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회 '평등법' 입법해야"…시안 공개

사회 / 김지원 / 2020-06-30 15:30:22
차별 사유 21개로 범주화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평등법) 시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국회에 이를 참고해 평등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전원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의견표명' 안건 의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자회견에 앞서 인권위는 이날 오전 제1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회의장에게 "국가인권위가 제시하는 시안을 참조해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조속히 입법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 2006년 정부 상대 권고안을 낸 이후 14년 만에 나온 공식 의견표명이다.

인권위가 제안한 평등법은 '차별금지법'과 같은 개념이다. 인권위는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차별금지법 관련 권고안을 낸 바 있다.

인권위는 최근까지 차별금지법 현실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번 논의에서 인권위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오해가 법률명에서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평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총 5개 장 39개 조항으로 이뤄진 평등법 시안은 '차별 사유'를 21개로 범주화했다.

먼저 인권위는 평등법 시안에서 Δ 직접차별 Δ 간접차별 Δ 괴롭힘 Δ 성희롱 Δ 차별 표시·조장광고를 차별로 정의하고, 각 개념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예를 들어 '괴롭힘'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적대적, 위협적 또는 모욕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수치심·모욕감·두려움 등을 야기하거나 멸시·모욕·위협 등 부적정 관념의 표시·선동 등 혐오적 표현을 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정의한다.

아울러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21개 차별 사유를 규정했다.

여기에는 보수 개신교계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포함됐고 혼인 여부와 임신·출산, 가족 형태·가족 상황 등도 담겼다.

이에 대해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종교계에는 끊임없이 설명하고, 대화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저희가 넘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평등법 시안에 명시된 차별이 발생하면 인권위법에 따라 차별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 차별 행위를 한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인권위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거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인권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소송 지원이 가능하다.

이번 평등법 시안에는 차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조항도 포함됐다. 악의적 차별이 인정될 경우 차별 행위자에게 재산상 손해액의 3~5배 이하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가중해 부과할 수 있다.

또 차별 피해자와 그 관계자가 인권위에 피해 내용을 진술, 답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경우, 불이익을 준 당사자에게 가중적 손해배상 부담과 함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벌을 병행해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평등법이 적용되는 차별영역을 Δ 고용 Δ 재화·용역 Δ 교육·직업훈련 Δ 행정·사법절차·서비스 등으로 구분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와 차별 시정 계획 등도 담았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가 지난 4월 실시한 차별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평등법 제정을 위한 국민 공감대가 무르익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또 "차별을 금지하는 이유는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법안의 목적을 국민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평등법'이란 명칭을 새로 정했다"며 "위원회는 이번에야말로 모두의 평등이란 목표를 향해 평등법 제정이라는 결실 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제정 목소리가 있었으나 일부 여론의 반대 등으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당시 법무부가 정부 입법안으로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7·18·19대 국회에서 총 6차례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는 21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최근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정의당은 '5대 우선법안' 가운데 하나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으며, 다른 정당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U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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