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앱 갑질' 논란 불똥 튈라…야놀자, 슬며시 '최저가' 조항 삭제

산업 / 남경식 / 2020-06-04 17:15:22
'최저가 보장' 요기요 철퇴 맞자, 관련 조항 삭제등 정책변경
입점업체 수수료도 인하…수수료인상 여론뭇매 '배달의민족' 의식한 듯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 앱이 갑질 논란으로 철퇴를 맞자, 국내 1위 숙박 앱 야놀자가 여러 정책을 슬며시 바꾸고 있다. 배달 앱에서 시작된 논란의 불똥을 맞을까 염려하는 모양새다.

4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제휴 숙박업체 대상의 이용약관에서 '최저가 보장'을 최근 삭제했다.

현재 야놀자는 제휴 숙박업체의 의무 중 하나로 '상품의 판매가가 모든 온라인 연동 채널 노출 상품 중 최저가 또는 동일가임을 보장한다'고 적시하고 있으나, 이를 오는 10일부터 삭제한다. '판매 부진으로 인한 회사의 가격 조정, 할인 프로모션 요청 시 이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의무 역시 삭제된다.

▲ 야놀자 로고. [야놀자 제공]

앞서 지난해 12월 야놀자는 최저가 보장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회사(야놀자)는 임의적으로 판매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을 '상품 노출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이용약관을 수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온라인 여행사(OTA)의 최저가 보장 조항이 시장의 가격 경쟁을 저해한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됐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최저가 보장과 관련해 배달 앱 요기요를 제재하자 야놀자가 최저가 보장 조항을 완전히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배달 앱 요기요가 배달 음식점에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줬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요기요가 배달 음식점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다고 봤다. 이를 남용해 배달 음식점의 가격 결정권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요기요가 최저가 보장제를 실시했던 2013년 점유율이 20% 수준이었음에도 거래상 지위를 갖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야놀자에 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면 비슷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대한숙박업중앙회도 지난해 말 야놀자의 최저가 보장 이용약관이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숙박업소 사장들은 숙박 앱들의 최저가 보장제 때문에 낮은 가격을 사실상 강요받으면서 매출이 발생해도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해왔다.

야놀자는 2016년 1월 국내 숙박업계 최초로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했다. 예약한 객실이 최저가가 아닐 경우 차액의 300%를 소비자에게 야놀자 포인트로 보상해주는 제도였다.

경쟁사 여기어때도 뒤이어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했다. 당시 여기어때 측은 "제휴점에 대한 갑질로 비춰질 수 있는 계약을 통한 최저가 보상이 아니라 제휴점 지출 없이 여기어때 자체 비용으로만 고객들에게 보상한다"고 강조했다. 보상액은 차액의 500%로 제시했다.

야놀자는 최저가 보상 규모를 10여 일 만에 1000%로 확대하며 맞불을 놓았다. 현재도 야놀자는 최저가 1000% 보상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어때는 최저가 보상 규모를 차액의 200%로 줄인 상태다.

야놀자 관계자는 "이용약관은 수시로 바뀐다"며 "공정위의 요기요 제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 야놀자 매출 추이 그래프. [야놀자 제공]

야놀자가 숙박업소 대상 수수료를 인하한 것도 지난 4월 불거진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시선이 이어진다.

최근 야놀자는 광고 상품을 이용하지 않는 업주 대상 수수료를 평균 15%에서 12%로 약 3%p 인하했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입점업체들에게 매출에 비례하는 수수료를 받는 요금체계를 도입했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이를 철회했다.

배달의민족이 도입하려 했던 수수료는 5.8%, 외부 카드결제대행 수수료를 합쳐도 10%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해외 배달 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임에도 '과도한 수수료'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숙박 앱에 입점한 점주들은 야놀자와 비교하면 배달의민족의 수수료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호소했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야놀자의 수수료는 배달의민족이 도입하려 했던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숙박업소 검색 시 먼저 노출되는 광고 상품을 이용할 경우, 월평균 최소 2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의 광고비도 추가로 내야 한다.

야놀자는 수수료 인하가 배달의민족 논란이 아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숙박업계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며 "배달의민족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2월부터 상생 지원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야놀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0%를 상회하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야놀자 본사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약 16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EBITDA는 영업활동으로 한 해에 벌어들인 총 현금 규모를 뜻하는 지표로서, 각종 세금과 감가상각을 하지 않은 상태의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야놀자는 지난해 약 21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사를 뜻하는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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