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집권 5년차에 "송구한 마음"…노무현 전철 밟는 문재인

정치 / 류순열 / 2021-01-11 12:39:35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성적은 참담하다. 집값 반드시 잡겠다더니 거꾸로 '미친 집값'을 만들어놨다. 그런데도 반성도, 사과도 없다. 그저 유동성 탓, 전 정권 탓이다. 비겁한 변명이다.

11일 문 대통령 신년사에서 부동산 관련 언급은 단 세줄이었다.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송구하다고 표현한 것인데, 이게 사과일까. 왜 미친 집값이 된 것인지, 정책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사과(謝過)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말도 그래서 헛헛하다. 반성이 없는데 기대가 생기겠나. 집권 5년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할 얘기도 아니다.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건데, 김현미 전 장관 표현처럼 주택이 밤을 새워서라도 구워낼 수 있는 빵이라도 되나.

문 대통령이 부동산만큼 자신 있다고 한 건 참여정부의 실패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는 못한 모양이다. 주택정책은 문 정부 초반부터 거꾸로 갔다. 임대사업자에게 온갖 혜택을 몰아주는 역주행으로 시작했다. 말로는 "사는 집 말고 파시라"면서 실제로는 집을 사면 살수록 대박이 되는 정책을 편 것이다. "주택투기에 꽃길을 깔아준 것"(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이다.

문 대통령은 진작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방향을 대전환했어야 했다. 기회는 많았다. 서울 집값이 이미 미쳐 날뛰던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어디 딴 세상 사람인듯 말하게 한 참모와 관료들부터 문책하고 경질했어야 했다.

사과든, 새 정책이든 너무 늦었다. 집값은 이미 너무 미쳐버려 무주택 서민은 낙심 정도가 아니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절망에 빠졌다. 양극화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했고 청년 세대의 미래는 더욱 캄캄해졌다. 

만시지탄이지만 사과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동지 노무현 대통령은 사과라도 화끈하게 했다. 집권 5년차인 2007년 신년 연설에서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국가 지도자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정책 전환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다. 3대 세습 독재국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인민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5일 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실패를 인정했다. 비로소 북한도 새 길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나. 

▲ 류순열 편집국장

U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upinews.kr


[ⓒ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UPI뉴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길 42 이마빌딩

뉴스통신사업 : 문화, 나 00033

인터넷신문 : 서울, 아00850 | 등록일 : 2009년 5월 6일

대표 : 김강석 | 편집인 : 류영현

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 : 장한별

대표전화 : 02-7307-114

email: go@upinews.kr

© UPI뉴스 ALL RIGHTS RESERVED
The United Press International, Inc. Website is at UP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