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금태섭 징계는 위헌이다

정치 / 류순열 / 2020-06-03 17:35:35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선진국'이다. 외부 세계의 평가가 그렇다.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7개국 가운데 1위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의 2019년 평가다. 한국 뒤로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이 줄 섰다.

2016년 촛불혁명이 이룬 놀라운 결실이다. 촛불혁명은 한국 민주주의를 바닥에서 꼭대기로 끌어올렸다. 시민의 힘으로, 그것도 평화적으로 엉터리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역사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 정말 우리 민주주의 수준이 그렇게 대단한가. 미국, 영국, 독일을 앞설 만큼?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면 과하고, 민망한 평가다. 기업과 학교, 가정 등 우리 사회 곳곳엔 아직 독재시대의 유산이, 비민주적 의식과 행태가 널려 있다.

맨앞에서 민주화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부터 후진적이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의식과 행동은 따로 간다. 촛불혁명 덕에 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부터 버젓이 이름과 걸맞지 않게 비민주적 행태를 답습한다. 공수처법 표결 때 기권했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것은 상징적이다.

"공수처법 찬성이 '강제당론'인데, 이를 어겼으니 징계가 당연하다"고 이해찬 대표는 말했는데, 여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발견하게 된다.

'당론 정치'는 곧 패거리 정치다. 오랜 세월 한국 정치판에서 위력을 떨쳤다. 정당 소속 의원이 당론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왕따'를 각오해야 한다. 출당 압력과 제명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각계를 주름잡던 의원 개개인은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금태섭'의 소신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는 이런 구태 정치의 건재함을 확인시켜준 패착이다.

당론 자체가 구태는 아니다. 첨예한 이슈에 대해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를 강제한다는 점이다. 위헌이고 위법이다.

헌법(46조)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국회법(114조)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은가.

촛불혁명을 거치고도, 정치는 달라지지 않은 거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지금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은 젊은 시절 용감하게 독재와 맞서 싸운 이들이다.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그런데 지금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벌인다.

"파시즘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우던 이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것"(브레히트)이라더니 독재와 싸우다 독재를 닮게 된 것인가.

▲ 류순열 편집국장

U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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