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폭행 회사에 알렸지만…징계없이 퇴사시킨 대한항공

사회 / 김광호 / 2020-09-24 11:03:13
피해자, 가해자 조사·징계 요구…사측은 사건 축소 급급
여가부 '성폭력 사건 매뉴얼' 무시…피해자는 우울증 호소
대한항공 "모든 처리 절차 피해자 측과 상의해 결정했다"
대한항공이 사내 성폭력 사건을 신고 받았지만 가해자를 징계절차 없이 퇴사시키고, 사건을 축소하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범죄 관련 이미지 [뉴시스]

24일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사내 성폭력 사건은 지난해 12월 10일 회사에 신고됐다.

대한항공에 다니는 직원 A 씨는 2017년 여름 업무 과정의 문제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고, 직장 상사 B 씨는 그 문제와 관련한 보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A 씨를 외부로 불러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술을 권하던 B 씨가 갑자기 A 씨를 성폭행하려 했다. 이에 온몸으로 저항한 끝에 A 씨는 그 자리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혼자 2년 넘게 끙끙대던 A 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고, 그로부터 7일 뒤 회사와 면담을 했다. A 씨는 자신에 대한 보호는 물론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했으며, 추가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니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피해자의 요구에도 가해자를 제대로 된 조사와 징계절차 없이 퇴사 처리했고,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신분 노출이 되지 않으려면 덮자'며 회유까지 했다.

또한 사측은 피해자가 B 씨 사건 후 발생된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부당한 인사이동의 조사요구를 3개월 동안 방치했다. 더 이상 이를 참지 못한 A 씨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의견서를 보내자 비로소 추가 조치가 이뤄졌다.

회사의 방관적 태도로 인해 피해자 A 씨는 수면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8년 배포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회사는 직장 내 성폭행·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나 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 회사는 징계위원회나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제재를 결정해야 하고, 이때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하기 전에 회사는 반드시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 같은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대한항공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A 씨는 가해자와 대한항공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 혐의로 진정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피해자 보호를 절대 원칙으로 이후 모든 처리 절차를 피해자 측과 상의해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U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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