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칼럼] 추석 단상: 코로나에 가려진 치명적 '사회병'

사회 / 이원영 / 2020-09-29 10:32:22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재해·자살로 하루 44명 꼴 죽어가
더욱 치명적인 '사회병'에 관심 쏟아야
올해 한가위는 여느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이렇게 회색빛 분위기에서 맞이한 적도 없을 듯하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적 재미를 앗아가버리며 음울한 공포심을 퍼뜨리고 있는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제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에 시작해 연말까지 이어질 듯한 이 비정상의 생활화에 사람들은 지치고, 인내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고향에서 가족들이 모여 한껏 정을 나눠야할 명절임에도 '불효자는 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지만 말아라'는 웃픈(?) 플래카드가 내걸려야 하는 이번 추석은 들뜬 마음보다는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일까. 한가위 덕담을 나눠야 할 시간임이 분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절이라 그 쪽으로 더 마음이 기운다.

코로나19라는 대유행병과의 싸움에서 지쳐가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렬대오를 흩뜨리지 않고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전염병과 7개월째 싸움에서 사망자 4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선전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방역 선진국으로 칭송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해본다. 코로나만 잡으면 우리 사회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를 골병들게 하는 '사회적' 질병은 없는 것일까.

일치단결해서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싸우고 있지만 기실 우리 사회는 그보다 더 치명적인 사회적 질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기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하루에 38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자살병과 하루에 6명을 죽이고 있는 산업재해병이 그것이다. 두 가지 병 모두 OECD 최고 수치다.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니고 십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만성병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19의 10분의 1이라도 관심을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통계청이 밝힌 201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무려 1만3799명이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특히 20대의 사망원인 51% 자살이다. 절망한 청년세대의 한 단면을 본다. 마냥 활달해 보이는 것 같지만 그 웃음에 가린 그늘도 그만큼 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노인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작년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와 산재질병(직업병) 사망자를 합쳐 드러난 것만 2020명이다. 알려지지도 않고 집계되지도 않는 산재사망자 숫자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숫자만 보면 자살병과 산재병은 코로나보다 더 치명적이다. 그것도 매년 반복되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살병과 산재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이 '사회병'을 물리치자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무관심 속에서 우리의 이웃들은 자살병과 산재병에 걸려 소리도 없이 매년 엄청난 숫자가 생을 마감하고 있다.

누구에게는 긴 연휴가 반가운, 즐거운 추석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코로나가 드리운 어둠 속에서 신음하고, 아슬아슬한 노동 현장을 지켜야하고, 내일의 먹거리 걱정에 밤잠을 설쳐야 하는 또 다른 하루하루의 연속에 불과할 것이다.'먹고살기 위해' 산재병을 마다하고, '먹고살기 힘들어' 자살병에 걸려죽어가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외면한 채 즐기는 추석이 과연 뜻깊다 할 수 있을까. 한가위에 담긴 '다 함께'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 이원영 정치·사회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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