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왜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를 호되게 질책했나

정치 / 김당 / 2020-07-20 12:59:08
[평양 톺아보기] 8.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이후 4개월만에 현지지도
"건설연합상무, 당의 영상에 흙탕칠" 호된 질책…"책임일꾼 전부 교체" 지시
공기단축 따른 불만 커졌거나 약속한 당창건일 이전 완공 어려워졌단 신호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한 가운데 "건설과 관련한 경제조직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호되게 질책"하고, "건설연합상무의 책임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로부터 공사전반 실태에 대한 구체적 보고를 받고 건설과 관련한 경제조직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엄하게 지적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로부터 공사전반 실태에 대한 구체적 보고를 받고 건설과 관련한 경제조직사업에서 나타난 심중한 문제점들을 엄하게 지적했다"면서 이렇게 보도했다.

 

북한에서 '연합상무'는 특정한 임무나 건설사업을 달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군과 내각의 연합 태스크포스(TF)팀을 지칭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주민이 운집한 가운데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10월 10일 당창건일까지 200일 완공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과 관련해 "내가 제일 믿는 건설부대인 근위영웅여단과 8건설국 동무들에게 맡길 것을 결심했다"며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착공의 첫 삽을 뜨는 동무들을 전투적으로 고무격려 해주기 위해 (착공식에) 참여했다"고 자신이 직접 참석한 배경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착공식을 기준으로 4개월만에 평양종합병원 건설장 격려차 현지지도를 나온 것이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공사장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설이 비상히 빠른 속도로 진척되어 왔다고 하면서 건설자들의 노력적 위훈을 높이 평가했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비판에 힘을 실어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건설연합상무가 모든 문제를 당정책적 선에서 풀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이대로 내버려두면 우리 인민을 위한 영광스럽고 보람찬 건설투쟁을 발기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에 흙탕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준절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호된 질책을 했을 뿐만이 아니라 당중앙위 해당 부서들에게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 사업정형을 전면적으로 요해하여 책임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하고 단단히 문제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19일 "20층 골조공사를 결속한 환희에 넘쳐 있는 공화국의 평양종합병원 건설자들"을 담은 사진을 싣고 "조선의 기상, 비약과 번영의 기상"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하지만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북한 매체들은 "20층 골조공사를 결속한 환희에 넘쳐 있는 공화국의 평양종합병원 건설자들"을 담은 사진을 싣고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목청껏 만세를 부르며 승리의 기발을 휘날리는 저들의 모습은 자력갱생 강자들이 발휘하는 힘이 어떤 것이고 그 힘으로 일떠세워가는 사회주의강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조선의 기상, 비약과 번영의 기상이다." (조선의오늘, 7월 19일 보도)

 

그런데 불과 하루 뒤에 김 위원장이 "건설연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당에서 우리 인민들을 위하여 종합병원건설을 발기하고 건설작전을 구상한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보장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고 질책한 것이다.

 

평양 대동강유역 문수거리 명당자리에 자리 잡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일일까?

 

단서는 김 위원장의 지적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건설연합상무가 설비, 자재보장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면서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 해서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건설연합상무가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필요한 각종 설비와 자재를 보장하느라 '각종 지원사업'을 구실로 다른 단위사업장과 인민들에게 물자를 강제 할당하는 등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지난 3월 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가운데)와 내각 총리 김재룡(앞줄 왼쪽)이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의오늘 캡처]


북한은 그동안 '최고존엄'의 지시사업인 평양종합병원 준공을 완수하기 위해 북한 권력서열 3위인 박봉주 당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수시로 건설현장을 찾아 독려해왔다.

 

시멘트를 비롯한 각종 물자들이 속속 건설현장으로 도착하는 등 '모든 길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으로 통한다'고 할 만큼, 당과 내각의 주요 간부들이 당창건 기념일 전 완공을 독려해왔다.

 

이에 건설연합상무 조직은 건설현장에 예술선동대원들을 동원해 이른바 '화선식 경제선동전'을 펼치고, 현장의 건설 노동자들은 그래프로 표시한 이른바 '경쟁도표'를 앞에 두고 막대그래프를 올릴 방도를 고심해왔다.

 

또한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까지 나서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적극 지원한 공로자에게 노력영웅 칭호와 훈장을 수여하는 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3일 발표한 정령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적극 지원하는 특출한 애국적 소행을 발휘한 조명진에게 공화국 노력영웅 칭호와 함께 금메달(망치와 낫) 및 국기훈장 제1급을, 리영순에게 국기훈장 제1급을 수여"했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된 가운데 각종 자재와 물자 공급이 순탄치 않자, 건설연합상무가 '지원사업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단위사업장과 인민에게 반강제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일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진행 중인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위해 해외에서 근무하는 주재원들에게 1인당 100달러 이상을 '충성자금' 명목으로 상납토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외화벌이가 한층 어려워진 상황에서 떨어진 북한 당국의 상납 지시를 놓고 당사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날 현지지도 하면서 "건설자들과 설비, 자재보장 단위 근로자들의 애국적 열의와 헌신적인 투쟁에 의하여 평양종합병원 건축공사가 힘있게 추진되고 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건설연합상무가 당중앙과 보조를 맞추며 당중앙위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을 집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직사업과 작전을 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모든 길은 평양종합병원으로 통한다"고 할 만큼 건설 자재와 후방 물자 지원을 위한 '정면돌파전'을 고무추동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온 나라 인민의 뜨거운 마음에 의해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서는 날에 날마다 새로운 혁신이 창조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무리한 공기단축과 물자 강제 할당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선의오늘 캡처]


앞서 7월 2일 김 위원장이 주재한 당중앙위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6개월 간의 코로나19 방역사업 총화와 국가비상방역사업 강화 △평양종합병원건설을 다그치고 의료봉사를 위한 인적 및 물질기술적 보장대책 강구라는 두 가지 의제를 토론해 결정서를 채택했다.

 

당시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 때만 해도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자들의 비상한 정신력과 헌신적인 노력에 의하여 어렵고 불리한 조건을 과감히 극복하며 건축공사가 일정 계획대로 완강히 추진되고 있는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또한 신문은 "김 위원장이 제기되는 문제들을 시급히 대책하기 위한 국가적인 강력한 조치를 취해주고 시공 부문, 자재보장 부문, 운영준비 부문 앞에 나서는 구체적인 과업들을 제시했다"면서 "회의에서는 두 가지 의정에 대한 결정서초안을 연구하고 전원일치로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정치국 확대회의에는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중앙비상방역지휘부 성원들과 평양종합병원 건설부문 일꾼들도 방청으로 참가했다.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주재하고 평양종합병원 건설부문 일꾼들도 방청으로 참가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전원일치로 결정서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보름여 만에 김 위원장의 '호된 질책'이 나온 것은 무리한 공기 단축과 물자의 강제 할당에 따른 인민의 불만이 예상 외로 커졌거나 인민에게 약속한 당창건일 이전 완공이 어려워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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