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의 임지현' 재입북자 명단과 재입북 사유

정치 / 김당 / 2020-06-03 15:57:58
국정원 대외비·통일부 자료 '탈남 입북자' 28명 신원 및 입북 사유 공개
탈남 유형: 체제 부적응(12)·유인공작(11)·가족 향수(7)·탈북 지원(5건)
국정원 관련 탈북 지원·유인공작 탈북민, 북한서 '간첩행위' 체포돼 주목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흔히 '미리 온 통일'이라고 부른다. 언젠가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주민들이 부닥칠 사회 재적응 과정을 앞당겨 겪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2019년 12월 현재 국내 입국해 주민등록증을 받은 '미리 온 통일'은 3만3523명이다.

그중 약 900명(2.7%)은 '거주 불명'이다. 보호 결정을 받은 탈북민 중 70명은 한국 국적취득 사실을 숨기고 제3국에서 위장망명을 신청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미리 온 통일' 28명은 남한을 '탈출'해 재입북했다. 그중 5명은 '재탈북'해 재입국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5회에 걸쳐 심층 진단해 본다. - 편집자 -

김정은 집권 이후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가운데 한국을 '탈출'해 재입북(再入北)한 인원은 28명(남 13, 여 15명)이고, 그중 5명(남자 4, 여자 1)은 '재탈북'(再脫北)해 한국에 재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UPI뉴스〉가 입수한 국가정보원의 대외비 자료에서 신원을 파악한 재입북자들의 입북 사유는 △체제 부적응 12건 △유인공작 11건 △가족 향수 7건 △탈북 지원 5건 등이었다. 일부 입북자의 입북 사유는 '가족 향수+유인공작'으로 중첩되었다(아래 [표]의 '재입북 사유' 참조).

▲ (맨윗줄부터 좌에서 우로) 박정숙 전영철 김광혁 고정남, 강경숙 리혁철 김경옥 고경희, 김광호 김옥실 장광철 박진근, 채은철 김영희 김만복 손옥순, 고현철 박경은 강철우 김연주, 전혜성 주옥순씨(이 가운데 김광호-김옥실 부부와 강철우씨는 재탈북 재입국자이다).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캡처]


이 가운데 국정원이 '탈북 지원'으로 분류한 재입북자와 북한의 '유인공작'에 따른 재입북자의 일부는 북한이 '간첩 행위'로 체포해 공개 기자회견을 시킨 경우이다. 이들은 국정원 '탈북 지원 공작'과 북한 국가보위성 '유인공작'의 희생양일 가능성이 커 보여 주목된다.

또한 재입북 추이를 보면, '체제 부적응'에 따른 입북이 다수인 가운데, 최근에는 '가족 향수+유인공작'에 따른 입북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목을 끈다. 북한은 최근 수년 동안 탈북민의 신상정보를 입수해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에 가족을 출연시켜 '조국/어머니 품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유포하고 있다.

 

종편 출연자 임지현의 돌연 입북과 '제2, 제3의 임지현'들


국내에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진 임지현(북한 이름 전혜성)씨가 2017년 6월 재입북한 것도 '가족 향수'와 북한의 '유인공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씨의 입북 회견을 계기로 당시 재입북자가 26명(현 28명)임이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재입북자 명단(신원)과 재입북 사유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처음으로 신원이 공개되는 '제2, 제3의 임지현'인 셈이다.

UPI뉴스는 최근 3년 간 국회 정보위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대외비 자료와 외통위의 통일부 국정감사 서면자료를 입수해 분석하고, 북한 관영매체와 대남 선전매체에서 보도한 '탈북자 입국(북한)' 사례(25명)를 전수조사했다(나머지 3인은 북한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재탈북 재입국 후에 적발돼 '탈출' 사실이 드러난 경우다).

[표] 북한이탈주민 중 재입북-재입국자 현황

연번

성명(나이)

국내입국

국내직업

재입북 시기

재입북 사유

재입북 방식

1

황OO(29)

2010.10

사무직/무직

2012.05

탈북지원/체제 부적응

중국 경유 입북

2

박정숙(79)

2006.06

간병인

2012.05

유인공작(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3

전영철(59)

2010.11

무직

2012.05

유인공작(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4

김광혁(35)

2008.05

무직

2012.09

체제 부적응(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5

고정남(38)

2009.01

무직

2012.09

체제 부적응(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6

김경옥(49)

2011.06

일용직(식당)

2012.12

가족 향수(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7

김광호(44)

2009.11

일용직(주유소)

2012.12(2013.08 재탈북 입국)

체제 부적응(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8

김옥실(36)

2009.11

무직

2012.12(2013.08 재탈북 입국)

체제 부적응(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9

고경희(45)

2011.06

일용직(식당)

2013.01

탈북 지원(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10

강경숙(67)

2010.04

무직

2013.03

유인공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11

리혁철(34)

2007.03

선원

2013.04

체제 부적응(간담회)

서해상 선박 입북

12

박진근(56)

2011.10

무직

2013.07

탈북 지원(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13

장광철(40)

2012.03

일용직(건설)

2013.07

유인공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14

최OO(71)

2011.12

무직

2013.10

체제 부적응

중국 경유 입북

15

손OO(34)

2006.05

일용직(PC방)

2014.02(2014.12 재탈북 입국)

체제 부적응

중국 경유 입북

16

신OO

2011.05

 

2014.02(2016.08 재탈북 입국)

체제 부적응

중국 경유 입국

17

채은철(33)

2008.12

일용직(건설)

2015.06

체제 부적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18

김영희(40)

2013.03

다방종업원

2015.09

유인공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19

김만복(67)

2009.10

일용직(건설)

2015.10

체제 부적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20

손옥순(54)

2007.12

선교

2016.01

탈북 지원/유인공작

중국 경유 입북

21

고현철(57)

2014.04

일용직(상하수도)

2016.05

탈북 지원(기자회견)

중국 경유 입북

22

박경은(68)

2004.05

무직

2016.06

체제 부적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23

강철우(44)

2015.03

일용직(화장품 포장)

2016.09(2017.06

재탈북 입국)

가족 향수/유인공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24

김연주(26)

2015.03

일용직(화장품 포장, 식당일)

2016.09

가족 향수(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25

전혜성(29)

2014.01

유흥업소/방송 출연

2017.06

가족 향수/유인공작(간담회)

중국 경유 입북

26

주옥순(63)

2011.10

무직

2017.09

가족 향수/유인공작(영상대담)

중국 경유 입북

27

송OO(36)

2014.

무직

2017.10

가족 향수/유인공작

중국 경유 입북

28

손OO(39)

2014.

무직

2017.10

가족 향수/유인공작

중국 경유 입북

*출처: 국정원 국정감사 대외비 자료+통일부 국정감사 자료(2017~2019년)

우선 한국을 탈출해 입북한 탈북민은 남성 13명, 여성 15명으로 남녀가 거의 동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내 입국 탈북민의 성비(性比)에서 여성 비율(72%)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남성의 재입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재입북자의 연령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재입북 탈북민의 국내 체류 중 직업은 무직(12)과 일용직(10)이 다수였다. 그밖에도 선원, 간병인, 다방·유흥업소 종업원 등으로 저소득층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특히 무직인 재입북자의 비율이 43%나 되는 점은 탈북민 정책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입북 탈북자들은 간담회나 기자회견에서 한결같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멸시와 천대(김만복), △이방인·2류인간 취급(강철우), △중노동 강요(채은철), △남녀 불문하고 가격 붙여 상품 취급(김연주) △"인간쓰레기 같은 것들"(전혜성) 등의 이유로 "탈북자들의 남조선 정착설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남한 사회에 대한 이런 비판과 불만은 재입북 사유와도 관련이 있다.

재입북 사유는 체제 부적응·유인공작이 최다…'가족 향수'도 증가

 

▲ 종편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진 임지현(북한 이름 전혜성)씨는 재입북한 뒤에 우리민족끼리TV에 3회 출연해 남한 사회를 비판했다. [우리민족끼리TV 캡처]


국정원이 정보위에 보고한 대외비 자료 중 탈북민의 재입북 사유를 보면, △체제 부적응(12건)과 △유인공작(11건)이 가장 많았다. 나머지 사유는 △가족 향수(7건) △탈북 지원(5건) 등이다.

체제 부적응 비율이 높은 것은 탈북민의 상당수가 무직이거나 일용직으로 일해 경제적 소득이 낮고 사회적으로 차별 받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은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이 해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사회통합 조사'에서도 엿보인다.

2016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한 생활의 불만족 요인(복수응답)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58.0%) △각종 편견과 차별 때문(31.7%) △나의 능력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격차(25.3%) 순이었다. 2017년 실태조사에서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해서(31.6%) △남한 사회의 차별/편견 때문(19.3%)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17.7%) 순이었다.

▲ 2019년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 조사'(남북하나재단)


2018년 실태조사에서는 △가족과 떨어져야 해서(27.4%)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18.6%) △남한사회의 차별/편견 때문(18.3%) 순이었고, 2019년 실태조사에서도 △가족과 떨어져야 해서(27.6%)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19.0%) △남한사회의 차별/편견 때문(15.4%) 순이었다.

국정원∙통일부가 파악한 재입북 추이를 보더라도 최근 수년 동안 '가족 향수'에 따른 입북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목을 끈다. '가족 향수'에 따른 재입북은 김정은 집권 초기에만 해도 1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수년 동안에 발생한 재입북 6건은 모두 '가족 향수'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국정원과 경찰의 전문가들은 탈북민들의 '가족 향수'를 파고든 북한의 심리전 양상과 유인공작에 주목한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수년 동안 탈북민의 신상정보를 입수해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에 가족을 출연시켜 '조국/어머니 품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유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민족끼리TV의 '인권-거짓과 진실' 메뉴에 들어가면 2016년 4월부터 게시한 유튜브 링크 동영상 70개의 클립이 뜬다. 2016년 4월은 중국 류경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직후이다.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이후 공세적 '재입북 심리전' 전개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가 '인권-거짓과 진실' 메뉴를 만든 것도 집단 탈북을 계기로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가족과 동료들을 인터뷰해 유엔과 국제사회에 "유인납치된 여종업원들을 돌려보내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탈북 브로커에 속아 한국에 왔다며 북한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주장해온 탈북민 김련희씨의 딸 리련금의 영상편지 등도 있다.

하지만 그뒤로는 △남조선으로 끌려갔다가 조국의 품에 다시 안긴 주민들과의 좌담회 △조국의 품에 다시 안긴 전혜성과의 좌담회 △반공화국 모략선전에 이용되였던 전혜성이 밝히는 진실 등의 형식으로 재입북자들을 내세워 남한 사회 탈북민들의 생활상을 고발하는 동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전 시기에만 해도 국내 입국 탈북민이 급증하자 '공화국을 배신한 너절한 변절자', '반통일분자들의 앞잡이로 전락한 추악한 인간 쓰레기'(우리민족끼리 2010. 4. 5) 등으로 비난하면서 "민족의 준엄할 심판을 받을 첫째 가는 처단대상"(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 2010. 3. 23)으로 보복하겠다고 협박해왔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로는 '조국의 품'(재입북)으로 돌아오면 용서와 환대를 하겠다는 식으로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당국이 탈북자 가족의 영상편지를 통해 재입북을 호소하는 '포지티브 심리전'과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탈북민을 공격해 평판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심리전'을 배합한 유인공작을 전개하는 것에 주목한다.

▲ 재입북한 박정숙씨(가운데)가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원인 아들, 며느리와 함께 노래를 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 캡처]


예를 들어 북한 체제를 비판하거나 언론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는 비난 공세를 강하게 퍼붓는 가운데, 일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는 어버이날에 그 가족의 '눈물의 재입북 호소' 동영상을 공개하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공작원과 연계된 탈북 브로커에게 북한 가족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재입북을 선택한 탈북민 박정숙(한국 이름 박인숙)씨도 그런 사례다. 박씨는 재북 아들을 볼모로 한 북한 공작기관의 회유와 협박 의해 2012년 5월에 재입북했다. 평양 음악무용대학 교원인 아들 가족을 평양에서 추방하겠다는 북한 공작기관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재입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 전문가인 김윤영(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과거 대남공작원을 직접 남파했던 것과 달리 위장 탈북민 간첩 남파와 함께 사회 부적응 탈북민의 불안정한 심리를 이용해 재입북 공작을 기도하고 있다.

 

국정원 '탈북 지원'과 보위성 '유인공작'에 따른 재입북 사례


하지만 국정원이 '탈북 지원'으로 분류한 재입북자와 북한의 '유인공작'에 따른 재입북자의 구체적 사례를 보면, 탈북자 본인의 입북 의사와는 무관하게 '탈북 지원'을 하다가 북한의 대표적 반탐(反探, 대간첩) 기관인 국가보위성 요원들에게 체포되거나 유인공작에 걸린 경우도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보위성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2012년부터 '해외반탐' 전담부서인 3처 내에 '탈북자 귀환 공작팀'을 신설해 탈북민 대상 대남공작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귀환공작으로 체포·입국한 탈북민의 일부는 대개 북한이 '간첩 행위'로 공개 기자회견을 시키는데, 이들은 국정원 '탈북 지원 공작'과 북한 보위성 '유인공작'의 희생양일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 탈북민 고현철씨는 2016년 7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으로부터 '북에서 6살부터 9살 사이의 어린 고아들을 남조선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아 아동 납치 미수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조선신보 캡처]



현재 북한에 납치·억류된 한국 국민 가운데 한국 정부가 석방을 요구하는 한국인 6명(선교사 3명과 탈북자 출신 3명) 가운데 탈북자 출신 3명이 그런 경우이다. 이 가운데 2014년에 입국한 탈북민 고현철씨는 2016년 5월 재북 가족을 만나기 위해 중국 단둥에 갔다가 보위성 요원에 의해 납치돼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고씨의 재입북 사유를 '탈북 지원'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고씨를 제외한 2명의 신원은 신변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그해 7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남조선 괴뢰국정원이 주도한 아동 납치에 연루된 괴뢰정보원 앞잡이 탈북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간첩 고현철'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북에서 6살부터 9살 사이의 어린 고아들을 남조선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아동 납치 미수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고씨는 이밖에도 탈북 지원을 하는 단체와 개인의 실명을 공개하고 미국 CIA와의 연계설도 주장했다.

하지만 고씨의 주장은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보위성은 그해 4월에 공개된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탈북 지원'을 하던 고씨를 체포해 거짓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이 북한 처녀들을 유인·납치한 데 이어 아이들까지 유인·납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해외에 전파한 셈이다.

 

'지옥' 탈출해 다시 '지옥' 찾은 재입북→재탈북→재입국 유형

▲ (왼쪽부터) 탈북민 재입북자인 김만복, 김영희, 채은철, 강철우, 김연주, 박경은씨가 '조국의 품에 다시 안긴 주민들과의 좌담회'에 출연해 남한 사회에서의 비참한 생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TV 캡처]


남한을 탈출한 재입북자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이들 가운데는 재탈북을 거쳐 국내 재입국한 사례도 있다. 김정은 집권 이전이어서 28명 사례에는 들지 않지만, 김○○씨는 지난 2008년 10월 두만강을 건너 탈북해 그해 11월 입국한 뒤로 4회에 걸쳐 '잠입 및 탈출'을 반복하다가 2010년에 체포돼 기소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입국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에 사회정착에 어느 정도 성공해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긴 탈북민 가운데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이들을 데리러 재입북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재입북 후 북한의 보위성 등 공안당국에 의해 북한체제 선전도구로 활용되다가 다양한 이유로 재탈북해 국내로 재입국한 사례도 5명이 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대남비방 강연과 주민 간담회를 통해 "공화국이 그리워 다시 돌아온 모범주민"이라고 추켜세웠는데, 강연에서 비방했던 "썩고 병든 인민들로 가득 차있는 방탕한 남조선 사회"의 품으로 다시 안긴 경우다.

탈북민 강철우씨는 2015년 초 국내로 입국해 살다가 2016년 9월 탈북민 김연주씨와 함께 재입북한 후, '우리민족끼리'에 출연(2016. 11)해 "남조선에서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냈다"며 한국 사회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2017년 6월 아내를 데리고 재탈북한 뒤 '탈북 브로커'를 통해 만든 위조 여권을 사용해 인천공항으로 재입국하다가 검거되었다.

그에 앞서는 탈북민 김광호·김옥실 부부가 2012년 12월에 재입북했다가 재탈북해 2013년 8월에 재입국했다. 김씨 부부는 재북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중국 체류 중에 보위성 요원의 회유와 협박으로 재입북했다. 이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남한 사회에서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비방했지만, 불과 8개월만에 다시 '지옥'으로 돌아온 경우다.

 

탈북민의 재입북 경로는?

 

▲ (왼쪽부터) 탈남 재입북한 고경희, 김옥실, 김광호씨가 2012년 1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광호-김옥실 부부는 그로부터 8개월만에 재탈북해 재입국했다. [우리민족끼리 캡처]


그렇다면 '미리 온 통일'을 거부한 탈북민들은 어떤 경로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까?

탈북민은 국내에서 재입북 자금을 마련해 재입북을 기도하는데, 이들은 대개 북한을 탈출해 국내로 입국했던 경로를 역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재입북 경로는 대부분 중국을 경유해 북중 국경지대에서 도강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재입북 경로는 △중국으로 가서 두만강·압록강으로 도강 △중국 등 제3국의 북한 대사관·영사관 통해 입북 △태국 등 제3국을 경유한 입북 △해상경로를 통한 입북의 네 가지 유형이다.

재입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입북 경로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도강하는 방식이다. 더러 경제적 여유가 있는 탈북민 가운데는 사전에 제3국 북한 대사관·영사관과 교신 후에 중국 선양 등지에서 비행기로 입북하는 사례도 있다. 드물지만 서해 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입북한 사례도 있다.

탈북민 리혁철은 2013년 3월 연평도에서 배를 타고 재입북했다. 리씨는 아버지와 형의 갈등과 임대주택을 둘러싼 돈 문제 등으로 갈등하다가 함경북도 보위성 반탐과 담당지도원의 포섭에 의해 재입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28명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재입북자는 재입국 때 출입국 위반으로 조사를 받다가 재입북 사실이 적발된 경우도 있다. 범죄가 발각돼 조사를 받는 중에 다른 범죄가 드러난 사례와 유사하다. 또 탈북민 중 재입북자 28명에 들지 않은 '재입북 미수'에 그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중에는 임진강을 헤엄쳐 건너려다가 적발돼 체포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미수범과 적발되지 않은 재입국 사례 등을 감안하면, 탈북민 가운데 100~150명 정도가 재입북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임무를 수행하고 월북한 '탈북민 간첩'일 가능성도 있다.

 

((다음에는 북한의 탈북민 대상 재입북 및 남파 공작의 구체적 사례가 이어집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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