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확~ 달라졌다

정치 / 김당 / 2020-09-04 15:56:55
[데이터로 김정은 읽기] 공개활동 데이터로 드러나는 '위임통치'
올해 수행빈도 상위 김여정∙박봉주∙리병철…'위임통치'와 일맥상통
김정은, UN제재∙코로나19∙수해 '3중고' 속에 역할과 책임도 '분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월 7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수해현장을 찾아 근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7기 6차 전원회의(8. 19)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선언했다. 이른바 '수령의 무오류성'을 부정하는 이러한 '자기부정의 리더십'은 과거 김일성∙김정일한테서는 찾아볼 수 없던 리더십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앞서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이에 대해 '위임 통치'라는 용어를 썼다.

 

이들의 활동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의 상단에 실리는가 하면, 이들의 현지 활동에 '지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고 지도자와 그 후계자에 대해서만 '현지지도'라는 표현을 썼다.

 

국정원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정책실패 '리스크 관리' 차원서 위임통치"

 

지난달 20일 신임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보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정 전반에 걸쳐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해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노련한 박 원장이 보고한 '위임 통치'라는 용어에 혹해 별다른 검증없이 브리핑을 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상반기 공개활동 동향과 공개활동 수행자에 대한 분석, 최근 달라진 김정은의 언행과 노동신문 등 관변매체의 보도 양태를 종합하면, 그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우선 하태경(국민의힘)∙김병기(민주당) 간사의 정보위 브리핑을 복기하면, 김 위원장이 △김여정에게 국정 전반에 걸친 '중간보고'와 대미∙대남 분야 △박봉주∙김덕훈에게 경제 분야 △리병철∙최부일에게 군사 분야의 상당한 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를 내각총리에게 위임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지속돼 온 것이니 새로운 게 없다. 박봉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내각총리를 두 번이나 역임한 경제통이다. 김덕훈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신임 내각총리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월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67돌 '백두산 기념권총 수여식'에서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과 인민군 주요지휘관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문제는 민감한 후계구도와 관련된 국정전반에 걸친 '중간보고'나 역시 민감한 군령∙군정권과 관련된 군사 분야 권한을 위임 통치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김정은은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지만 과거에 비해서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면서도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위임통치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군사 분야에서도 당중앙위원회 부장인 최부일(정치국 위원)에게 신설된 당 군정지도부를 맡기고,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전략무기개발의 전권을 맡기는 식으로 권한을 이양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 배경으로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권한 위임에 따른 책임의 분담을 꼽았다. 김정은이 9년간 통치하면서 스트레스가 커져 이를 줄이는 차원에서 국정전반에 걸쳐 권한 위임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 실패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측근에게 권한을 위임해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김정은 공개활동 급감 배경은?

 

국정원의 이 같은 배경 분석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 동향과 공개활동 수행자 분석을 통해 상당 부분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북한 매체의 이른바 '혁명활동 보도'를 기준으로 김 위원장이 2020년 상반기에 보인 공개활동은 19건에 불과하다. 이는 집권 이후 예년의 상반기 공개활동 횟수에 비해 가장 적은 수준이다.

 

[표1] 2012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횟수 추이

(출처: 김정은 위원장의 2020년 상반기 공개활동 평가와 분석, 통일연구원)


위의 [표1]에서 보듯, 김정은 위원장의 상반기 공개활동 횟수는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2017~2019년 40~50회 수준이었던 상반기 공개활동 횟수가 2020년 19회를 나타낸 것은 예외적이다.

 

또한 아래의 [표2]에서 보듯, 예년의 동향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 공개활동에서 군사분야(10회)가 차지하는 비중(52.6%)이 월등히 큰 반면에, 경제분야(2회)가 차지하는 비중(10.5%)은 극히 작다. 2018년 이후 활발했던 대남 및 대외 공개활동은 올해 들어 전무했다.

 

[표2] 2020년 상반기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분야별 현황

분야

                            대 내

              대 외

정치

군사

경제

사회∙문화

대남

외교

횟수

4

10

2

3

0

0

19

비율(%)

21.1

52.6

10.5

15.8

0

0

100

 

김정은은 2018년에 집권후 처음으로 정상외교를 하면서 미국과의 대치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 집중' 행보를 전개했다. 김정은 그해 4월 신전략노선을 채택하고 공개활동의 35%를 경제 분야에 할애했다. 특히 그해 6~8월 동서를 오가며 30여개 지방사업장을 집중 방문해 이를 '삼복철 강행군'이라고 선전했다.

 

그런 덕분에 2018년 군사 분야 공개활동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북미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2019년에도 군사 분야 공개활동은 21%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군사 분야 공개활동은 52.6%나 된다. 김정은 집권 이후 매년 공개활동에서 군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올해 상반기가 유일하다.

 

군사 분야 공개활동 비중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및 대외 분야 공개활동은 반비례한다는 것을 뜻한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경제 분야 공개활동 비중을 대체로 20~40% 수준에서 유지해왔다. 전체 공개활동에서 경제 분야 비중이 가장 작았던 해는 집권 첫해인 2012년(14%)인데, 그 이후로 10% 수준을 기록한 것은 올해 상반기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추진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2018년 4월 사실상 종료하고 신전략노선을 채택한 이후 남북정상회담(2회), 북중 정상회담(3회),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적극적인 대외행보를 보였다. 2019년에도 북중 정상회담(2회), 북미 정상회담, 북러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대외 공개활동이 한 번도 없었다.

 

통일부의 '김정은 집권 이후 공개활동 수행자 분석' 통계

 

올해 상반기 김 위원장 공개활동의 급감은 1차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 봉쇄와 감염 우려에 따른 공개활동 감축에 의한 것이다. 또한 군사 분야에 집중된 공개활동 동향의 특징은 3~4월에 집중된 동계군사훈련 참관과 대남 불만 표출의 일환일 수 있다.

 

하지만 국정운영에서 김 위원장 공개활동의 급감은 그에게서 위임받은 다른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통일부의 '김정은 집권 이후 공개활동 수행자 분석' 통계에 따르면, 부침 인물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된다.

 

'수행자 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9년간 최다 수행자 10명은 △최룡해(432회) △황병서(390회) △조용원(216회) △마원춘(161회) △장성택(158회, 사망) △김기남(145회) △리영길(140회) △한광상(118회) △박봉주(117회) 순이다.

 

최근 5년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다 수행자 10명은 △조용원(172회) △최룡해(112회) △황병서(98회) △오수용(59회) △마원춘(56회) △박봉주(56회) △김용수(53회) △김여정(50회) △리병철(46회) △리설주(44회) 순으로 바뀐다.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실무 측근인 조용원(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오수용(당 중앙위원회 부장), 김용수(당 재정경리부 제1부부장) 등을 제외하면, 박봉주와 리병철의 수행 빈도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여동생 김여정과 부인 리설주의 수행 빈도가 크게 증가했는데, 리설주의 경우 정상회담 등 대외 공개활동이 많아진 탓이다.

 

올해로 수행자 범위 좁히면 김여정∙박봉주∙리병철…'위임통치' 일맥상통

 

올해로 범위를 좁히면 최다 수행자는 △박봉주(7회) △리병철(7회) △조용원(6회) △박정천(6회) △최룡해(5회) △김여정(5회) △박태성(4회) 순이다.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의 수행 빈도가 잦은 것은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7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이뤄진 김정은의 군사훈련 참관 및 군부대 시찰과 연관이 있다. 김정은의 올해 군사 분야 공개활동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예고한 이른바 '정면돌파전'과 '새로운 길'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 북한 관영매체들은 당중앙위원회 리병철(왼쪽)-박봉주(오른쪽) 부위원장이 장연군의 협동농장들에서 태풍피해복구사업을 '지도'했다고 9월 1일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하지만 올해 들어 특히 박봉주∙리병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정치국 상무위원의 수행 빈도가 '최다'를 나타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국정원이 보고한 '위임 통치'와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김여정의 수행 빈도 증가도 대남∙대외 분야의 권한 위임과 연관된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실제로 김여정은 김정은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던 지난 6월 김정은을 '대리'해 대남 부서를 진두지휘해 대남 강경 언행을 쏟아냈다. 또한 미국을 향해서도 김여정은 자신 명의로 담화를 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는가 하면, '북미정상회담 올해는 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박봉주∙리병철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것은 최근 북한 주민들이 밑줄 치며 읽는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매체들의 편집과 제목의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노동신문 편집의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노동신문은 최근 수해현장을 방문한 리병철∙박봉주 부위원장의 사진을 1면 상단에 싣고 '태풍피해복구사업을 지도'라는 제목(왼쪽)을 다는 등 전례없는 편집을 보이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노동신문〉은 9월 1일자에서 수해현장을 방문한 리병철∙박봉주 부위원장의 사진을 1면 상단에 싣고 '태풍피해복구사업을 지도'라는 제목을 달았다. 김정은 위원장 관련 기사는 사진 없이 그 아래 중단에 실려 대조적인 편집이었다.

 

또한 1면 하단 왼쪽에도 김재룡 전 내각총리 등 다른 부위원장들의 수해현장 방문 사진을 싣고, 역시 '피해복구사업을 현지에서 지도'라는 제목을 붙였다. 〈노동신문〉뿐 아니라 〈조선중앙통신〉, 〈조선의오늘〉 같은 대외 선전매체들도 비슷한 편집과 제목을 유지했다.

 

그동안 북한 관영매체들이 '현지 지도'라는 표현을 최고 지도자와 그 후계자에게만 써 왔음에 비추어 이례적인 변화이다. 이 같은 변화는 북한의 지배층에서는 젊은 축에 드는 리일환(60)이 신임 선전선동부장에 부임한 뒤에 두드러진 것이다.

 

국정원은 리일환이 선전선동부장으로 부임한 뒤로 과거와 다른 '맞춤형 선전'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동신문 활자체 다양화, 영어 유튜브 채널 통한 코로나19 청정구역 대외선전, 조선중앙TV의 태풍수해 현장중계 등이 그가 몰고온 변화이다.

 

노동신문이 '당부위원장들이 현지에서 지도'하는 사진과 표현을 쓴 것도 노동신문 편집의 '혁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리일환이 김정은 일가와 친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런 '혁신'도 김 위원장의 재가를 받아야 가능한 현실에 비추어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 극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수령의 무오류성' 부정한 김정은 본인

 

더 극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절대 권력자인 김정은 본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

 

▲ 김정은 위원장은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6차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내년 1월에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은 앞서 당중앙위원회 7기 6차 전원회의(8. 19)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실패를 사실상 공식 선언하고, 대신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열어 5개년계획을 제시하겠다고 결정했다. 특히 김정은은 5개년전략의 실패가 대북제재, 코로나 확산 등 대외여건의 불리함 자체가 아니라 요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자신의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북한 체제에서 금기시 돼온 이른바 '수령의 무오류성'을 부정한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최근 '김정은의 자기부정 리더십과 경제정책 수정 가능성'에서 "선대의 김일성∙김정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던 김정은 리더십의 특징을 보여주는 '자기부정의 리더십'으로 경제정책과 관련해 매우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확실히 선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완충기'를 설정해 경제 위기를 넘겼고, 김정일은 항일 투쟁기에 만주에서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 생존투쟁한 '고난의 행군'을 소환해 총대를 앞세운 '선군정치'로 체제 위기를 돌파했다.

 

아래 [표3]에서 알 수 있듯, 실제로 과거 북한은 중장기 경제발전계획 달성이 '미진'하면 예외 없이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김일성의 경우, 중장기 경제발전계획이 실패할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나 기간을 연장하고 자원을 중점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관철시켰다.

 

[표3] 북한의 중장기 경제발전계획 개괄

구분

경제발전계획

결정단위

계획 기간

기간 연장

달성 여부

1차7개년 계획

4차당대회(61. 9. 11)

1961~1967

3년 연장(68~70)

달성

6개년 계획

5차당대회(70. 11. 2)

1971~1976

1년 연장(77)

달성

2차7개년 계획

최고인민회의 6기1차회의

(77. 12. 5)

1978~1984

2년 연장(85~86)

달성

김정일

3차7개년 계획

최고인민회의 8기2차회의

(87. 4. 12)

1987~1993

3년 연장(94~96)

실패

김정은

5개년 전략

7차당대회(16. 5. 6)

2016~2020

연장 안함

실패

5개년 계획

8차당대회(21. 1 예정)

2021~2025

미정

미정

(출처: '김정은의 자기부정 리더십과 경제정책 수정 가능성'에서 일부 수정 편집)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기간에 아예 중장기 경제계획 수립 자체를 회피함으로써 그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김정일은 경제 당국의 입을 빌려 3차 7개년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기는 했지만,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였다.

 

반면,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핵심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자기부정의 리더십'을 드러냈다. 5개년 전략은 김정은 체제의 완성을 선포한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스스로에 의해 제시된 과제였다.

 

김정은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린다"

 

임수호 연구위원은 특히 "김정은이 5개년 전략 실패의 책임을 상황논리로 회피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정은이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혹독한 대내외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에 실패했다며 실패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점이다.

 

이는 '수령의 무오류성'을 부정하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더라도 8차당대회를 조기 소집해 '털 것은 털고 가자'는 실용적인 노선이다. 이처럼 선대와는 다른 노선 변화는 하노이에서 겪은 '쓰라린 좌절'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3월 2일 호치민 묘에 화환을 진정해 호 주석을 추모하고 묵상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베트남 방문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호치민묘를 참배하고 헌화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유일한 승전국이자 '시장 사회주의' 성공국인 베트남처럼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의 시대를 열려는 꿈에 부풀어 '65시간의 열차행군'을 감수한 그로서는 만감이 교차했을 순간이었다.

 

이번엔 '쓰라린 좌절'을 안고 같은 열차행군으로 하노이에서 돌아온 김정은은 자신을 신격화하지 말라는 이례적 메시지를 당선전 일꾼들에게 서신으로 보냈다.

 

"위대성 교양에서 중요한 것은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는데 대하여 깊이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만일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됩니다."(제2차 조선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 2019. 3. 6)

 

위임 통치의 배경이 국정원 보고대로 통치 스트레스 경감이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책임 분담이건, 김정은이 하노이에서의 쓰라린 좌절 이후 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UPI뉴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길 42 이마빌딩

뉴스통신사업 : 문화, 나 00033

인터넷신문 : 서울, 아00850 | 등록일 : 2009년 5월 6일

대표 : 박성수 | 편집인 : 류영현

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 : 장한별

대표전화 : 02-7307-114

email: go@upinews.kr

© UPI뉴스 ALL RIGHTS RESERVED
The United Press International, Inc. Website is at UP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