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가안전 위협' 삐라도 처벌 못하는 국가보안법

사회 / 주영민 / 2020-06-24 16:38:31
자유북한운동연합 대북전단 기습 살포 논란에도
반국가활동 규제하는 국가보안법 해당 사항 없어
'빨갱이 사냥법' 비난 속 존재 이유 점점 더 의문
"여기가 서울인가 평양인가?"

정부가 대북전단(삐라) 살포와 관련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반발하며 내뱉은 말이다.

그는 "잔인한 가해자 위선자에겐 그토록 비굴하면서 약자이고 피해자인 탈북민들에겐 악마의 비위에 거슬린다고 입에 재갈 물리고,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하려는 문재인 종북좌빨 독재정권"이라며 "대북전단에 독이 묻었는가? 폭탄이 들어있는가?"라고 항의했다.

박 대표는 지난 22일 회원 6명이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 장과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20개의 대형풍선에 매달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에는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고, 하단에 '어찌잊으랴 6.25, 민족살육자 김정은·여정 할애비 김일성 침략자를 인민이여 일어나라'는 구호가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는 고개 빳빳이 들고 그악스럽게 우겨대지만 그의 주장은 틀렸다. 전단엔 독이, 그 것도 '맹독'이 묻어도 아주 잔뜩 묻어 있다. 전단 살포는 그 자체로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다. 북한에 대남도발에 명분을 줘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 북한 접경지 주민들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 한반도 긴장감을 높여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전단 살포인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과 전단 살포를 멈추기로 상호 합의했기에 더더욱 대북전단 살포는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 반국가적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5년 대법원도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제지할 수 없지만, 국민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제지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판결했다.

그렇다면 제지를 넘어 처벌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게 무시무시하던 국가보안법은 이 경우 '종이호랑이'다. 그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기껏해야 경기도 등이 고발하면서 언급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또는 '사기·자금유용' 등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대북전단 살포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에 위협이 되는데도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법이 폐지된 '반공법'을 담고 있어서다. 반공법은 원래 북한 공산집단의 구성원, 또는 그 지지자와 이들의 활동을 고무·찬양 또는 동조하는 자 등에게 적용된다.

국가보안법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죄는 반국가단체의 구성 또는 가입하는 자 및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죄다. 여기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僭稱)하거나 국가를 변란(變亂)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結社)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이 같은 목적으로 공산계열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도 반국가단체로 본다. 북한의 노동당 및 재일 조총련 등이 이에 해당하지만,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성격 자체가 정반대이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국가보안법이 취지처럼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막기 위한 법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분명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임에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이 법은 무슨 소용인가. 비판론자들의 말대로 그저 '빨갱이 사냥법'일 뿐인가. 시대에 뒤처진 채 이름값도  하지 못하는 법, 그 존재 이유가 더욱 의심스럽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자체가 반공법을 담고 있고 적용하기에 따라서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서 폐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이 말 그대로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대북전단 살포 자체는 오히려 이 법이 권장하는 행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국가 행위를 권장하는 국가보안법? '동그란 네모',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형용모순의 법률이 아닐 수 없다. 

▲ 주영민 사회부 기자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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