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잔인하게 죽였는데 벌금 300만원…외국이었다면?

사회 / 권라영 / 2021-04-07 10:52:04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실형 사례는 대부분 보호자 따로 있어
美 동물학대범에 최대 징역 7년…獨 헌법엔 '동물 보호 의무'
정부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 민법 개정 추진…물건 벗어나나
최근 자신의 반려견을 잔인하게 죽인 20대 남성 A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A 씨는 반려견을 벽에 던지고 주먹으로 내려치는 등 잔인한 폭력을 행사했다. 법원이 내린 처벌은 벌금 300만 원이었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2월부터 동물 살해 등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실제 판결은 법 개정 흐름에 뒤처진다. 여전히 '솜방망이'다.

▲ 하얀 개가 4층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페이스북 캡처]

민법상 동물은 '물건'…실형선고 거의 없어


동물학대 사건은 매년 늘고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와 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 처분을 받은 이는 339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월까지만 집계해도 879명으로 2.6배에 달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하다. 지난달 18일, 살아있는 개가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발견됐다. 며칠 뒤 고등학생이 반려묘를 밤새 3층 창문틀에 방치했다가 밀어 떨어뜨렸다. 27일엔 한 빌라 베란다에서 고양이가 1시간 동안 맞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틀 뒤에는 다른 빌라 창밖 난간에 방치된 개가 발견됐다. 이 네 사건은 채 2주도 되지 않는 사이 벌어졌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실제 기소되는 인원은 적었다. 2016년에서 2020년 10월까지 동물학대 등으로 검찰 처분을 받은 3398명 중 51.2%(1741명)은 불기소됐다. 31.8%(1081명)은 약식명령청구 처분을 받았으며, 2.8%(93명)만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전국 법원의 1심 재판을 살펴보면 판결이 내려진 246명 가운데 140명(59.6%)는 벌금형을 받았다. 자유형을 받은 45명 중 실형은 12명(4.9%)에 불과했다.

처벌은 보호자가 따로 있을 경우 강하게 내려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동물이 현행법상 '물건'에 속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법 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동물은 공간의 일부를 차지하는 물건인 '유체물'로 간주돼 보호자의 재산에 속한다.

40대 남성이 고양이 '자두'를 폭행해 죽인 사건에서 재판부는 자두의 소유주(보호자)가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재물손괴죄가 인정됐고, 보호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점도 고려돼 징역 6개월의 실형이 내려졌다. 반면 A 씨의 사례처럼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이나 보호자가 없는 동물을 학대한 경우는 벌금형이 주를 이뤘다.

▲ 동물권단체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 회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내건 현수막. [김진주 기자]

외국은 처벌 강화 추세…물건 지위 벗어난 곳도


외국에서는 동물학대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을까.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물학대범에게 최대 7년의 징역형을 내리는 PACT법이 2019년 11월 발효됐다. 동물을 압사, 익사, 질식사시키거나, 뾰족한 물체로 찌르는 행위 등을 금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국도 동물학대범에 대한 최고 형량을 5년으로 늘렸다. 영국은 동물학대를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것'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처벌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이미 30여 년 전에 민법을 개정해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명시했다. 특히 독일은 여기서 더 나아가 2002년 헌법에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집어넣었다.

▲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벤치에 앉아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다. [문재원 기자]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검토…처벌 강화될까


법무부는 지난달 반려동물 증가에 따라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물건에 해당하는 동물을 비물건화하겠다는 것이다.

동물권단체들은 환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의 비물건화는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동물법 체계정비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동물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물권행동 카라(KARA)는 "사법기관은 동물살상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해 물건이 아닌 생명 박탈의 관점에서 범죄를 엄중히 처벌해야 하고, 수사기관은 동물대상 범죄 수사 매뉴얼을 강화하고 체계화된 대응을 이행해야 한다"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함께해야 함을 강조했다.

U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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