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나오면, 비트코인 영향은?

경제 / 강혜영 / 2021-06-04 17:50:49
전세계 65개국 중앙은행 중 86%가 CBDC 도입 관련 준비
암호화폐, CBDC와 경쟁 관계인지 상호보완적 관계인지 논쟁
"결제수단으로서 암호화폐 수요 감소" vs "디지털 수표로 부상"
전 세계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CBDC 등장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 통화는 크게 CBDC,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디엠(전 리브라) 등 스테이블 코인으로 구분된다.

CBDC는 중앙은행이 법정 통화를 동전이나 지폐 대신 전자적인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중앙은행이 관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화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관리 주체가 없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 화폐 또는 실물 자산과 가격이 연동되도록 설계돼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다.

CBDC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다면 암호화폐의 지불 수단으로써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CBDC 도입 시 암호화폐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CBDC와 암호화폐는 기능이 다르다"면서 "CBDC의 등장은 암호화폐가 일종의 '디지털 수표'로써 대중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비트코인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4일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전 세계 65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86%가 CBDC 도입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중앙은행 10곳 중 2곳은 3년 내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CBDC는 지폐와 동전 등 실물 법정 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법정 화폐다. 기술 발전으로 현금 이용 비중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가운데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실물 화폐 발행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CBDC는 화폐 가치를 법으로 정하기 때문에 시기나 공간과 관계없이 동일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정부가 화폐 가치를 보증하는 것이다. 구조에 따라 현금 등 법화와 일대일 교환도 보장된다.

구현하는 기술에 따라 지급준비금예치금 및 은행예금과 같은 중앙집권적 형태를 띤 '단일원장방식'이나 암호자산과 같은 탈중앙화 '분산원장방식'으로 나뉜다.

CBDC에 활용되는 분산원장방식의 경우에는 완전한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권한을 부여받은 참여자만 거래 검증 및 원장 기록할 수 있는 '허가형 분산원장방식'이다. 허가형 분산원장방식은 중앙 서버가 존재하고 익명성도 옅어진다.

▲ 구현방식별 특징 [신한금융투자 제공]

이와 비교해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는 정부 등 중앙기관이 지급을 보증하지 않고 분산원장인 블록체인 내에서 상호 검증을 통해 신뢰를 확보한다.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 거래 대상과 직거래가 가능하므로 거래 절차를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CBDC 도입시 암호화폐는?…"입지 위축" vs "대중화 계기"

한국은행도 CBDC 연구 단계 가운데 1단계 사업인 개념 증명을 마치고 2단계인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도 끝냈다. 오는 8월부터 내년 6월까지 CBDC 발행, 결제 등의 기능을 가상공간에서 점검하는 모의실험에 착수한다.

CBDC가 도입되면 비트코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의 화폐적 기능이 퇴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써 기능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CBDC가 도입되면 특히 지급수단으로써의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CBDC가 보편화될 경우 거래수단으로써 암호화폐의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면서 "화폐 기능 측면에서 암호화폐는 CBDC에 비해 열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BDC의 등장으로 차세대 거래 수단으로 역할을 모색했던 암호화폐 입지는 위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저장의 수단, 가치척도 단위로 기능을 하는데 암호화폐는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거래자 간의 가격 측정이 어려울뿐더러 정부 규제에 취약하다는 한계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치저장 용도로써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계속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화폐로 사용됐던 금과 은이 지금은 가치 저장 수단이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 연구원은 "공급량 한정에 따른 희소성,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영속성, 디지털로 존재한 데 따른 거래의 편의성 등 비트코인은 차세대 가치 저장 수단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환수단으로써 암호화폐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CBDC가 나오면 암호화폐 대중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이지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지폐가 있지만 수표도 있다"면서 "지폐가 있어도 금융생태계에서 창출되는 신용 지폐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법정 화폐가 나오면 디지털 수표가 나올 것이며 암호화폐가 그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전 세계적으로 CBDC가 널리 통용이 된다고 해도 암호화폐와 CBDC는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작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CBDC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 통화 관리"라면서 "세금 징수, 물가 안정, 환율 조정 등 국가 경제 관점에서의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지금은 주로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프라이버시 등의 측면에서 우위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 따라서 교환의 수단으로써 계속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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