 찾고 또 찾으셨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특히 태천돼지공장은 2014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건설을 지시해 명당자리를 부지로 잡아주고 설계도면까지 지도해 생산공정의 과학화를 실현한 현대적인 공장이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25명의 인력으로 4000마리를 기르는 '멋쟁이 공장'이자 '축산기지의 본보기'이다.

북한이 축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돼지공장이다. 북한에선 돼지농장이라고 하지 않고 돼지공장이란 말을 쓴다. 기계화된 설비를 갖추고 공업적 방법으로 돼지를 기르는 양돈장이라는 의미에서다.

김정일(1942~2011)은 생전에 돼지고기 예찬론자였다. 김정일은 2005년 1월 인민군 제966군 부대 산하 돼지공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군인들과 담화해 보면 닭고기보다 오리고기가 더 좋다고 하는데, 앞으로 돼지고기를 더 찾을 수 있다. 사실 고기 가운데 돼지고기가 제일이다."
 

▲ 후계자 김정은을 대동하고 돼지공장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돼지공장에 심혈을 쏟는 배경은 김정일의 '돼지고기 사랑'과 연관이 있다. 김정일은 2011년 10월에도 당시만 해도 후계자였던 김정은을 대동하고 대동강돼지공장과 광덕돼지공장을 1주일 간격으로 방문한 바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인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현지지도'는 국가 경영의 중요한 작동원리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현지지도한 학교에서 앉은 책걸상은 흰 천과 비닐로 싸 표시해두고 '성역화' 한다. 또한 후계 지도자들은 대체로 선대 지도자들이 현지지도한 곳을 다시 방문한다.

국정원이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현황(2012~2019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관유리공장을 4회(2012년, 2013년, 2014년, 2018년) 현지지도했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이 방문한 2.8기계종합공장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41차례,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24차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김정은) 동지께서 5차례나 다녀가신 불멸의 영도업적이 뜨겁게 깃들어 있는 공장"(중앙통신)이다.

대를 잇는 현지지도…'부작위'의 두 가지 징후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왜 자신이 '점지'해주고 '애지중지'했던 돼지공장을 더는 찾지 않는 것일까? 북한 최고 지도자가 그동안 현지지도를 해온 제2경제(군수경제)의 상징적 장소를 찾지 않은 '부작위'에서는 두 가지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첫 번째 징후는 정책 우선순위의 변경 가능성이다.

북한은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만성적인 식량난과 함께 극심한 육류 공급난을 겪었다.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강원도 원산, 황해북도 사리원, 평안북도 태천, 자강도 강계 등지에 현대식 돼지공장(축산기지)을 대대적으로 건설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를 계승해 2017년 7차 당대회에서 순환고리형 생산체계를 강조하는 축산정책을 채택해 양돈과 과수 및 채소를 연계하는 방식을 추진해 왔다. 북한은 농사에 필요한 유기질 비료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분뇨를 퇴비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동강돼지공장과 태천돼지공장은 북한이 홍보해온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그런데도 최고 지도자가 3년째 돼지공장을 찾지 않은 것은 돼지공장에 흥미를 잃었거나 그곳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란 외생 변수가 주목된다.
 

▲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4월 22일 '4월22일 태천돼지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두 번째 징후는 바로 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돼지열병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묻힌 대표적인 가축 전염병이다. 악재를 더 큰 악재가 덮은 셈이다. 하지만 돼지열병은 종식되지 않았다. 최근에도 포획된 멧돼지나 폐사체에서 양성 확진이 확인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은 지난해 10월 2일 첫 발생 이후 4월 21일 현재까지 총 550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은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포천 등 접경 지역이다. 이에 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5월 1일부터 경기·강원 북부 14개 시·군의 양돈농장 390여 곳에 대해 축산차량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북한 평북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 전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건너온 북한에선 훨씬 더 피해가 심각하다.

통상 지난 2년치 기사를 검색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검색하면 23건의 기사가 뜬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한결같이 해외 방역조치가 대부분이다. △세계의 이모저모(19. 4. 4) △높은 발병률, 다양한 전파경로(19. 5. 31)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험성과 그 전파를 막기 위한 방도(19. 6. 5) △인류를 괴롭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20. 1. 31) 등이다.

특히 남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소식은 중계하다시피 한다. △남조선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또다시 발생(19. 9. 21) △남조선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연이어 발생(19. 9. 27) △남조선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계속 전파(20. 2. 27) △남조선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계속 전파(20. 3. 12) 등 최근까지도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상황은 어떨까?

북한 관영매체에선 2018년 11월 4일자에서 "유럽 나라들과 아시아 나라들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아프리카돼지페스트가 발생하여 축산부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처음 보도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5월 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우시군 소재 북상협동농장(돼지 99마리 사육)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해 살처분을 하고 방역조치를 취했다는 한 건의 발생보고를 했을 뿐이다. 그 이후 발병 소식을 전하는 관영매체 보도는 단 한 건도 없다.

북한은 지난 2010년 말에 구제역이 발생해 태천군에서 돼지 3900마리가 감염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돼지 수만 마리가 감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북한은 OIE에 구제역 발생 사실을 처음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 이후로는 전염병 발생 사실을 국제기구에 알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지난해 9월 24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면서 "돼지열병으로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농업성 중앙수의방역소 우성림 소장 명의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철저히 막자'는 기고문(2월 23일자)에서 "2월 중순 남조선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죽은 멧돼지들이 또다시 발견되었다"면서 "축산부문을 비롯하여 모든 연관부문과 단위, 가정들에서는 돼지열병을 철저히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 노동신문은  최근에도 "전국 각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조류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성전염병을 막기 위한 수의방역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의오늘 캡처]


남한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이 북으로 전파될 수 있으니 방역사업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투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3월 5일에도 '수의방역사업 적극 전개' 기사에서 "전국 각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조류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성전염병을 막기 위한 수의방역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보도했다.

"특히 여러 과학연구기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치료약에 대한 연구개발사업을 심화시키도록 하는 데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중앙의 지휘 밑에 각지에서는 기러기, 고니와 같은 철새와 멧돼지가 많이 서식하는 지대들에 감시초소들을 설치하고 주변지역의 집짐승들에 대한 수의학적 검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다."

현재도 수의방역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돼지열병이 종식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관영매체들이 캠페인성 기사에서 빼놓지 않고 보도하는 것이 최고 지도자의 어록이다. 이 기사에서도 어김없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면서 "수의방역사업은 축산업에서 생명과 같습니다"라는 어록을 인용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인민의 식의주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공장을 3년째 찾지 않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의방역사업은 축산업에서 생명과 같다"는 교시를 내렸는데도 '돼지바다'의 씨가 말라버렸으니 최고 지도자의 체통과 영(令)이 안 서는 것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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