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하루 한 건 '묻지마 총기 난사' 일상이 되어버린 미국

국제 / 공완섭 / 2021-03-25 11:04:37
총기 관련 사건 하루 119명 사망
구입 쉽고, 사후 관리 사실상 전무
총기협회 로비에 정치인들 입 닫아
"의원 떼죽음 전엔 규제 불가" 자조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총기사건으로 8명이 숨진 지 일주일도 안 돼 22일 콜로라도주 소도시 볼더에서 또다시 총기난사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21살의 용의자 아흐마드 알 알리사가 사용한 총은 루거 AR-556자동소총. 전쟁용으로 만든 AR-15소총을 휴대하기 편하게 변형한 대량살상용 무기다. 2012년 오로라 극장 총기사건,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6년 올랜도 나이트클럽 사건 때 범인들이 썼던 총과 같은 모델이다. 용의자는 이 총을 일주일 전에 구입했다.

애틀랜타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롱은 범행에 사용한 9mm구경 총을 범행 당일 구입했다. 경찰은 총기 구입이 합법적이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가 잔인해지고 있는 다민족 사회에서 그렇게 손쉽게 대량살상용 무기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면서 총과 인종혐오범죄에 대한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인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는 약 4억 정. 워낙 불법거래가 많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대략 인구 1인당 한 정 이상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세계 인구 4%에 불과한 미국인이 전 세계 총기의 42%를 갖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에 총기는 어른들의 장난감처럼 보편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기 관련 사건 사고 통계 전문기관 GVA에 따르면 지난해 총기사고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자살 포함)는 4만3500여 명. 하루 평균 119명이 총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최근 5년간 총기 관련 연간 사망자는 3만7000~3만8000명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크게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 스트레스 증가, 인종갈등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자살이 2만3000~2만4000명 선이고, 나머지 1만4000~1만5000명이 총기사건 희생자다. 부상자는 2만8000~3만1000명.

올해 총기사건 희생자 숫자는 지난 3월 22일 현재 9649명. 자살이 5478명으로 56.8%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무차별 총격 등으로 인한 사망자다. 이대로 가면 올해도 사망자는 4만여 명을 넘을 전망이다.

최근 4년(2016~2019년) 사이 총기 사건 건수는 자살을 포함해 931~1031건. 이 가운데 불특정 다수를 향한 총기난사 사건은 337~417건이다. 총기 사건은 매일 2.5~2.8건, 대형사건이 거의 매일 한 건 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 들어 벌써 대형 사건만 110건이 발생했다. 총을 사용한 동기가 자기방어인 경우는 45%~51%. 올해는 40%에 불과했다.

▲무차별 총격으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 다음날인 23일, 콜로라도 볼더 시의 킹 수퍼스 슈퍼마켓 앞 철책에 총기 금지를 뜻하는 그림을 주민들이 걸어 놓았다. [Photo by Bob Strong/UPI]

미 총기협회(NRA)를 중심으로한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기보유를 미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하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합법적 '권리'로 해석하지만 실제로는 자살이나 범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벌어진 두 건의 대형 총기사건에 충격을 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의회에 살상용 총기휴대를 규제하는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총기 문제는 당파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 라며 "1분도 지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취임 첫 주에 공표한 주요 정책 목표에 총기규제는 빠져 있었지만 바이든은 우선순위를 바꿨다. 총기규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끌어 올렸다. 지난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참사를 계기로 제정돼 연초 하원을 통과한 규제안을 한시라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연방 상원에 촉구했다.

이 법안은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시늉만 하는 신원조회가 아니라 판매자, 구매자 모두의 신원조회를 보다 철저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총기휴대가 권리이냐, 규제대상이냐는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규제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옹호론자들의 막강한 로비와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당파적 이해도 엇갈리지만 연방과 주, 지방정부 간의 입장차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번 콜로라도 볼더에서 사용된 총은 볼더시가 2003년에 통과된 시 조례에 의해 개인 휴대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총기류지만 주 법원은 시 정부가 그런 권한이 없다며 총기옹호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콜로라도 사건이 터진 날 아이오와주 상원 공화당은 불법무기 양성화 법안을 부결시켰다. 메릴랜드에서는 신원조회를 강화하자는 법안에 래리 호건 주지사가 비토하자 민주당이 이를 표결로 뒤집었다. 버지니아주에서도 민주당은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체로 총기규제에 대해 민주당은 찬성, 공화당은 반대 입장이다. 총격 사건이 있을 때마다 주정부 차원에서 총기 규제 법안을 보강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규제보다는 시늉만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연방 차원의 총기 금지는 요원하다. 여야를 떠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총기협회의 로비와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총기 규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기사건으로 가장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구입과 관리가 가장 허술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법적으로 총기 구입시 신원조회를 하도록 돼 있지만 돈만 주면 법망을 피해 그 자리에서 총을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애틀랜타와 콜로라도 사건 용의자들이 모두 그렇게 총을 구입했다.

미국은 전과, 가정폭력 전력과 이민자 신분 여부만 약식으로 체크하면 총을 살 수 있다. 그나마 3분의 1 이상이 불법소지자여서 그런 규제마저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서 500달러만 주면 권총 한 자루쯤 언제든지 살 수 있다. 딕스 같은 캠핑,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에서도 총을 살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은 총기구입 목적에서부터 정신질환 체크, 안전한 사용방법, 그리고 보관 등 사후관리까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검증하는 체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영국은 철저한 신원조회와 인성검증, 경찰관 방문 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보관할 장소까지 확인한다. 러시아는 자기방어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고, 정신질환이 있는 지 여부에 관한 의사 소견서를 첨부해야 한다. 또 사용법과 응급처치법, 안전에 관한 실기, 필기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독일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해야 총을 살 수 있다.

호주와 캐나다는 까다로운 요건 외에 28일간의 대기기간을 두어 사건 당일 총기를 구입한 애틀랜타 사건처럼 충동구매에 의한 범행을 막고 있다.

캐나다는 2명의 보증인이 필요할 뿐 아니라 최근 2년간 동거한 사람들이 경찰이 보는 가운데서 총기 구입에 동의하는 서명을 해야 한다.

일본은 요건이 워낙 까다로워 귀찮아서 총을 갖고 싶지 않을 정도. 매달 총기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고, 연 세 차례 필기와 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전과 사실은 물론 친구 관계, 직장경력과 빚이 얼마나 있는 지까지 체크한다. 원한 관계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5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발생해 세계 최대의 코로나19 희생국인 미국에서 이어지는 잇단 총기 참사는 미국의 어두운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낙태, 성소수자 문제 등과 함께 매년 선거 이슈의 단골 메뉴로 오르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총기규제가 허술한 나라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미국이 이번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또 금세 잊혀지고, 또다른 총격 사건이 이어질 것이다. 그게 미국 근대사의 굳어진 방정식이 되어버렸다.

미 국회의사당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해 의원 수십 명이 떼죽음을 당하는 참사가 나기 전까지는 총기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자조 섞인 한탄이 넘쳐나는 오늘의 미국이다.

<최근 미국의 대형 총기 사건>

날짜 장소 희생자
2019년 8월 4일 오하이오, 데이턴 9명 사망, 27명 부상
2019년 8월 3일 텍사스, 엘파소 23명 사망, 24명 부상
2018년 10월 27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11명 사망, 6명 부상
2018년 2월 14일 플로리다, 파크랜드 17명 사망
2017년 11월 5일 텍사스, 서더랜드 스프링 26명 사망, 20명 부상
2017년 10월 1일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58명 사망, 887명 부상
2016년 6월 12일 플로리다, 올랜도 50명 사망, 53명 부상


<주요국 총기 규제 요건(2019년 현재)>

국가 규제 요건 특기 사항
미국 1. 신원조회. 전과, 이민자 신분 체크
2. 총기 구매
-대기기간 확대 움직임
-3분의 1 이상이 신원조회 안 거치고 밀매를 통해 구매
영국 1. 사냥클럽 가입
2. 인성검증 자료 필요
3. 경찰 방문 인터뷰
4. 보관장소 확인 
-경관에 따라신원조회 철저
러시아 1. 구매 사유 제시.
자기방어 필요성 입증
2. 사용법, 응급처치법 시험
3. 정신질환여부 등에 관한 의사소견서
4. 안전교육, 시험 통과
5. 면허신청
6. 신원조회
-대부분의 소지자들 지키지 않음.
-1~3번 항목 때문에 불법거래 성행.
독일 1. 사냥클럽 가입
2. 사용법, 필기시험
3. 정신질환여부 의사 소견서
4. 보관장소
5. 신원조회
6. 구입 목적 승인 
-집에 보관시 경찰 불심검문에 동의
호주 1. 사냥클럽 가입
2. 안전사용법, 필기시험
3. 보관장소 승인
4. 신원조회
5. 특수총 구입 승인
6. 대기기간 28일
-1996년 사건이후 총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으로 규정
-구입 목적 밝히도록
캐나다 1. 클럽 가입
2. 안전교육, 필기 및 실기시험
3. 2명이상 보증
4. 대기기간 28일
5. 신원조회, 정신질환 여부 체크
6. 등록 의무
-보중인 외에도 최근 2년간 동거인들 경찰 입회 아래 서명
일본 1. 연 3회 실기 필기시험
2. 정신질환여부 의사 소견서
3. 매달 총기사용 승인
4. 경찰관 인터뷰
5. 친구관계, 직장, 빚 등 신원조회
6. 실기훈련, 발사 테스트
7. 사냥 면허(필요시)
보관장소 경찰 조사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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