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백선엽이 이순신, 홍범도와 같다고?

오피니언 / 류순열 / 2020-06-10 16:44:53
"골치 아프게 왜 옛날 일 갖고…" 그는 만주 시절에 대해 듣고 싶다는 기자를 끝내 만나주지 않았다. 숨기고 싶은 과거여서 그랬을 것이다. 2006년 그의 나이 87세때의 일이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육참총장, 합참의장, 교통장관을 지냈으며 오랜 세월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올해 만100세를 맞는 장군 백선엽의 삶의 궤적이다. 영광스러운 기억을 물었다면 인터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해방전 이력이 문제였다. 그의 이력은 해방 전과 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해방전 그는 만주국 간도특설대에서 활약했다. 만주국(1932∼45년)은 일제가 중국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를 내세워 세운 괴뢰국, 간도특설대(1938∼45년)는 "조선 독립군은 조선인의 손으로 잡는다"는 목표로 일제가 만든 조선인 부대다.

그러니까 그는 해방전 항일독립군을 토벌하며 일제 침략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스스로 "동포에게 총을 겨눈것이 사실이었고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1993년 '간도특설대의 비밀')고 고백했다.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변명도 곁들였다.

당시 만주에서 일제 식민통치의 틀 속에서 출세를 도모했던 이들은 많다. 대다수가 그 시절을 덮으려 했다. "만주에서 독립정신과 민족의식을 함양하며 무예를 연마했다"(간도특설대 출신으로 2대 해병대 사령관을 지낸 김석범 회고·1987년 '만주국군지')고, 뻔한 거짓말을 기록으로 남긴 이들도 있다. 그 시절의 선택이 떳떳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다.

백 장군의 사후 현충원 안장 문제가 연일 논란이다.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적극 엄호에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낙동강 전선 방어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 분의 공적을 따질 것 같으면, 그와 같은 논란은 참 부질없는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6·25의 이순신'이라고 치켜세웠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홍범도 장군이 일제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면, 백선엽 장군도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라고 두둔했다.

해방전 이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해방후 전과가 있다면 해방전 과오를 덮어도 된다는 말일까. 역사가 그렇게 만만한 것인가. 

"미친X들이다. 어떻게 대한민국 독립을 막으려던 사람을 (일본과 싸운) 이순신·홍범도와 비교할 수 있나." 책임지는 정치인이라면 김종인, 원희룡, 안철수는 육군장성 출신 박경석(88)의 분노에도 답을 해야 한다. 이순신,홍범도는 민족을 배신한 적이 없다.  

박경석은 "프랑스였다면 백선엽은 극형감"(오마이뉴스 인터뷰)이라고 했다. "아무리 후사에 공적을 세웠더라도 조국을 배반한 것이 입증되면 프랑스에선 극형"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해방후 공적, '낙동강 전선 다부동 전투'의 공적도 부풀려졌다고 했다. "낙동강 전선이 240km였고 여기에 한국군 5개 사단과 미군 3개 사단이 배치돼 있었다. 그렇게 8개 사단이 합심해서 지킨 것이다. 백선엽은 그 중 8분의1의 역할을 한 것이다."

때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다 지난 일, 좋은 게 좋은 거다, 덮고 가면 어때?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부끄러운 역사는 필연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일이므로.

언론인 리영희는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는 언제나 고통을 무릅쓰는 일이라고 했다. 그 괴로움 없이는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고!  작금 논란에서 곱씹어볼 명언이 아닐 수 없다.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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