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범구 칼럼] 야권, 후보 단일화 불발보다 막말이 더 심각한 문제다

정치 / 허범구 / 2021-03-18 17:40:52
3040비하 막말 등으로 4·15 총선 참패한 국민의힘
김종인, 대국민사과하며 재발 방지 공언해놓고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의 정신 이상까지 거론
야권 분열시 보선은 물론 내년 대선까지 비관적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크게 졌다. 패인은 차고 넘친다. 계파 간 공천갈등, 막말 파문은 대형 악재로 꼽힌다. 제1야당이 잇단 헛발질로 자멸한 셈이다.

막말의 대미지는 30·40세대에게 인기없는 야당에겐 치명적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3040은 국민의힘을 꼰대, 구태 등 더 부정적 이미지로 본다. 이들 눈에 여당보다 야당의 막말, 말실수 등이 더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 김대호 후보는 "60·70대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발전을 이룩했는지 잘 아는 데 30·40대는 그런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논리없고 무지하다'는 김 후보의 3040 비하 발언은 젊은층 표를 말아먹었다는게 중평이다.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도 뒤지지 않는다. 

3040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에 가장 비호감적인 반응을 보이는 연령층이다. 특히 40대는 반야정서가 강하고 단단하다. 야당이 뭐를 해도 싫어한다.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겐 다이아몬드 지지층이라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설명한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과 함께 3040 표심을 얻는게 관건이다.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막말 예방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이유다.
 
지난 총선때 총괄선대위원장이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차,김 후보 막말에 고개숙여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며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고 약속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21대 총선후 11개월만에 국민의힘은 또다른 중요 선거를 앞두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보선 결과에 따라 '정권 심판이냐 안정이냐'의 민심 향배가 드러난다. 여든, 야든 승자는 차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야권에겐 보선 의미가 더욱 크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 통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후보 단일화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18일까지 한배를 타려다 실패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무산되면서 야권의 보선 승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양측은 19일 각자 후보등록을 한 뒤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아직 시간이 있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낙관했다. 투표용지 인쇄(29일) 전까지만 단일화하면 효과는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두 후보가 벼랑끝 단일화를 이끌어내 극적 효과를 거두면 승산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양당이 단일화 과정에서 주고받은 볼썽사나운 비방전의 후유증은 크고 깊을 수 있다. 불신과 반목의 앙금이 쌓이면 야권 통합의 최대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양당이 서로 유리한 여론조사 문항에 집착해 '좁쌀 정치'로 일관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 기대감을 낮추는 야권 깜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낯을 보일대로 보이고도 후보단일화가 잘못되면 야권은 보선 패배는 물론 내년 대선에서도 분열의 벽을 넘지 못해 또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총선때 막말을 경계했던 김종인 위원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완전히 딴사람이 됐다. 안 후보를 매일 저격하는게 막말 제조기처럼 비친다. 안 후보에게 "토론도 못하는 사람", "떼쓰는 인상"이라고 험구했다. 급기야 이날에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까지 했다. 앞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안 후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겨냥해 "안 대표를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라고 비꼬았다. 안 후보는 "김 위원장 사모님과 착각한게 아닌가"라고 반격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발끈해 안 후보의 정신 상태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김무성 전 통합당 의원은 이재오 전 의원 등과 기자회견을 갖고 "실무협상에 방해꾼이 등장해 일을 그르치고 있다"며 김 위원장 사퇴와 두 진영 간 인신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신경전이 도를 넘어 가족까지 끌어들이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국민의힘 내홍까지 불붙는 양상이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끝내 무산되면 김종인, 안철수 둘의 책임이 가장 크다. 2
011년 시작된 둘의 인연이 악연으로 변질된 탓이다. 야권의 내년 대선 승리의 꿈도 멀어지게 된다.

▲허범구 정치에디터


UPI뉴스 / 허범구 정치에디터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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