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문재인 정권 최악 시나리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치 / 류순열 / 2021-05-28 17:15:17
국회의원은 꽤 달콤한 권력이다. 마약과 같다고, 그 맛을 한 번 보면 이성을 잃는다고, 일찍이 강신옥 전 의원은 말했다. 숱한 명망가들이 금배지 한 번 달아보겠다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초선을 넘어 재선·3선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금배지라고 다 같은 금배지가 아니다.

그들 세계에서 선수(選數)는 계급이다. 오래전 한 정당 의원총회에서 금배지 세계에서 선수가 어떤 의미인지, 그 민낯을 순간 포착했다. 사회를 맡은 판사 출신의 초선 Y의원이 말했다. "앞자리가 많이 비었으니 뒤에 의원님들 앞으로 좀 내려와주세요." 뒷줄에 앉아 내려다보던 검찰 수사관 출신 3선 L의원이 옆자리에 앉은 3선 K의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저게 초선 주제에 누굴 내려오라 마라야. 맞으려고…" 둘은 입술에 비웃음을 물고 가늘게 눈을 마주쳤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럴진대 금배지 한 번 달아보지 못한 정치지망생은 어떻겠는가. 총선 정국의 모 정당 의원 연찬회. 신문기자 출신 30대 후보 J가 강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선배님들!"이라고 말문을 연 뒤 패기만만하게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맨앞줄에서 팔짱을 낀채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4선 L의원의 표정이 구겨졌다. 급기야 철부지를 꾸짖듯 "그만해"라고 묵직하게 소리쳤다. 중진 영감님의 느닷없는 사자후에 J는 놀란 토끼꼴이 되고 말았다. 목소리엔 힘이 빠지고 패기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십수년전 국민의힘 계열 한나라당에서 목격되던 장면들이다. 이랬던 정당에서 배지 한 번 달아본 적 없고, 30대 중반밖에 안된 이준석(36) 전 최고위원이 압도적 1위로 당 대표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상전벽해라고 해야 할까. 그저 이변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 자체로 한국 정치사에서 본 적 없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 후보 득표율은 당원 조사에서 31%, 일반국민(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조사에서 51%를 기록했다. 1대1 합산점수 41%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나머지 나이 많고 선수 높은 선배님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58세 4선의 나경원 후보가 29%로 뒤를 이었고, 61세 5선의 주호영(15%) 후보가 두자릿수를 지켰을 뿐 74세 4선 홍문표(5%), 53세 5선 조경태(4%) 후보는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권력의 크기였던 선수가 갑자기 초라해졌다. 용기있게 소신을 밝히는 정치신인을 꾸짖던 다선 중진들은 이제 0선 정치신인과 싸우기 위해 단일화를 논의해야 할 판이다.

이 후보가 정말 제1야당 대표가 될는지 알 수 없다. 가능성이 크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뚜껑 열어봐야 안다. 주목할 것은 이 후보의 당락이 아니라 이준석 현상, 그 자체다. 이준석 현상은 시대 변화를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다. 기존정치에 대한 실망과 변화의 열망이 이준석 돌풍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툭 하면 훈계질이나 하던 다선의 꼰대 영감님들에게는 두려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정작 긴장해야 할 곳은 국민의힘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 이준석 현상으로 꼰대정당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다. 위기는 촛불혁명 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이다. 민주화 유산에 빨대꽂고, 진영논리로, 내로남불로 편가르기 정치나 하던 오만과 무능, 구태 이미지가 '탈(脫)꼰대'의 이준석 현상과 대비되는건 치명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국 정치사의 새 장을 열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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