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동학대, 사후 엄벌보다 선제적 예방 조치 시급

사회 / 주영민 / 2020-06-12 16:57:45
매해 30여명 아동 학대로 사망
처벌중심 패러다임 전환 필요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지난 3년간 학대로 사망한 어린이 숫자다.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대부분 부모다. 피해 아동은 2017년과 2018년의 경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10세 미만이었다.

이러한 잔혹한 학대상황이 알려질 때마다 여론은 들끓었고 국가는 강력한 처벌을 다짐해 왔다. 모든 보호자에게 학대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자는 등 실효성 없는 대안도 쏟아졌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천안 계모 사건에 이어 창녕 계부 사건까지 아동학대가 학대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듯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게 고작 만 3세 이상 아이들에 대한 학대 전수조사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합동 점검팀을 구성해 '재학대 발견 특별 수사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3년 동안 학대 신고가 있었던 어린이의 안전을 다시 점검하고 코로나19에 따라 '물리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2~5월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도 모두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동안 가정 내 학대가 늘었을 수 있기에 이를 적발해 엄중 대처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아동학대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지적에 대한 답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대 행위자와 학대 피해 아동은 학대가 발생했던 가정에서 다시 만난다. 일상을 공유하는 가정 내의 아동학대는 반복되고, 은폐되고,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교활한 부모는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입힌 후 달래고 약주고 보살피는 척 한 뒤 다시 학대한다.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고'를 반복한다.

학대로 사망한 아동조차 단 한 번의 폭력으로 사망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일상의 학대가 누적되다가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을 맞이했다.

학대 부모들은 잘못된 훈육이나 자신의 정서적 문제 등으로 아동을 부적절하게 양육했지만, 처벌을 비껴가기가 쉬워 학대가 방치되고 있고 결국 큰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한국사회는 아동학대를 '남의 가정사'로 치부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드라마와 영화속 학대 당하는 아이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지만, 막상 아래층 아이가 학대를 당하는 상황을 눈치 채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의 아동학대 예방 대책은 다양한 가족 개입과 지원에 집중돼 있다.

실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아동학대 범죄가 아닌 경우 복지 관련 법률인 '복지 및 기관법'(Welfare and Institutions Code)에 따라 지자체 산하의 아동보호 서비스 기관(Child Protection Services·CPS)이 개입한다.

범죄가 아닌 학대나 부적절한 양육으로 아동이 해를 입거나 위험 가능성이 있을 때 적극 개입해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함으로써 학대를 예방한다.

한국사회도 기존의 처벌중심 패러다임에서 전환해 다양한 가족 개입과 지원을 통한 적극적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공공이 집중해야 할 역할은 사후의 '엄벌'보다 예방 차원의 가족 개입"이라며 "그간 이 업무를 수행해 온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의 민간 전문인력은 해당 가정의 문을 두드리며 아동보호를 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분투해 왔다. 그러나 법적 권한이 없기에 한계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대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이 공백 영역에 집중돼야 한다"며 "학대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아동을 지키기 위해서는 범죄 아닌 아동학대에도 행정기관이 적극 개입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과 역할 분담이 구체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영민 사회부 기자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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