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불완전판매 책임을 은행장에게 묻는 금감원의 무리수

경제 / 류순열 / 2021-01-26 21:05:05
금융권에 긴장감이 팽팽하다. 은행장들이 줄줄이 중징계 위험에 처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라임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책임을 CEO에게 묻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절차는 시작됐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에 이어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이 중징계 통보를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에게도 곧 통보가 날아갈 것이다. 은행들은 2018년~19년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금융상품을 팔면서 투자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판매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징계함이 마땅하다. 당국이 눈감는다면 판매 실적을 위해 위험성을 감추거나 얼버무리는 행태는 버젓이 벌어질테고, 피눈물 쏟는 피해자는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금융시장은 정보비대칭이 극심한 곳이다. 소비자는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덜컥 금융상품을 구매하기 십상이다. 윤 원장의 징계 의지는 이렇듯 기울어진 운동장의 약자를 보호하려는 원칙과 소신의 산물일 것이다. 윤 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부통제 실패로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이면에는 부당행위로부터 얻는 이득이 사고의 대가보다 크다는 계산이 깔려있는데 이러한 유인구조는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책임을 기관을 넘어 CEO에게 직접 묻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논리적· 법적 모순이 따른다. 우선 "CEO가 말단의 영업행위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항변이 나온다. "불완전판매가 판매정책의 결과이며 그 정책의 책임은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당국 논리도 법적으로 허약하다. CEO가 판매를 독려할지언정 불완전판매를 독려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말초신경의 오작동을 대뇌가 책임져야 하느냐. 금감원 직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금감원장이 다 책임질거냐"고 했다.

무리한 징계는 무더기 소송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이미 박정림 대표도 소송 불사 태세이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문책경고)받은 손태승 회장, 함영주 부회장은 행정소송 중이다.

중징계 위험에 처한 다른 CEO들도 배수진을 칠 것이다. 금융사 임원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로 나뉘는데 문책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간, 직무정지는 4년간, 해임권고는 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금감원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많이 팔라고 했지, 불판(불완전판매)하라고 했나"라는 항변을 법적으로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느냐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잘못한 만큼만 때려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무리한 징계가 위험한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그는 걱정했다.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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