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문턱이라더니…아동 학대 비극 매년 증가

사회 / 주영민 / 2020-06-05 17:19:02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 중 5년 간 132명 사망
"의심 가정 방문해 밀착 관리하는 예방체제 절실"
아이들은 차별받지 않고 온정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 보호자에 의존해야 하며 당연히 부모는 합당하게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하지만 부모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적 화를 아이에게 표출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동 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이를 접하는 대중은 늘 큰 충격에 빠진다.

▲ 아동학대 행위가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부모에게 반복적으로 학대당하는 아이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셔터스톡]

여행 가방 방치 사망 아동…학대 신고에도 못 지켜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께 천안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9) 군이 4일 오후 6시 30분께 결국 숨졌다.

A 군이 7시간 동안 가로 50㎝, 세로 70㎝ 여행용 가방과 이어 그보다 더 작은 가방에 갇힌 이유는 계모 B(43) 씨의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10년도 채 살지 못한 이 '어린 죽음'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하지만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A 군의 부모가 지난달에도 학대 정황이 발견돼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이다.

당시 경찰은 A 군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싸늘한 주검이 됐다.

부모의 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정한 부모들은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해 장시간 들어오지 않고 방임해 결국 죽게 만든다거나,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베란다에 이동식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한겨울에 나오지 못하게 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

아동학대 처벌은 반드시 폭력이 있었을 때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완력 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다치거나 혹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공간에 두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행동을 했을 때도 해당할 수 있다.

이처럼 아동학대 처벌 기준 범위가 넓음에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사망케 한 40대 여성이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부모에 학대당하는 아동 지속 증가…보호조치 미흡 원인

아동학대 행위가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부모에게 반복적으로 학대당하는 아이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4년 1만7791건, 2015년 1만9214건 2016년 2만9669건, 2017년 3만1169건, 2018년 3만6417건 등 지속적으로 늘었다.

아동학대로 신고 된 의심사례 중 아동학대로 최종판단이 내려져 조치가 취해진 경우 역시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 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 6604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의 수는 132명이다. 2014년 14명이던 사망 아동 수는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8년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은 28명으로 2014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아동학대 행위자별 발생 현황을 보면 최근 5년 간 발생한 아동학대의 78.6%(6만8699건)가 부모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학대에 노출된 아동이 지속적·반복적으로 폭력과 학대에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학대 아동 10명 중 1명이 지속적·반복적으로 학대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가 부모나 친인척에 의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아동 학대 발생 이후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나 후속 조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학대를 당한 아동 대부분이 가정이나 친인척 집에서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된 것에 비춰 여행 가방에 갇혀 결국 사망한 A 군과 같은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 보건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만든 아동학대 사례 추이 및 학대로 사망한 아동 그래픽. [뉴시스]

지역사회 공적 기능 강화…기관들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지난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예방과 가해자 처벌이 법제화 됐고 2014년 '원영이 사건'으로 인해 아동학대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처벌이 강화됐다.

시민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 최근 아동학대 발견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잔혹한 아동 학대는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사회의 공적 기능을 강화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드러나지 않은 학대를 찾아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는)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심각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정을 방문해서 밀착해서 직접 방문서비스를 통한 확인, 이런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들은 서로 떨어져 있는 공적 제도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미 아동복지센터 상담사는 "(아동학대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산을 투입해 지역사회가 아동보호기관을 직접 운영해야 동네에서 일어나는 학대, 동네에서 일어나는 보호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즉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러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아동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아동 친화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주민센터라든지 병원이라든지 학교라든지 경찰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이웃과 지역사회에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아동학대 예방을 실행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제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전근대적인 시각을 탈피하고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을 당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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