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문 대통령, 좀 더 일찍 화냈어야 했다

오피니언 / 류순열 / 2021-03-30 20:52:13
촛불혁명은 무혈혁명이었다. 피 흘리지 않고 엉터리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명예혁명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그 덕에 권력을 잡았다. 운명적으로 촛불혁명 정부가 된 것인데, 이름 뿐이었다.

촛불혁명의 여망은 준엄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참담하다. 평등, 공정, 정의는 희미하고 '내로남불'의 이중성만 선명하다.

예정된 결과였다. 문재인 정권은 전혀 혁명정부답지 않았다. 촛불혁명의 여망을 안았지만 이를 이행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했다. 입으로만 큰소리칠 뿐 손발은 여리게 움직였다. 초반부터 화끈한 개혁 같은 건 없었다. 같은 편의 모순은 감쌌고, 적폐를 베려는 칼날은 무뎠다.

부동산 정책은 상징적이었다. "부동산 만큼 자신있다"더니, "집값 반드시 잡겠다"더니 실행력은 터무니없었다. 초반 '보유세 찔끔 인상'에서부터 의지를 읽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거꾸로 집값을 띄우는 정책을 폈다. '임대사업자 세제 종합선물세트'는 결정적이었다.

그런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야장천 전 정권 탓, 유동성 탓이다. 범여권 일각서 "애초 집값 떨어지는 걸 겁냈다. 그러니 실패하는 것"(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도 여권 핵심엔 무오류주의의 오만이 팽배하다.

그 오만의 결과로 이 정권 사람들은 남 탓과 내로남불이 체질화한 듯하다. 남 탓을 해야, 우리 편엔 관대해야 무오류 정권이 될 테니까. '미친 집값'에 대한 전 정권 탓, 유동성 탓이 그렇고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라는, LH사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반응 또한 그렇다.

"맑아지기 시작했다"는 그 윗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부동산정책을 총괄한다는 사회수석(김수현)은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국민을 속였고, 법무장관(조국)은 내로남불 릴레이의 서막을 열었으며, 민정수석(김조원)은 직 대신 집을 선택해 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다.

화룡점정은 청와대 정책실장(김상조)이 찍었다.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주도해놓고 정작 자신은 시행 직전 14% 넘게 전세 보증금을 올려버렸다. 내로남불이 체질화하니 양심이 아예 마비된 것인가. "김상조는 그 자리에서 대체 뭐 하나. 진작 물러났어야 마땅하다"(주진형)고 비판받던 김 실장은 그렇게 불명예를 안고 청와대를 떠났다.

이렇게 탁한 윗물로 어떻게 적폐를 청소할 수 있으며 아랫물이 맑기를 바랄 수 있나. 29일 문 대통령의 반부패정책협의회 연설은 결연했다.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손대지 못했다"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라고도 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났을 때 쓰는 표현"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평가를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라며 '강력한 의지'를 당부했다.

너무 늦었다. 되돌아가기엔 '잘못된 길'을 너무 멀리 와버렸다. 문 대통령은 진작 "마음의 빚"이 아니라 '촛불혁명의 여망'을 위해 '읍참마속'의 괴로운 결정을 했어야 했다. 좀 더 일찍 화를 냈어야 했다. 촛불혁명 정부라는 호칭은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다.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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