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확률형 아이템? 게임 회사가 유저들 우습게 아는 것"

사회 / 이준엽 / 2021-05-31 17:02:52
위정현 게임학회장 인터뷰
"자율 규제 개정안은 게임법 저지 위한 방어용"
"유저들 반발 성공해…회사들 대응책 찾아야"
"3N 혁신 고갈…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회사 절실"
올해 들어 게임 산업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확률조작 문제가 심각했다. 유저들은 전광판 트럭까지 동원해 유례없는 시위를 벌였다. 국회도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을 문제 삼았다. 올해 들어 게임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됐다.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로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7일 '건강한 게임 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을 발표했다. 내용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 확대다. 게임법 개정을 앞두고 방어용으로 내세웠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연구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위정현 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을 만나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 게임 산업 이슈들에 대해 물었다. 위 학회장은 "유저들의 반발이 성공한 게 아주 좋다. 향후에는 유저들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다. 게임 회사들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게임 산업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

"게임사들의 긴장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중국 게임 시장에 문턱이 높아지면서 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매출이 50% 넘게 올라갔다. 그러면서 긴장감이 사라졌는데, 그에 대한 부작용이 가장 큰 이슈다."

-긴장감 완화로 인한 부작용은

"게임 산업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긴장감이 사라지면 게임 산업 방향성에 대한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동안에 돈을 벌면서 그 돈을 게임에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 게임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듯 보인다. 다른 업종에 눈독을 들인다. 게임과 다른 산업의 융합이면 좋겠지만 게임 산업 성장에 한계가 보이니 게임 이외의 것으로 아예 가려는 것 같다. 특히 대형 게임사 3N(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모두 게임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공격적으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유저들이 게임회사들에 반발하고 나섰는데

"긍정적으로 본다. 20년 게임 산업 역사의 큰 변화다. 의외로 샤이한 게임유저들이 시위를 하면서 이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반발하셨으면 한다. 이전에는 유저들이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항의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가 지치면 거의 포기했다. 그러나 이번에 트럭시위를 하면서 '이게 되네' 하고 유저들도 느꼈을 거다. 여태껏 3N 모두 유저들 항의를 뭉개버렸다. 대처도 서툴렀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려했다. 불만이 쭉 쌓여오다가 터졌다."

-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큰 문제가 '확률형 아이템'이라는데

"확률형 아이템은 '가챠'라고 보면 된다. '가챠'라는 것은 일본에서 온 의성어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돈 넣고 손잡이를 돌려서 얻는 '캡슐'을 생각하면 된다. 가챠의 특징은 꽝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은 꽝이 있다. 예전에는 최소한 넣은 금액은 챙겨줬다. 100원 넣으면 100원 정도 가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게임회사한테는 유저들 돈 빼먹기 정말 좋은 시스템이다. 게임회사들은 유저들이 욕하면서도 게임을 계속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게임회사가 유저들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확률이 0.00013%이어도, '도박'이라고 욕하면서도 사람들이 할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더 이상 확률형 아이템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게임 산업에 발전이 없어 치명적일 것이다."

-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개정안을 어떻게 보나

"게임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방어용이다. 지금까지는 자율규제에 맡겼던 것을 법으로 다룬다니까 법안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 근거를 만든 것이다. 게임산업협회의 개정안을 보면 게임법 개정안에 수위를 맞췄다. 이런 개정안을 1년 전에 냈다면 주도적이라고 했을 것이고, 2년 전에 발표했다면 감탄을 했을 것이다. 지금 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방어용이다. 이전에 협회가 '영업기밀'이라고 감췄던 부분을 이제 와서 공개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확률조작 문제,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유저들이 반발하고 게임학회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하니까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니까 유저들도, 국회도, 정부도 칭찬을 안 한다. 빨리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엔씨소프트가 게임산업협회에 맞춰 확률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는데

"제가 올해 3월 25일 엔씨소프트 주식총회에 가서 김택진 대표에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질책했다. 그 때가 확률 공개의 마지막 데드라인이었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 주총에서 김 대표가 검토하겠다고 하더니 바뀐 게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경영진이 안 바꿔서 아직까지도 안 바뀌는 것이다. 트릭스터M만 봐도 알 수 있다. 캐주얼 게임으로 예전 IP를 되살린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그렇게 많이 넣어놓을 줄은 몰랐다."

-확률형 아이템 사라질 순 없나

"딜레마에 있다. 지금 확률형 아이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면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매출이 반으로 확 떨어질 것이다. 매출이 전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나온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대표적이다. 리니지M이 나오고 단숨에 놀라울 정도의 매출이 나오니까 게임 산업계가 절망의 분위기로 갔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게임으로 어떻게 승부를 걸어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은 확률형 아이템의 대안이 없다. 그나마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지금은 확률공개를 했지만 앞으로는 확률 적정성, 결제한도에 대해 물어야한다. 단숨에 없애진 못하지만 빨리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나도 앞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연구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그럼에도 유저들이 한국게임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경쟁구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서양 유저들을 분석해봤더니 한국 게이머들은 권력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권력, PK(Player Killing)시에 느낄 수 있는 쾌감 때문이다. 리니지를 예로 들면 예전에 DK혈맹이라는 길드가 서버 사냥터를 독차지하고 들어오는 다른 유저들을 몰아낸 적도 있다. 이렇게 '신'이 되는 느낌. 자기 의지대로 서버 하나가 움직일 수 있다는 권력을 가진 느낌 때문이 크다. 한국 유저들은 돈을 투자해서라도 가지고 싶어 한다."

-최근 가장 눈여겨보는 게임이 있다면?

"3N 이외의 중소기업 게임들이다. 3N은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한다. 3N은 이미 혁신역량이 고갈되고 보수화 됐다. 게임이 그래픽이 좋고 대작일 필요가 없다. 아이디어로 만든 게임들로 승부봐야 한다. 이런 몇 천억 단위의 중소기업들이 여러 개 있는 것이 좋다. 3N을 대체할 만한 회사라고 하면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크래프톤' 정도인데, 이들도 3N과 별 차이가 없다. 그나마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정도가 괜찮은데, 게임회사가 잘하는 게 아니라 금강선 디렉터가 잘해서 그렇다. 새로운 회사가 바람을 일으켜야 하는데 지금 회사들은 3N과 다를바 없다. 느끼는 건 실망감 뿐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2017년부터 제 9대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라남도 문화산업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정보화전략위원회 부위원장, 과기정통부 융합콘텐츠 생태계 구축 전략 위원회 분과위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위정현 교수의 전략 스나이퍼'도 운영 중이다.
UPI뉴스 / 이준엽 인턴기자 joon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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