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LH사태,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다

오피니언 / 류순열 / 2021-03-25 14:59:16
대한민국은 투기공화국이다. 보수·진보, 여·야, 권력 위 아래를 가릴 것 없다. 부동산 투기는 기득권에 진입하고, 지키는 필수코스가 되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공기업까지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일부 임직원들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로 투기를 벌였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특공'(특별공급)받은 세종시 아파트는 살지도 않고 '먹튀'했다. 투기로도, 특혜로도 돈벼락을 맞았다. 그런 자들이 국민주거 안정과 향상을 존재 이유로 삼는 LH서 일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푸 고개를 숙였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며 "송구한 마음"(16일)이라고, 이어 "매우 면목 없는 일"(22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사과했지만 또 남탓을 했다. "적폐"(16일), "개발과 성장의 그늘", "오랫동안 누적된 관행"(22일)이라고 했다. 사과인가, 변명인가. 사과는 하지만 내 잘못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린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누적된 관행, 맞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부동산 투기의 역사였다. 그러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촛불혁명의 여망을 안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적폐 청산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에서 왜 그 망국적 적폐가 청산되기는 커녕 더 가속화했느냐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또 핵심을 비켜갔다. 아직도 모르는 건가,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전자라면 무능이고 후자라면 위선이다. LH사태의 책임에서 문재인 정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건 적폐의 관성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처음부터 거꾸로 갔다. 입으로는 "집값 반드시 잡겠다"더니 손발은 "투기하라"고 부추겼다. "사는 집 말고 팔라"더니 집을 사면 살수록 대박인 정책을 폈다.

임대사업자에게 안겨준 '세제 종합선물세트'는 결정적이었다. 집을 많이 보유할수록 돈다발이 굴러들어오는데 누가 집을 내놓겠나. 이들의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정책은 다주택자를 늘려 집값 폭등의 불쏘시개가 되고 말았다. 주택정책 콘트롤타워라는 김수현 사회수석, 주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그 자리를 차고 앉아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애초 의지는 있었는지부터 의문이다. 정권 초반 부동산 보유세 '찔끔 인상', 집을 세 채 가진 인사(최정호)의 국토교통부 장관 지명, 직 대신 집을 택한 민정수석(김조원)…. 이런 정책과 인사 해프닝의 흐름 어디에서 집값 잡으려는 의지 한줌이라도 느낄 수 있나.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부는 그저 집값 잡는 척, 개혁하는 척 시늉만 하는 정부였다. 욕망이 넘실대는 시장은 이를 일찌감치 알아채고 부동산 투기로 질주했다. 그 결과가 미친 집값, 영끌 투자, 그리고 LH 사태다. '벼락 거지'도 탄생했다. "집값 반드시 잡겠다"는 대통령의 말만 철석같이 믿다가 집살 기회를 놓쳐버린 이 땅의 서민들이다. 그들은 지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절망에 빠졌다.

그러니 문 대통령에게 정말 면목 없는 건 단지 LH사태가 아니다. 이는 빙산의 조각일 뿐 거대한 뿌리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해놓고 정작 투기를  부추긴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이런 터에 LH사태에 대해서만 '오랜 관행'을 방패삼아 사과하는 건 사과가 아니라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이미 너무 늦어 부질없지만 진작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대전환했어야 했다. 왜 그러지 못했는지 짐작은 간다. 실력이 없거나 용기가 없어서다.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들의 민주화 운동 이력이 곧 국가경영 능력은 아니며, 그들이 더 이상 개혁에 목맨 진보세력인 것도 아니다. 이미 또 다른 기득권 보수 세력이 된 지 오래다. 

'지체된 반성'의 결과는 자명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최악 상황을 속절없이 맞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그랬다. 싸우면서 닮는다더니, 문재인 정부가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궁극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문 대통령을 뽑았던 서민들의 삶은 문재인 정부에서 훨씬 더 팍팍해졌다.

▲ 류순열 편집국장

U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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