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칼럼] '야외 노마스크' 백신 유인책, 득보다 실이 우려된다

오피니언 / 이원영 / 2021-05-26 16:35:41
백신 접종 여부로 국민 '편가르기' 될 수도
미국에선 감염 우려 적은 야외 '노마스크'
감염 우려 적은 야외 마스크 일괄 해제해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6일 '백신 인센티브' 방안을 내놨다. 백신 1차 접종자에게는 6월부터 가족모임 인원제한에서 제외하고 일부 공공시설 및 문화 프로그램에 할인혜택을 주고, 경로당 등 여가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더 준다는 내용이다.

또 7월부터는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실내모임 인원제한에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한다. '백신 인센티브'이기도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

당국은 QR코드 간편 인증이나 종이 증명서를 활용해 예방접종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7월 이후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단속이라도 할 예정인가. 백신 배지를 발급해 달고 다니게 하는 방안도 제시했는데 배지 단 사람과 달지 않은 사람들 간에 볼썽사나운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다분하다.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 빨리 일상을 회복해야 하겠다는 목표는 방역당국이나 시민들이나 매 한가지 마음이다. 그러나 어차피 이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면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방역 가이드라인을 구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미국을 보면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모든 주들이 야외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하지 않았거나 해제했다. 아예 마스크 의무화를 하지 않았던 주도 31개 주에 달한다. 야외 감염이 드물고 우려스럽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백신을 맞은 사람은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지침을 내리긴 했지만 야외 마스크 착용 여부를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차별해 규제하는 주정부는 없다. 14개 주에서 실내에서만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가리고 있다.

빨리 백신 접종률을 높여 일상회복을 앞당기고자 하는 우리 방역당국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방역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데 실효성과 함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회복을 피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마스크 풍경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장면이 하나둘 아니다. 널찍한 공원에서, 바다에서, 등산길에서는 예외없이 마스크를 쓰게 하면서 도심 식당가에선 북적거리는 인파가 밀폐된 공간에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매일 이런 풍경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거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야외에서 마스크 없이 마음껏 자연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은 열망이 큰데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의무화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5일 기준으로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됐다. 회색 부분은 노마스크 지역이고 캘리포니아만 야외와 실내 모두 의무화가 풀리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7월까지 해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와이는 25일 전격 야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다. 동부의 마이애미와 뉴저지는 실내만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다.[멀티스테이트 캡처]

지난 3일 국립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이사장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절대 근절될 수 없으며 독감처럼 토착화되어 우리의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오 이사장은 "백신을 맞는다고 감염전파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체 인구 70%가 접종을 받는다고 해도 집단면역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어차피 백신은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약화되고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집단면역' 최면에 걸려 있는 현 방역 당국의 한 관계자로서는 하기 힘든 말을 꺼낸 셈이다.

정부에서 아무리 백신을 맞으라고 종용하더라도 접종 여부는 개인이 판단할 몫이지 강제할 순 없다. 지난 4월 말 정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는 비율이 61.4%에 불과했다. 아직도 엄연히 국민 30~40%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자기 소신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백신 맞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백신 맞으면 야외에서 마스크 벗게 해줄게'라는 말이 어떻게 들릴까. '당신들 야외에서 마스크 벗고 싶으면 빨리 백신 맞아' 이렇게 해석될 터인데 과연 그런다고 자기의 의료 소신을 접고 백신 대열에 참여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가 좀더 조심하고자 하면 백신을 맞고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고, 코로나를 독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백신을 안 맞고 마스크도 쓰지 않을 것이다.

7월부터 길거리엔 노마스크족이 늘어날 터인데 백신 맞았니 안 맞았니, 증명 보여라 하면서 얼굴 붉히는 장면이 연상돼 벌써부터 마음이 편치 않다.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미국처럼 백신 접종에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야 일상의 정상화가 성큼 다가오는 기쁨을 전 국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지 않겠나.

▲ 이원영 국제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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