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의 파리 통신] 전체주의는 '생각의 차단'에서 시작된다

국제 / UPI뉴스 / 2021-03-30 10:45:14
코로나 상황에 정부 방침 반대하면
'음모론자'로 낙인 찍는 지적 테러
복종을 열망하는 대중성도 거들어
깨인 자신의 영혼 있어야 삶의 주인
"사람들의 공포를 지배하는 자가 그들의 영혼의 주인이 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1532)에서 한 말이다.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에게 공포는 가장 친근한 통치수단이며, 음모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피할 수 없는 도구다. 공포가 사람들 마음 속에 번지면, 사고가 얼어붙고, 권력자는 손쉽게 그들의 복종을 얻을 수 있다.

음모는 인류 역사에 권력자가 존재해 온 시절부터 함께해왔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 특히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선, 크고 작은 음모가 동원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음모론자는 정부나 주류 미디어가 발표하는 사건의 공식 버전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의도와 면모들이 있다고 의심하고 그것을 찾아내려 하는 사람들이다. 박정희 시대에, 우린 숱한 간첩단 사건을 목격했다. 선거 때면 늘 북쪽에서 탄약 내음 섞인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거의 모든 간첩단 사건은 수십년이 지나 독재정부가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꾸며낸 음모임이 드러났다. 때가 되면 불어오던 북풍 또한 양쪽 정부가 사이좋게 꾸민 음모의 결과였음을 사람들은 이제 알고 있다.

하여, 음모론자를 '진실을 너무 일찍 말한 사람'이라고 혹자는 평하기도 한다. 인류역사에서 소수의 권력자들은 언제나 음모를 꾸며왔고, 현자들, 혹은 권력의 근거리에서 진실을 목격한 일부 양심은 숨겨진 사실들을 세상에 전해 왔다. 그러나 그들을 '음모론자'로 부르며 매장하려 하는 현상은 작금의 일이다.

권력의 심리와 대중심리 조작 기술을 연구해온 심리학자, 철학자인 아리안느 빌에란(Ariane Bilheran)은 이러한 현상을 2020년 9월 진행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류 역사에서, 다수의 타인들을 희생시켜 특권을 갖게 된 자들은 언제나 피지배자들에 의해 박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왔다. 피지배자들은 수적으로 훨씬 많고, 그들은 자신들이 강탈당한 권리에 대해 깨달을 수도 있으며, 권력을 독점한 이들을 향해 일어설 수도, 죽이려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현실에서 완전히 새로운 점은, 사람들은 그들의 음모에 대해 생각할 권리조차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 '음모론자'는 존재하는 음모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누리는 권리가 정당하지 못한 것임을 알고, 무의식 중에 느끼는 죄책감 때문에 자신이 권리를 빼앗은 바로 그 대상을 향해 음모를 꾸민다. 그러면서, 그들이 자신들이 꾸민 음모에 대해 생각하면, 그들을 '음모론자'라 지칭하며 그 생각 자체를 범죄화하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아리안느 빌에란에게 마키아벨리가 권력자 곁에서 음모를 도모하는 조언자라면, 그들의 대중을 향한 음모를 간파하고 폭로하고, 경고하는 사람은 철학자이거나 레지스탕스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둘러싼 개인들의 다양한 추론은 범죄화했다. 이는 자신들이 꾸미는 일에 대해 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는, 광적인 분위기의 전파와 선동을 위해 저질러지는 언어의 타락과 왜곡이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마모되지 않는 비판적 지성의 언어학자 촘스키는 '음모론'이란 단어에 스며든 언어의 타락을 간파한 바 있다.

"음모론은 이제 지적인 욕설이 되었다. 누군가 세상의 일을 좀 자세히 알려고할 때 그걸 방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라고 그는 지적한다. 권력과 그들의 하수인인 주류 언론의 버전을 벗어나는 모든 문제 제기는 이제 '음모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대중적 린치를 겪는다.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 무기, 생각을 차단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전체주의는 다양한 생각을 차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독재자 전두환이 권좌에 올라 가장 먼저 감행했던 일은 언론통폐합이었단 사실을 우린 기억한다.

코로나 팬데믹 정국에서 드러나는 놀라운 현상은, 이 지적 모욕의 대상이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지식인들 뿐 아니라, 과학자들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하자 가장 먼저 미디어가 달려가 대안을 물었던 프랑스의 저명한 감염학자 디디에 하울 교수, 전 보건부 장관이자 현직 의사인 필립 두스트 블라지, 20년간 프랑스 보건부 감염병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크리스치앙 페론 교수, 전 국립의학연구소 연구소장인 유전학자 알렉상드라 앙리옹 코드, 2008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뤽 몽타니에 박사까지. 이들은 단지 코로나19에 대해 정부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음모론자의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그들의 발언은 유튜브에서 삭제되었고, 그들과 인터뷰한 언론은 정부에 의해 폐간 위기에 놓였다. 이들과 같은 의견을 가진 의사들, 과학자들은 방송에서 진행된 숱한 토론의 장에서 '음모론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정부 입장을 옹호하며 미디어에 등장하는 이들은 반론을 펼치는 과학자들의 실증적 설명에 맞서 '음모론자'라는 방패 뒤에 숨어 욕설과 조롱을 퍼부어왔다.
 
프랑스 국립의학연구소의 감염학자 투비아니 박사는 "코로나19는 기존에 존재해 왔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한 전염병의 하나다. 의사들은 당연히 과거에 등장했던 전염병과 비교하며, 그 치료 방법을 찾아내고, 향후의 진행경과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바이러스성 전염병과 코로나19를 비교하는 것조차 금기시된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정부의 공식입장을 반박하는 모든 과학적 추론, 정부의 대책들이 사회에 가한 폭력에 대한 철학적, 사회학적 비판들이 '음모론'이라는 말 속에 매장되면서, 사람들은 이 놀라운 지적 전복 속에서 경악하고, 공포에 질식당한 영혼은 사고를 멈추며, 행동하길 멈추게 되었다. 

<이것은 음모가 아니다> 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벨기에 영화감독 베르나르 크뤼첸은 "팬데믹은 의학적 산물이 아니라 미디어의 산물" 이라고 단언한다. 팬데믹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으나, 그것이 사회에서 불러일으킨 공포와 폐해는 의학적 파괴력이 아니라, 미디어 조작이 빚은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1년간 미디어가 증폭시켜온 코로나19의 공포를 포착하고, 코로나19에서의 언론의 역할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2021년 1월 내놓은 바 있다. 마크롱의 최측근으로, 언론 자문으로 지내온 프랑스 언론인 크리스토프 바르비에는 크뤼첸 감독의 단언을 입증해주는 증거물처럼 <전염병의 독재>라는 책(2021.1) 출간, 신랄한 내부고발을 감행한다.

"정부는 사람들의 발을 묶기 위해 완벽하게 불안을 조장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먹혔다" "공포는 즉각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그것은 정부에 의해 계속해서 자극되었고, 관리되었다. 공포야말로 권력자의 최고의 동맹이다. 정부는 결국 공포를 이용해 시민들의 복종을 얻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키아벨리의 옷을 벗어던지기로 결심한 대통령의 전직 미디어 자문역은 저서에서 마침내 복종하게 된 대중의 모순을 폭로하기도 했다. "독재는 우리 안에 있었다. 독재는 우리 안에 있는 복종에의 욕망을 대신하여, 대통령 혹은 보건부 장관의 얼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방역독재에 복종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정부의 판단에 이성적으로 동의하며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 속에 내재되어 있던 복종에의 욕망을 전체주의적 권력과 만나 충족시키고 있는 중이라는 지적이다. K방역의 성공에 자족해 있던 한국사회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그 효능과 부작용을 향해 의문이 제기되자, 질본청은 십자가를 내세우는 성직자처럼, "백신은 안전하다"는 한마디 금언을 내세우며 모든 의구심과 과학적 반론을 범죄화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는 질본청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피어오르기 시작한 한줄기 의심의 연기 속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철학자 키케로는 "철학은 영혼의 진정한 의술"이라 말했다. 철학은 우리의 감정을 의심하도록 가르치기 때문이다. 의심하고, 질문하며, 회의하고, 상상하는 것은 모든 학문과 철학, 과학의 시작이다. 의심하는 능력을 되찾는 것으로 공포가 마비시킨 우리의 영혼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영혼과 육체가 모두 온전히 살아있을 때 우린 온전한 제 삶의 주인일 수 있을 터이니.

▲ 목수정 작가


목수정 (재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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