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불타는 서부…캘리포니아 탈출 러시 가속화

국제 / 공완섭 / 2020-09-21 10:45:57
지난해 50만 명 캘리포니아 탈출 이어져
남부는 허리케인 탈출로 도시 공동화 우려
기후변화 무관심한 트럼프 재선 여부 촉각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하늘은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하루 종일 햇빛을 볼 수 없었다. 극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백야현상 같은 '황야' 현상이 며칠간 이어졌다.

산불은 캘리포니아 남부, 오리건, 워싱턴, 몬태나, 콜로라도, 애리조나, 유타주 등 서부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로키, 시에라네바다산맥 곳곳이 화염에 휩싸였다. 일주일 뒤 산불 연기는 대륙을 가로질러 캐나다 동쪽 노바스코샤 하늘까지 뒤덮었다.

산불로 타 버린 면적은 대략 500만 에이커(60억 평). 남한 면적의 5분의 1가량이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아직도 20~40% 정도밖에 진화가 안 돼 피해 면적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재까지 사망자는 36명. 실종자와 부상자가 많아 희생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불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LA 등 대도시에까지 일시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와 접경 지역 오리건주 피닉스는 1800가구의 주택과 상가가 불에 탔다.

▲ 지난 1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배커빌의 플레즌트 밸리 로드에 산불에 불탄 차량이 널브러져 있다. [Photo by Terry Schmitt/UPI]

지구 최후의 날을 연상케 하는 날씨가 지속된 건 벌써 한 달째. 유독가스가 포함된 오염된 공기 때문에 하루 종일 창문을 열 수 없는 상태 속에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산불이 자신들의 터전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토종 희귀 동식물들까지 멸종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관계 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워싱턴주의 경우 산불로 인해 토종 피그미 토끼 개체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미 윈드롭 워싱턴주 임수산부 부장관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원상복구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며 "일부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근본적인 피해를 입어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상태" 라고 말했다.

근래 미국인들은 산불과 허리케인, 극한 더위, 해수면 상승 등 끊임없는 자연재해에 시달려왔지만 기후 문제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산불은 온난화 같은 기후변화가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코앞에 다가왔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재난은 최근 가속화 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대탈출(엑소더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bc뉴스는 지난해 50만 명가량이 텍사스, 오리건주 등 다른 주로 빠져나갔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불이 극심해지자 엑소더스 행렬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부 엑소더스가 산불 때문이라면 중남부는 허리케인이다. 16일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샐리. 시속 165km에 1m의 물 폭탄을 쏟아부으며 앨라배마, 플로리다주 등 남동부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샐리는 시속 2마일의 느린 속도로 진행했는데 이게 바로 전형적인 미국 내 기후변화 효과라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서부 산불로 인해 뜨거워진 공기가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배출되는 공기와 결합해 올 여름 워싱턴DC에 이상고온을 불러왔고, 서부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것도 건조해진 공기의 순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또 뉴멕시코에서는 새 떼가 집단 폐사했는데 산불 연기 때문에 철새가 행로를 바꾸다가 그랬거나, 공기 오염이 원인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 지난 19일 캘리포니아 배커빌의 플레즌트 밸리 로드에 불길에 녹아내린 목장 울타리가 방치되어 있다. [Photo by Terry Schmitt/UPI]

기상전문가 에이브러햄 러스트가튼은 경제학자와 인류학자, 기상전문가, 보험전문가, 건축가, 도시계획전문가 4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상이변과 식량부족 등으로 인한 인구 대이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그룹은 미국인 두 명 가운데 한 명꼴인 1억6200만 명이 수년 내에 고온이나 물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남부지방에 사는 주민 가운데 8% 가량이 허리케인을 피해 타주로 옮겨갈 것이고, 이로 인해 이 지역의 빈부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 결과 번영을 누리던 남부 도시의 전성기는 끝나고, 도시가 슬럼화 되면서 커뮤니티가 붕괴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루이지애나, 조지아 해변도시 등 흑인 밀집 지역은 이미 가난이 심화되고, 보건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또 뉴올리언스에서부터 위스컨신주에 이르는 중부지방은 여름에 엄청난 습도 때문에 건설노동자나 학교에서 운동하던 학생이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고가 잦은데, 이 또한 타지역으로의 엑소더스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과 마이애미, 보스턴 등 미국 내 20대 도시 가운데 8개 도시는 수면상승으로 인해 다리를 새로 놓거나 해변에 방어막을 구축하는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 그렇다고 모든 도시가 뉴욕시처럼 방어벽을 쌓는데 1000억 달러씩 쓸 수는 없을 터여서 도시 간, 지역 간 인구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산불이든 허리케인, 홍수, 해수면 상승 등 어느 것이 됐든 재난이 예고돼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주 등 30개주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산불을 계기로 미국인들은 기후변화가 먼 훗날 얘기가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3분의 1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분의 3 정도로 늘었다는 것.

미국이 앞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올 대선에 달렸다. 조 바이든 후보는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피해지역을 방문했을 때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보다 나은 산불예방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즉각 "(당신이) 기후변화를 역설하느라 서부 해안을 오가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오늘날 당신이 보듯 산불이 악화된 거다"라고 쏘아붙였다.

산불 보고를 받고 "곧 시원해질 것"이라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지,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이라고 몰아세우는 바이든이 승리를 할지에 따라 기상 난민의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U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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