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당국 비웃는 불법영업 룸살롱…"그곳은 딴 세상"

사회 / 이원영 / 2021-04-08 14:58:10
경찰 단속에도 은밀하게 '단골' 상대 영업 계속
A(45)는 강남 모처에서 친구와 둘이서 모처럼 소주 한잔 나누고 있었다. 그 때 친구 선배로부터 논현동 모처로 와서 전화하라는 연락이 왔다. 마시던 자리를 서둘러 파하고 택시를 타고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어차피 밤 10시 이후엔 술자리를 가질 수 없는데 어디를 가려나 싶었다.

약속된 곳의 정문 앞은 이미 영업이 종료된 것처럼 간판의 불이 꺼져 있었다. 간판 위엔 CCTV가 좌우상하로 작동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문 앞엔 건장한 청년들이 거리를 두고 조심스레 휴대전화가 아닌 워키토키로 어딘가와 교신하고 있었다.

▲ 서울시 점검반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의 유흥업소를 방문해 유흥시설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순간적으로 A는 불법영업 업소를 찾는 고객을 잡는 경찰이거나, 신고 목적으로 진을 치고 있는 파파라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며 살짝 긴장했다.

친구가 선배에게 이곳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워키토키를 손에 쥔 그 건장한 사내가 "000 씨죠? 000 사장님이 기다리십니다"라며 A 일행을 안내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업소는 단골에 한해 밤 10시 이후에 손님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굳게 닫혀 있던 정문이 은밀히 열리고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더니 화려한 룸들이 나타났다. 한 룸으로 들어가 먼저 와 있던 친구의 선배와 동행자, 친구 그리고 나 네 명이 인사를 나눴다.

곧이어 21년산 발렌타인과 조니워커 블루, 과일이 들어오고 새끼마담과 아가씨 7명이 들어왔다. 이 중에 초이스(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고르는 과정)를 거쳐 마담, 아가씨 4명, 우리 일행 합쳐 9명이 술 마시며 놀다가 밴드를 불렀다.

기타, 신시사이저, 드럼 연주자 3명이 들어왔다. 한 방에 모두 12명이 노래 부르고 논 셈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는 딴 나라 얘기였다.

끝난 시간은 새벽 2시 30분. A가 돈을 내지는 않았지만 4시간 남짓 논 비용이 1800만 원 정도였다. 서울 강남의 밤은 딴 세상 시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유흥업소 발(發)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불법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 6일 이틀 동안 집중단속을 벌여 61건의 위반사례를 적발하고 255명을 방역수칙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앞으로 2주간 영업시간 등 방역 수칙을 어기는 유흥업소를 집중단속한다는 방침인데 당국을 비웃듯 심야 불법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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