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만호 비망록에 검찰 발끈…도둑 제 발 저리나?

사회 / 주영민 / 2020-05-21 17:18:33
비망록 논란에 적극 해명 나선 검찰 수사팀
수사 과정 당당했다면 재심 논의 지켜 봐야
"한만호는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노트에 '참회록, 변호인 접견노트, 참고노트, 메모노트' 등의 제목을 붙인 후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려는 계획을 기재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당시 검찰 수사팀은 "비망록에 허위사실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 수사팀은 "한만호는 위 노트를 법정에서 악용하기 위해 다수의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며 "한만호의 노트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고 사법부는 노트에 기재된 '검사의 회유 협박 주장', '6억 원 친박계 정치인 공여 주장', '허위진술 암기를 통한 증언조작 주장' 등이 모두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작성한 한만호에 대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이를 토대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 (대법원이)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C와 뉴스타파에서 언급한 한만호의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대법원이 해당 문건과 다른 증거를 종합해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의 유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이 위 노트 내용을 모두 검토했으므로 위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한만호 비망록은 이미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돼 재판부와 변호인 모두 검토했기에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을 위한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심의 경우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 확정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한만호의 변호사였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9년 전인 2011년 인터뷰에서 "비망록에는 그동안 검찰이 한만호에게 무엇을 요구했고,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고 그를 회유하고 협박했는지 과정이 상세히 적혀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 대표의 해당 인터뷰 내용을 통해 한만호 비망록이 재판과정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만호 재판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비망록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제대로 검증이 됐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팀이 한 전 총리 재판과정에서 자신들의 확보한 한만호 비망록에서 유리한 내용만 빼서 증거로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면 한만호 비망록에 담긴 한 전 총리와 관련된 증언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진위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당해 보인다.

특히 검찰 수사팀 해명처럼 한만호 비망록에 담긴 내용은 새로운 게 없는 허위 주장에 불과한지도 의문이다.

한만호 비망록에는 검찰의 회유와 뇌물 거짓 진술 강요, 법정에서의 진술 번복 과정이 자세히 적혀 있다. 그 분량만 1200쪽에 달한다.

재판과정에서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뒤집은 한만호가 자신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에도 1200쪽에 달하는 옥중 비망록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팀이 한만호 비망록을 통해 제기된 의문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해명을 하는 모습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한만호 비망록 내용이 공개되고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 여론이 일자 검찰 수사팀이 해명을 빌미로 언론플레이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다"며 "검찰이 예전 사법부의 판결을 근거 삼아 자신들의 수사가 정당했고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현재로선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심이 청구된 상황도 아니고 검찰의 해명대로라면 허위에 불과한 비망록에 대해 당시 수사팀이 해명하는 상황이 정상적인 절차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한만호가 비망록에서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마술사(수준)'이라며 당시 검찰 수사 행태를 표현한 부분을 곱씹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주영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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