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재용 영장 청구로 셀프 개혁안 걷어찬 검찰

사회 / 주영민 / 2020-06-06 22:09:48
공정성 위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무력화
불구속 수사 원칙인데 법원에 판단 맡긴 이유는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를 둘러싼 삼성과 검찰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자 검찰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맞섰다.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기소 타당성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데, 검찰은 이 절차를 무시해버린 형국이다.

이는 수사 내용과 별개로 또 다른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검찰 스스로 부정한 꼴이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셀프 검찰개혁안으로 도입한 제도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검찰이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나무랄 수는 없다. 제도가 보장하는 심리 절차를 모두 거치겠다는 건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검찰은 그 당연한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영장 청구로 대응함으로써 논란을 촉발하고 말았다.

수사심의위 심의 결과를 본 뒤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다수 법조계 인사는 말했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는 견제받지 않는 검찰의 폭주와 인권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외부 통제를 받겠다'고 나선 자체 개혁 방안"이라며 "수사의 부당성에 대한 이의절차를 제기한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 청구를 밀어붙인 건 검찰개혁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영장 청구 자체도 의문이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2018년부터 1년8개월여간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했다. 지난달 26일과 29일 의혹의 정점인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도 했다.

이렇듯 상당한 기간 수사를 해온 검찰이 기소 여부만 남겨둔 시점에서 꼭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었을까.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부득이 구속할 때는 구속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을 거쳐 구속영장을 받아야 한다. 구속 사유는 △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 증거 인멸 우려 △ 도망 우려가 있는 때이다.

이들 구속 사유에 어느 것 하나라도 이 부회장에게 들어맞는 것이 있는가. 이 부회장은 글로벌기업 수장이다. 주거는 일정하고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증거 인멸 우려도 1년8개월여 동안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뤄진 터에 설득력이 약하다. 물론 세 가지 이유가 아니더라도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등도 고려대상이다.

결국, 8일 구속적부심에서 범죄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짓는 주요 잣대가 될 것이다. 영장이 기각된다면 검찰의 꼴은 더욱 우스워질 것이다. 검찰개혁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면서까지 감행한 영장 청구가 바로 그 개혁안으로 도입한 제도에 영향을 주려한 '꼼수'였음이 들통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주영민 사회부 기자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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