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반달가슴곰, 한국에선 '꼼수' 도축…왜 못 막나

사회 / 손지혜 / 2020-06-29 18:18:31
반달가슴곰→사육곰으로 용도 변경하면 도축 가능
제도적 허점 노린 불법 횡행…처벌은 '솜방망이'
동물자유연대 "정부가 나서서 보호시설 마련해야"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반달가슴곰의 웅담을 판매한 농가가 최근 적발됐다. 웅담을 채취하고 판매해서가 아니었다. 웅담이 아닌 다른 부위를 취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도축 방식에서도 불법 소지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국제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의 웅담을 채취하고 먹는 것이 가능하다. 

▲ 반달가슴곰을 불법 도축하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어쩌다 반달가슴곰 도축은 합법이 됐나?

정부는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농가에 수출용 곰 사육을 장려했다. 1993년 한국 정부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수출 길이 막혔다. 이에 정부는 반달가슴곰을 '사육곰'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도축이 가능하게끔 허용한다. 같은 반달가슴곰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고 한국에서는 도축의 대상인 사육곰으로 취급받는 것이다.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2012년 민관이 함께 증식금지 후 단계별 매입, 국가 매입을 통한 곰 보호소의 설치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4년 증식금지 사업만을 결정했다. 사육곰의 증가만 막으면 사육곰 사업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전시관람용 반달가슴곰에 대해서는 중성화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불법 곰사육 농가는 제도적 허점을 노렸다. 전시관람용 곰들을 불법 증식해 웅담과 웅지(곰의 기름), 곰 고기까지 판매했다. 사육곰이 아닌 전시관람용 곰을 도축하는 것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14조(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등의 금지)에 따라 불법이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이 손해보다 커…처벌도 '솜방망이'

반달가슴곰 한 마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웅담은 70cc다. 웅담 판매 관련 광고글에 따르면 웅담 5cc는 175만 원에 판매된다. 한 마리당 245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난 8일경 메시지로 돌았던 웅담판매 관련 광고 [동물자유연대 제공]

그렇다면 처벌 수준은 어떨까.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67조1항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인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있다. 반달가슴곰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법 농가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법 조항을 사안에 따라 세부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김수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해당 농가의 경우 2013년도와 2015년도에 웅담 외에도 웅지를 판매한 적이 있다. 또 2015년도에는 사육곰을 관람용으로 타인에게 임대해줬다"며 "웅지 판매 2건과 임대건이 한 사건으로 병합돼 16년도에 벌금형 약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이 농가에 적용된 법 조항은 야생생물법 제69조 4항 "제16조제3항을 위반하여 국제적 멸종위기종 및 그 가공품을 수입 또는 반입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자"(웅지 판매건)와 제70조 5의2 "제16조제7항 단서에 따른 국제적 멸종 위기종 인공증식 허가를 받지 아니한 자"(불법 증식)와 제69조 1항 16호 "제16조의2제2항에 따른 사육시설의 변경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변경등록을 한 자"(사육시설 미 변경) 등이다.

▲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22일 정부에 반달가슴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올린 청원.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보호 시설 절실…정부는 '사회적 합의' 언급하며 지원 미뤄

동물자유연대에서는 반달가슴곰을 위한 생크추어리(보호 시설) 마련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사육곰 산업은 종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증식이 금지됐기 때문이다"라면서도 "그러나 국내의 웅담 수요를 고려할 때 수요에 따른 산업의 종식은 불가하다. 현재 5년 이하의 개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남아있는 사육곰들 중 일부는 25년 이상을 지금과 같은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최소 규모의 시설로 시작해 사육곰을 순차적으로 매입·구조하자는 입장이다. 초기 필수적인 시설은 곰이 머무르는 공간인 곰집(내실, 방사장)과 관리실, 격리실, 사무실, 소독·환복실, 창고로 나뉜다. 총예산은 15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부지면적 3만 평 규모의 시설을 기준으로 시설 건립비 74억 원과 23년간 연평균 운영비 1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사육곰들이 자연사해 그 필요가 다할 경우에는 중대형 포유류를 위한 보호시설로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부 지원의 공백이다. 김 활동가는 "정부는 이미 중성화 사업 당시 재정을 투입했고 일부 농가에 대한 지원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라며 "또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작년, 동물자유연대와 한국 갤럽이 생크추어리 관련 시민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시민들도 충분히 생크추어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동물자유연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2019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시민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8월 1일부터 5일까지 전국 성인 1500명에게 그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사육곰을 구조해 보호소로 이주시키기 위한 시민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질문에 찬성이 85.6%를 차지했다. "사육곰 문제 해결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질문에는 79.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문제의 해결은 철창 안에 갇힌 사육곰들을 고통에서 구하는 것임과 동시에 보신을 위해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기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역사를 끝내는 일"이라면서 "사육곰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육곰 산업 정책을 폐지하고, 보호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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