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실패 이낙연 진퇴양난…중도사퇴도, 완주도 고민

정치 / 허범구 / 2021-09-27 17:13:20
중도사퇴질문에 "미안하지 않나"…'엄중낙연' 버럭
2위, 포기 명분 약해…대장동 의혹 '플랜 B' 관측도
돌파구 없으면 '과반 참패' 수모 반복…정치적 부담
"대장동, 이런저런 얘기 듣지만 말 아껴" 묘한 여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발끈했다. 대선 경선후보 중도사퇴 의사가 도마에 올라서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가 물은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그런 질문을 마구 하나. 미안하지도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진행자는 먼저 "정세균 후보에 이어 김두관 후보까지 중도사퇴를 했는데 혹시 사퇴에 대해 들으신 바는 없나"라고 물었다. 이 전 대표는 "무슨 수로 알겠는가"라고 답했다. 이어 진행자는 "최소한 이낙연 후보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보면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전 대표의 불쾌한 반응이 튀어나온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전 대표는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제 할 일이 있고 제 책임을 다 해야 된다하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전 대표 별명은 '엄중낙연'이다. 점잖은 발언으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붙여졌다. 그런데 이날 질문엔 버럭하며 '속내'를 고스란히 표출했다. 전북지역 경선 패배의 충격이 큰 것으로 비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전북 경선에서 54.5%의 과반 득표로 완승했다. 이 전 대표는 38.4%에 그쳤다. 광주·전남을 뺀 여타 지역 경선처럼 또 참패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5일 광주·전남 경선에서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겨우 0.17%p 차로 이 지사를 앞서 이겼다고도 볼 수 없다. 안방인 호남에서 이 지사의 본선 직행 저지를 위한 반전 계기를 마련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중도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명분 상 당연하다.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는 건 출전 선수들의 기본 책무다. 전북 경선 뒤 김두관 의원은 중도하차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후보 5명 중 득표율이 꼴찌였다. 그가 빠지며 박용진 의원이 최하위가 됐다. 그러나 박 의원은 "민주당의 변화와 정치의 세대교체를 위해 경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원과 앞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주저 앉은 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다. 둘 다 약체 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다르다. 누적 득표율에서 이 지사(53.01%)에 이어 2위(34.48%)다. 이 전 대표가 중도사퇴하면 경선은 그 순간 끝이다. 이 지사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10.60%), 박 의원(1.23%)과 경쟁하는 건 의미가 없다. 경선 역동성과 함께 흥행 기대는 사라진다.

이 전 대표가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완주하려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 지사 발목이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으로 치명상을 입을 경우 '플랜 B'로 이 전 대표가 우선 거론될 수 있다"며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 전 대표가 경선을 2위로 마치는게 여러모로 바람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기왕이면 안심할 수 있는 책임자와 함께 가시는게 어떤가"라며 "그 점에도 제가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결선 투표로 가기 위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완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과반 참패'의 수모를 계속 당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으론 상당한 부담이다.

이 전 대표는 호남 경선 결과에 대해 "권리당원, 대의원은 예전부터 마음이 정해져 있어 민심이 출렁이기가 비교적 어려운 분들이다. 이미 뜻이 정해진 분들이 많았던 면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표심이 거의 굳어져 있어 추격이 난제임을 인정한 발언이다. 

의원직 사퇴의 배수진은 약발이 다한 듯 하다. 광주·전남에서 호응이 좀 있었으나 여타 지역은 시큰둥했다.

그렇다고 대장동 의혹이 이 전 대표에게 호재도 아니다. '양날의 칼'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 지지율은 되레 반등했다. 이 지사가 위기를 맞자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 때문이다. 네거티브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로선 대장동 검증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이 고민일 수 있는 대목이다. 역풍이 걸림돌이다.

이 전 대표는 일단 기존의 공세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는 CBS라디오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한 것이다.

"지금은 큰 그림 중에 코끼리라고 치면 코끼리 다리, 귀도 나오고 하는 상황으로 언제일지 모르지만 코끼리 전체가 그려지지 않겠나 싶다"고도 했다. 

그는 "공영개발이라고 했지만 그 금액들이 너무 커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그만큼 커졌다"며 "피해를 호소하시는 분도 나타나고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장동 의혹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또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정부의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천대유에서 퇴직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50억 원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을 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득권 세력이 자녀에게 힘과 돈을 세습한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외견 상 곽 의원을 조준하며 '국민의힘 게이트'를 부각하는 이 지사와 공조하는 듯 하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과의 결탁 의혹'이라는 주장 속에 이 지사와의 연관성도 밝혀야 한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U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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