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문재인 정부

정치 / 류순열 / 2021-04-07 15:55:33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인사는 말할 것도 없다. 국가 경영이 거기서 시작된다. 국정 철학, 정책 방향이 거기에 담긴다. 인사를 그르치면 정책도 실패한다. 국민의 삶은 추락하고 국가는 퇴보한다.

문재인 정부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이 이미 실패했다. '미친 집값'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집값 반드시 잡겠다"는 약속을, 문 대통령은 지키지 않았다. 오랜 관행 탓, 유동성 탓, 전 정권 탓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4·7 재보선이 임박하자 대통령도, 여당도 사과했지만 진정한 반성인지, 선거용 사과인지 알 수 없다.

정책 실패의 뿌리는 결국 인사다. 애초 문 대통령의 인사에선 명확한 철학도, 뚜렷한 방향도 읽을 수 없었다. "사는 집 말고 파시라"면서 집을 세 채 가진 이(최정호)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무개념만 노출했다.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이 중 하나라도 걸리면 고위공직자로 등용하지 않겠다는 5대 원칙은 증발했다.

원칙이 사라진 자리에 무사안일과 내로남불이 판쳤다. 부동산정책을 총괄한다는 사회수석(김수현)은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국민을 속이고, 법무장관(조국)은 내로남불 릴레이의 서막을 열었으며, 민정수석(김조원)은 직 대신 집을 선택해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주도해놓고 정작 자기집 임대료는 9∼14% 올려버린 청와대 정책실장(김상조)과 여당 의원(박주민)은 내로남불 릴레이의 화룡점정이었다.

늘 바로잡을 기회는 있는 법이다. 책임을 묻고, 경질하고, 방향을 틀면 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 마저도 하지 않았다. 김수현, 홍남기, 김상조, 김현미 등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한톨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내로남불은 "마음의 빚"으로 감쌌다. "대체 그 자리에서 뭐 하나. 진작 물러났어야 마땅하다"(주진형)고 비판받던 김상조 실장은 사고를 치고서야 물러났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수차 사의를 표했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제자리 걸음이다. 그만두겠다는데 대통령은 쪽지를 보내 말렸다. 그러는 사이 홍 부총리의 위신은 추락을 거듭했다. 입술이 부르트게 뛰었다 해도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냉소 속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은 전혀 명예롭지 않다.

이렇게 스스로 세운 원칙은 허물고, 정책 실패의 책임은 묻지 않으며, 내로남불은 감싸는 인사로 어떻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겠나. 인사에서부터 정책 신뢰는 허물어지고 말았다.

4·7재보선이 끝나고 정치시계는 대선국면으로 진입한다. 여권 대권주자 정세균 총리가 다음주중 사의를 표명할 거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개각이 단행될 것이다. 폭이 제법 클 전망인데, 원칙을 회복하는 개각이 될지 의문이다. 당장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개각에서도 빠지는 모양이다. 그러면 차기 총리 취임전까지 총리 대행을 하게 된다.

너무 늦었으나 문 대통령이 이제라도 '마음의 빚' 대신 '촛불혁명의 초심'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라다운 나라는 마음의 빚을 갚는 걸로는 만들 수 없다. 읍참마속의 괴로운 결정이 원칙을 세우고 개혁의 동력을 만든다.

조선 중기 석학 율곡 이이(1536 ~ 1584)는 "천하의 일은 잘되지 않으면 잘못되고, 나라의 대세는 다스려지지 않으면 어지러워진다"고 갈파했다. 천하는 잘되지 않으면 잘못되는 것이지 중간은 없다는 말이다.

집값 잡는 척, 개혁하는 척 시늉만 하던 문재인 정부에도 딱 들어맞는 명언이다.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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