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칼럼] 청년들 희망 제물 삼은 부동산 불로소득 자녀들에 돌려주자

오피니언 / 이원영 / 2021-06-03 08:48:29
은퇴 앞둔 베이비부머 자녀 결혼 걱정
청춘들은 취업난에 주거비 불안 '막막'
집 팔아 자녀 돕고 귀향하면 '윈윈' 돼
친구 자녀의 혼사에서 만나는 친구들. 아들딸 결혼시키는 친구를 부러워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고민들이 비슷하다. 적령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도통 결혼할 기미가 없다는 게다. 그렇다고 덜컥 결혼하겠다고 나온다면 그것도 적잖이 걱정이다. 앞으로 아이 둘 결혼시킬 걸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진다는 친구도 있다. 돈 때문이다.

결혼하면 전셋집이라도 구해줘야 할 터인데 오른 집값 때문에 양가에서 적어도 2~3억씩은 보태줘야 결혼생활 시작이라도 하지, 그렇지 않고 맨손으로 내보내면 그야말로 바닥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란다. 옛날에는 다들 맨손으로 시작했다며 자녀들을 야멸차게 광야로 내몰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졌다.

자녀들에게 결혼 자금을 대준다는 것은 자신의 은퇴자금을 떼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도 살 날이 적지 않은데 모아둔 돈도 넉넉하지 않다면 한숨 나올 일이다. 그러니 적령기 자녀를 둔 친구들은 "애들이 결혼을 안 해도 걱정, 해도 걱정"이란 말을 이구동성으로 한다.

자녀들에게 디딤돌을 마련해주고 은퇴 자금도 위험해지지 않을 해법은 없을까.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가 쓴 책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더 와닿는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2차 부머 포함) 인구는 약 1700만 명이다. 1955~1974년에 태어난 이들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의 절반 가량인 800만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60% 이상이 자기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65세 고령인구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베이비부머의 급속한 노령층 진입으로 2030년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50대가 된다.

저자는 "이들이 은퇴 후에도 계속 수도권에 산다면 일자리와 부동산을 둘러싸고 청년세대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도시에 있는데 높은 집값 때문에 청년들이 도시에서 밀려나면 도시의 미래 성장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은퇴한, 특히 지방 출신 베이비부머들은 '귀향'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부동산 가격도 안정돼 젊은이들의 주거 불안을 덜어주고 지방도시의 쇠락도 막는 일석삼조의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력과 경력을 갖춘 은퇴 베이비부머들은 생산력과 소비력으로 지방을 살리는 귀중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기에 지방 정부에서 이들을 적극 활용할 것도 주문하고 있다.

물론 개개인의 사정이 천차만별이기에 이를 일반론화할 수는 없지만 귀를 기울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앞선 베이비부머(1955~1964년 생)들은 한국의 산업화 시대와 함께하며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로 꼽힌다. 일자리는 많았고 부동산으로 근로소득 저축에 비할 수 없는 불로소득도 생겼다. 그에 비해 그들의 자녀들은 취업난과 높아진 주거비 현실 앞에서 막막하다. 이들은 근대화 이후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란 분석은 이미 나와 있다.

갑자기 억, 억 하고 불어난 아버지의 집값을 눈치채고 언젠가 나한테 떨어지겠거니, 하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자녀들도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근로 의욕을 잃고 부모에 기생하는 청춘들이 많아지는 사회에 무슨 활력이 있을까.

마강래 교수의 제언처럼 은퇴한 (집 가진) 베이비부머들은 집을 팔아 자녀들에게 사회생활의 디딤돌을 놓아주고 낙향하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집값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으니 실행하기에도 좋은 시기가 아닐까.

베이비부머의 '귀향'이 망가진 부동산 정책의 대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부모와 자식 세대가 공생하는 윈-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가치가 불어난 부모를 둔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집값 올라 불로소득 생긴 부분은 너희들 희망을 제물로 삼은 것이니 정정당당하게 부모들로부터 회수하라."

▲ 이원영 국제 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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